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병익정치평론가

민주당 경선이 25일 제주와 26일 울산 경선을 마치고 결과를 발표했다. 예상대로 문재인 후보의 승리가 확정되었으나 투표결과를 두고 손학규, 김두관, 정세균 후보는 모바일 투표의 문제점을 지적하면서 제주, 울산에서의 재투표와 모바일 시스템의 전면수정을 요구했다.

제주의 선거인단 규모는 3만 6329명이고 이 중 모바일 선거인단은 90%가 넘는다. 즉 10%정도만 권리당원이나 대의원의 현장투표이고 90%는 스스로 선거인단이 되기를 원했던 일반 국민이다. 그러므로 적극적인 투표참여를 희망한 사람들이 투표를 했다고 본다면 투표율은 80% 정도는 되어야 정상인 것으로 본다. 그런데 투표율이 56.8%에 불과했다. 역대 모바일 투표율에 크게 못 미치는 수준이다.

참고로 올해 당대표 선출을 위한 전당대회의 투표율은 73.4%이고 또 1월 전당대회에서는 80%였고 4.11 총선 때도 82.9%였다. 상대적으로 낮은 투표율을 두고 원인을 찾아보니 상당수가 무효로 처리된 표가 있었다. ARS방식의 모바일 투표 때 질문 메시지를 끝까지 듣지 않고 자신이 선호하는 후보가 나왔을 때 먼저 번호를 선택하여 투표를 하고 전화를 끊으면 투표를 하지 않은 것으로 처리된다는 것이다.

공교롭게도 기호 4번이 문재인 후보이고 문재인 후보를 지지하지 않고 중간에 1번이나 2번, 3번 후보를 듣고 바로 투표를 한 후에 전화를 끊은 사람들이 상당수가 있다는 것이다. 그들은 후보를 선택했음에도 투표를 하지 않은 것으로 집계가 되니 투표율이 낮아질 수밖에 없었다는 것이다. 이런 문제를 사전에 인지하고 문제 제기를 했으나 선관위가 거부했다는 주장도 있다.

당 선관위는 ARS 방식의 모바일투표 때 ‘기호 4번까지 듣지 않고 투표할 경우 기권 처리된다’는 안내 메시지를 넣지 않을 경우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는 당내 권고를 무시했다는 것이다. 이것은 선거에 영향을 줄 수 있는 심각한 문제이다. 당에서는 뒤늦게 ‘재투표불가’ 입장을 철회하고 제주ㆍ울산 모바일투표를 재검표해 문제가 되는 선거인단의 경우 서울 경선 때 투표 기회를 주고, 향후 실시되는 모바일투표는 미투표 처리에 관한 고지를 강화하는 방안을 제안했다고 한다.

그러나 문재인 후보를 제외한 3인은 미봉책이라며 거부했다고 한다. 이들은 울산 경선에서 당과 후보 측의 대립으로 두 시간째 파행이 이어지자 오후 4시 후보연설회를 생략하고 당원, 대의원 대상의 현장투표에 들어갔다. 이 과정에서 문재인 후보를 제외한 3인의 후보 측에서 투표중단을 요구하며 거세게 항의를 했으나 경선은 예정대로 실시되었고 문재인 후보가 52.1%의 득표율로 1위를 차지하였다. 울산의 투표율은 64.25%였다.

모바일 투표의 시행으로 발생할 수 있는 문제에 대해서 얼마나 연구하고 고민을 해보았는지에 대한 경험치가 없다는 것이 더 큰 문제이다. 모바일 경선이 진행되었고 이에 불복하는 후보가 생기고 국민적인 의혹이 제기될 때 뒷수습을 어떻게 하는 것이 옳은 일인지에 대한 통계치도 없을 것이다. 민주당 내의 경선이 아니고 야권단일후보 경선일 경우를 가정해 본다면 이런 문제점의 발생은 후보를 가리지도 못하는 극한 상황까지도 갈 수가 있다고 본다.

문재인 후보가 과연 50%를 넘게 득표하여 바로 민주당의 후보가 되느냐 아니면 50% 미만의 득표율로 2위 후보와 결선투표를 하느냐가 관건이다. 2위를 노리는 손학규, 김두관 후보의 입장에서 보면 이번 사태에 매우 민감할 수밖에 없다고 보인다. 문재인 후보의 독주를 허용하지 않으려는 3명의 후보들이 치열하게 2위 경쟁을 하는 상황에서 모바일 투표방식에 분명한 문제가 있는 것이므로 당 선관위는 빠른 시일 내에 수습을 하고 3인 후보의 동의를 구해야 할 것이다.

민주당 국민경선의 투표율을 주목하는 이유는 적극적인 참가를 원했던 국민들이 선거 당일에 얼마나 많은 관심을 보여주는가 하는 것이다. 국민들로부터 멀어진 관심을 끌어오게 하겠다는 민주당의 비장한 각오와는 달리 지금까지는 관심과 흥행에서 멀어진 선거라는 느낌을 받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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