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년 서너 차례 시간당 30㎜ 이상 쏟아져

(서울=연합뉴스) 여름철 서울에 '물폭탄'이 떨어지는 빈도가 30년 사이 거의 세 배로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16일 기상청에 따르면 7∼9월 서울에 시간당 30㎜ 이상의 집중호우가 쏟아진 날은 1971∼1980년 12일에 불과했지만 2001∼2010년에는 34일로 늘었다.

1980년대는 22일, 1990년대는 30일로 계속 증가하는 추세를 보였다.

작년에만 폭우가 5일 쏟아졌고 올해 들어서는 지난 15일을 포함해 모두 3일 집중호우가 기록됐다.

1970년대는 집중호우가 많아야 한 해 3일 있었다. 반면 1990년대 이후에는 1998년 8일, 2010년 7일 등 여름이면 거의 열흘에 한번 꼴로 물폭탄이 쏟아졌다.

2000년대 들어서는 집중호우가 잦을 뿐만 아니라 비의 세기도 강해지고 있다.

2001년 7월15일 서울에는 시간당 무려 99.5㎜의 비가 내려 기상관측 이래 7월에 내린 비로는 가장 강했다.

당시 4시간 동안 서울에 234.4㎜의 비가 내리면서 수도권에서 66명의 인명피해가 났다.

지난해 7월27일 우면산에 산사태가 날 당시 관악구에 시간당 113㎜, 서초구에 시간당 86㎜가 내렸다. 서울에 하루에만 301.5㎜가 쏟아져 관측 이래 일 강수량 3위 기록을 세웠다.

광복절인 지난 15일에는 낮 12시부터 1시간 동안 관악구에 63.5㎜가 쏟아졌다. 강남구와 서초구도 각각 59㎜, 55.5㎜의 1시간 강수량을 기록해 강남역 주변이 침수됐다.

여름철 집중호우 일수가 느는 이유는 장마 기간에 비가 집중됐던 과거와 달리 장마 이후 한여름부터 초가을까지 큰 비가 자주 내리고 있기 때문이다.

최근 늘어난 한여름 집중호우는 강수대가 좁게 형성돼 지역별로 강수량 차이가 큰 특성이 있다.

지난 12일 충남 서해안에 집중호우가 쏟아졌을 때 태안에 385㎜가 내리는 동안 50㎞ 떨어진 보령은 겨우 49㎜의 강수량을 기록했다.

15일 오전 8시부터 1시간 동안 경기 연천군 장남면에는 83.5㎜의 폭우가 쏟아졌지만 같은 시간 서울에는 비가 한 방울도 떨어지지 않았다.

이런 집중호우 경향은 지구 온난화에 따른 기후변화의 결과로 보는 견해가 지배적이다.

기온이 높아지면 대기가 품고 있는 수증기의 양이 전체적으로 늘어나고 이 수증기가 특정한 지역에 몰릴 때 폭우가 쏟아진다는 것이다.

특히 서울은 도시화가 급격하게 진행되면서 기후 변화를 두드러지게 반영한다는 분석도 있다.

엄원근 기상청 기후과학국장은 "지역에 따라 기온 차이가 벌어지면서 어제부터 내린 폭우처럼 찬 기단과 더운 기단이 부딪혀 극단적인 강수 형태가 나타날 가능성이 커진다"며 "지구의 평균 기온이 점점 오르고 지역적인 차이가 커지는 게 집중호우의 근본 원인"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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