▲ 강북그린 작은 영어도서관의 이성일 관장.
[천지일보=이경숙 기자] “어린이들이 영어책이랑 친해지려면 도서관이 편안하고 깨끗해야 되지 않겠어요?”

본격적인 운영을 앞두고 굵은 땅방울을 흘리며 좌석책상과 가구들을 옮기는 이성일 관장을 지난 24일 강북구 우이동의 ‘강북그린 작은 영어도서관’에서 만났다.

벽지와 새 가구의 냄새들로 가득한 도서관 벽면에는 노랑·주황·파랑·녹색·검정색 띠를 두른 3500여 권의 영어책들이 빼곡히 차 있었다. 주제와 수준별로 분리해 놓은 책들은 이 관장이 미국에서 직접 수입한 것이다.

미국 유학 시절, 위스콘 시 주립대학에서 통계학과 경제학을 복수전공한 이 관장은 외부활동으로 학점을 채우는 시스템을 통해 한 학기 동안 Day-Care Center에서 어린이들을 돌보며 책을 읽어줬다고 한다.

“책을 고르러 도서관을 찾았는데 한국과 달리 분위기도 시끌벅적하고 아이들이 자유분방하게 책을 읽더라고요. ‘한국에도 이런 도서관이 있으면 영어책도 재밌게 읽을 수 있을 텐데’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대학졸업 후 학원사업을 설계했던 이 관장은 십자인대를 크게 다쳐 한국으로 돌아와야만 했다. 배운 것들을 국내에서도 나누고 베푸는 게 좋지 않겠냐는 아버지의 신뢰와 후원으로 강북구에서 영어도서관을 운영하기로 했다고 개관이유를 밝혔다.

작은 영어도서관은 좌석책상이 놓여진 도서관, 유아들이 놀 수 있는 유아관, 수준 높은 영어습득을 원하는 어린이들을 위한 강의실로 나눠져 있다. 한번에 40여 명을 수용할 수 있는 35평 남짓한 작은 도서관이지만 편안함속에서 학습효과를 극대화하기 위한 구조라고 이 관장은 말한다.

“도서관 운영을 준비하면서 타 지역의 도서관을 꼼꼼히 살펴봤습니다. 사설 도서관의 특성상 재정적인 문제로 1년 이상 운영하기 어렵고, 때문에 도서관 대부분을 구에서 운영하거나 지원을 받아 운영하는 실정입니다.”

운영에 어려움이 따르는 걸 알지만 이성일 관장은 지역 주민들의 관심과 성원으로 도서관이 발전할 수 있을 것으로 확신했다.

영어교육에 열을 올리면서도 자녀의 영어교육에 대해 방향을 제대로 잡지 못해 고민에 빠진 학부모들을 대신해 아이들에게 책 읽어주는 남자가 되겠다고 자청한다.

앞으로의 도서관 운영에 대해 이 관장은 “강북주민들이 즐겨 찾는 영어 문화공간이 되도록 만들 것”이라며 “영어학습에 대한 부담감을 없애고 자연스럽게 학습 수준을 높일 수 있도록 다양한 프로그램을 계획 중”이라고 말했다.

지난 10일 개관식을 가진 강북그린 작은 영어도서관은 1인당 2권에 한하여 7일간 무료로 도서를 대출·열람 해주고, 월~토 10시~18시까지 개방해 어린이들의 자발적인 영어독서를 위해 다양하고 흥미로운 독서활동을 지원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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