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상현 주필

 
작은 고추가 맵다. 비록 크기는 작지만 손바닥 안에 안기는 스마트폰의 위력은 그 컴퓨터 기능에 있어 1969년 인류 최초로 닐 암스트롱을 달나라에 태우고 간 아폴로 11호의 그것을 뛰어넘는다. 달의 고요의 바다에 첫 발을 내디딘 닐 암스트롱은 붕붕 뜨듯 껑충 껑충 뛰어다니는 시연을 해보였다. 하지만 지구에 돌아와 살면서는 공기가 희박한 달에서와 같이 ‘유명인사로 붕붕 뜨는 삶’을 원하지 않았다. 그는 82세로 최근 세상을 떠났다. 그는 심지(心地)가 퍽 깊었던 사람이었던 것 같다.

어떻든 미국이 그 닐 암스트롱을 달나라에 보낼 수 있었던 것은 인간의 위대한 발명품인 인공두뇌 컴퓨터 덕분이었다. 그때 그만한 일을 할 수 있는 컴퓨터는 보통 덩치가 집 한 채만한 규모였다. 그런데 불과 반세기 만에 그것은 호랑이 담배 먹던 시절의 얘기가 되었다. 이제는 그 같은 부피의 큰 물건은 필요가 없게 되었다. 손바닥 안에 들어오는 조그만 스마트폰 하나면 암스트롱을 달나라에 보냈을 때의 그 거대한 컴퓨터보다도 더 위력적인 컴퓨터 작업을 해낼 수가 있게 된 것이다.

그 스마트폰, 이른바 ‘모바일(Mobile)’ 없이 우리는 단 하루, 단 한 시간도 살 수가 없다. 그것 없이도 잘 살았지만 이제는 잠시만 그것이 손 안에 없으면 정서 불안을 유발할 정도로 불편함을 느낀다. 그 불편함의 크기가 스마트폰이 우리 생활에 일으켜 놓은 엄청난 혁명의 파장 중에서 가장 뚜렷이 실감할 수 있는 일부가 될 것이다. 

세계적으로 선거의 해다. 프랑스와 러시아가 대통령 선거를 치른 데 이어 미국과 한국이 한창 대통령 선거전에 돌입해 있다. 중국도 권력 교체기를 앞두고는 있지만 그들은 주석과 총리, 정치국 상무위원 등의 국가 지도자의 선출이 민주주의의 보통 선거에 의해서가 아니라 공산당 권력 엘리트들 간의 밀실 타협에 의한 것이므로 민주주의 국가에서 보는 떠들썩한 선거 풍속을 그들의 권력 교체기에는 찾아볼 수가 없다.

반면에 자유민주주의 선거는 떠들썩한 축제라는 점에서 공통적이며 그 선거는 모바일의 활용으로 급속하게 진화하고 발전한다. 또한 젊은 층을 중심으로 해서 유권자들의 호응도 날로 뜨거워진다. 바로 모바일에 의한 선거 혁명이다. 모바일 선거 혁명은 경험으로 보아 선거에 관심은 크지만 막상 투표장에는 안 가는 젊은 층들의 투표 참여 의욕을 북돋아 준다. 이에 각 후보 진영의 선거 전략도 젊은 층에 대한 집중적인 구애가 불가피하므로 따라 변하게 해주었다.

IT 강국이며 모바일 강국인 한국도 그 같은 모바일 선거 혁명의 조류에 실려 좋게 말하면 선거가 갈수록 더욱 역동적인 모습을 보여준다. 그렇게 생각하면 그렇게 생각할 수 있으며 그것은 좋다. 그렇지만 좀 더 냉정하게 말한다면 지나치게 시끄럽고 선거를 축제 분위기로 끌어가기보다는 난장판으로 만들어 놓는 것은 보기에 참 민망하다. 선거가 스마트폰과 같은 첨단의 도구를 활용하는 방식으로 발전하지만 선거에 임하는 후보들의 의식은 아직도 제자리이며 진화되고 있지 않음을 여실히 보여주는 것 아닌가.

다시 말한다면 모바일과 같은 첨단이기(利器)들이 도입되면서 유권자들의 의식과 시대정신,  문화가 빠르게 변하는데도 승부에 대한 집착으로 눈이 멀고 마음이 닫혀 후보들이 그 같은 큰 변화를 읽지 못하고 따라잡지 못하는 우를 되풀이하는 것 아닌가 걱정된다는 말이다. 모바일은 정말 쿨(Cool)한 물건이지만 그 물건이 선거에서 승리를 안겨주는 묘약은 될 수 없다. 선거에서의 승리는 모바일을 활용하는 기술이 출중해서가 아니라 인물이 출중해야 하며 모바일 기술이 발전할수록 인물은 더 출중해져야 얻어질 수 있다는 것은 변함없는 선거에서의 진리로서 앞으로도 빛이 바랠 것 같지가 않다. 결국 선거에서의 모바일은 어디까지나 하나의 방편일 뿐이지 그것이 아무리 훌륭한 물건이라도 선거가 인물의 대결장임을 변화시켜 놓지는 못한다는 뜻이다.

한편 모바일은 선거를 치러내야 하는 후보들에게만 선거운동의 효과를 극대화시켜주는 편리함을 제공한 것이 아니다. 그만큼 도리어 유권자들에게도 후보들의 인물 됨됨이를 더 잘 변별하게 해주는 수단이 돼주고 있는 물건이 모바일이다. 후보들은 모바일이 있어 유권자들에게 무엇을 가리려 해도 가릴 수 없고 숨기려 해도 숨길 수가 없다. 어항 속의 물고기와 같다. 그러니까 더욱 첨단 도구에 의존하는 승부의 집착보다는 진솔하고 진정성 있는 참 인간의 모습으로, 국가와 민생을 잘 챙기는 큰 인물의 모습으로 유권자들에게 다가와야 한다. 모바일은 정치인들의 선거 방법을 돕는 물건이 되기보다 차라리 유권자가 이같이 후보들을 더 효과적으로 바라보고 변별하는 데 활용되는 물건이 돼주면 바람직할 것 같다.

지금은 국민들의 생활고와 정신적인 스트레스가 극심한 상황이다. 일말이라도 정약용이 말하는 ‘가마 타는 즐거움만 알고 가마 매는 사람의 고통은 모르는 사람(인지좌여락 불식견여고/人知坐輿樂 不識肩輿苦)’과 같아 보이는 사람은 지도자로 뽑힐 수 없다. 역시나 외치(外治) 내치(內治)를 비롯한 제반 국가 경영에 있어서도 진정으로 사회를 평화롭게 하고 국민을 행복하게 해줄 역량이 있음을 보여주어야 한다.

누가 말했듯이 ‘스마트폰은 한 가지 재주만을 가진 조랑말이 아니라 다용도를 가진 스위스군용나이프(Swiss Army Knife)’와 같다. 미국 민주당 오바마와 공화당의 롬니도 모바일을 선거에 최대한 활용하고 있다. 최초의 흑인 대통령 오바마를 당선시킨 지난 선거에서 미국의 페이스북 이용인구는 4천만 이하였지만 현재는 1억 6천만 명으로 늘었다. 그렇기에 모바일의 활용에 두 진영 모두가 매달리지 않을 수 없다. 헌금액이 작은 경우 선거자금도 모바일을 통해 모으며 오바마 진영은 이를 위해 스마트폰에 ‘신속한 헌금(Quick Donate)’이라는 프로그램을 깔아놓았다. 선거 광고와 중요한 정보의 발표도 모바일을 통해 지지자들에게 먼저 알린다. 롬니는 언론 매체에 기밀이 새어 폴 라이언(Paul Ryan)을 러닝메이트로 선택했음이 들통은 났지만 애초에는 스마트폰을 통해 지지자들에게 문자메시지로 먼저 알리겠다는 것을 예고했었다. 이처럼 최신 추세의 민주주의 선거는 모바일 의존이 심화돼 나간다. 그렇지만 모바일의 활용으로 선거 풍속은 달라졌지만 선거가 어디까지나 인물 대결이라는 본질은 변함이 없다. 모바일은 후보들에게만 유용한 것이 아니라 유권자들에게도 후보를 변별하는 탁월한 수단이 돼주고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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