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학수 한체대 스포츠 언론정보연구소장

런던올림픽 폐막식 합동공연행사에서 가장 눈길을 끌었던 것은 영국이 자랑하는 록밴드 퀸의 부활이었다. 폐막식 마지막 공연을 장식했던 퀸은 1977년 앨범 ‘News of the world’의 수록곡 ‘We will rock you’를 직접 연주하며 불렀다. 수만 명의 관중과 각국 선수단도 퀸의 음악에 맞춰 노래하고 춤추며 한껏 즐거워했다. 퀸 공연직전 전설적인 리드보컬 故 프레디 머큐리(1946~1991)가 동영상으로 갑자기 나타났다. 1992년 바르셀로나올림픽 주제가를 부를 예정이었으나 올림픽 개막 8개월 전 에이즈에 의한 폐렴으로 사망한 프레디 머큐리는 많은 이들을 지난날의 추억에 흠뻑 빠져들게 했다.

대회 조직위가 퀸을 공식행사 마지막 공연으로 내세운 것은 퀸이 영국인이 가장 사랑하는 록밴드로 세계적으로 크게 알려졌기 때문이다. 비틀즈를 내세운 개막식 공연에 이어 다시 한번 문화적인 강국임을 과시하려 한 의도였다. 퀸의 기획은 대성공이었던 것 같다. 퀸의 ‘We will rock you’는 자유분방한 젊은이의 적극성과 행동을 고취시키는 내용으로 전 세계 젊은이들의 많은 사랑을 받았던 곡이었다.

개인적으로도 이 곡에 대한 좋은 추억이 있다. 2년 전 여름 가족들과 가진 미국 여행 중 라스베이거스에서 이 곡을 듣고 환호하는 많은 여행객들을 만날 수 있었다. 라스베이거스 다운타운에서 열린 ‘프리몬트 스트리트 익스피어리언스’란 쇼에서였다. 해가 지고 매시 정각마다 아케이드 천장에 있는 LED를 통해 무료 공연이 열렸는데, 이때 천장을 번쩍 번쩍하며 동영상으로 수놓은 음악이 이 곡이었다. 미국 사람을 비롯한 세계 각국에서 온 관광객들은 춤추며 즐거워했다. 이 곡이 왜 전 세계인들로부터 사랑을 받는지 새삼 느낄 수 있었던 자리였다.

추억에 잠기게 했던 퀸의 대표적인 노래와 함께 런던올림픽도 역사속의 한 페이지로 넘어갔다. 17일간 때 아니게 찾아든 기록적인 폭염 더위 속에 올림픽 열기로 밤잠을 설치면서도 즐거운 나날을 보냈다. 런던올림픽은 다른 어느 대회 때보다 흥미진진했다. 보는 재미도 있었고, 응원하는 열기도 뜨거웠다. 대부분의 중요 경기가 한국 시간으로 새벽에 대부분 열려 밤잠을 설치면서 봐야 했다. 금메달이 결정되거나 한국 선수들이 중요한 승부처에서 승리를 거두었을 때, 아파트 안팎이 시끌시끌했다. 소파에서 잠을 자다가 아파트 이웃주민들의 ‘와’ 하는 함성에 깜짝 놀라 깨어나 TV 중계를 봤다.

특히 축구 중계 때는 함성이 더욱 커졌다. 멕시코, 스위스, 가봉과의 예선전을 거쳐 잉글랜드와의 8강전 때의 함성은 새벽녘에 크게 울려 퍼졌다. 브라질과의 4강전에 이어 3~4위전서 한국이 일본을 2-0으로 완파하고 사상 처음으로 동메달을 땄을 때는 전 국민이 응원단이 된 2002 한․일월드컵의 응원열기를 방불케 했다. 축구에서 동메달을 획득한 것은 금메달 몇 개 이상의 값어치가 있는 것이라며 동네 곳곳, 거리 곳곳에서 흥분을 감추지 못하는 많은 사람들을 만날 수 있었다.

축구뿐 아니라 많은 감동과 기쁨을 안겨준 빛나는 영광의 얼굴들도 많았다. 비닐하우스에서 사는 고달프고 어려운 생활 속에서도 체조 사상 처음으로 기적 같은 금메달을 일군 양학선의 성공스토리, 늦은 나이에도 포기하지 않고 끝내 뜻을 이룬 유도 송대남의 인간 승리, 끝까지 숨 막히는 승부 끝에 양궁 한국을 지킨 기보배와 오진혁의 러브스토리, 펜싱에서 ‘1초 오심’으로 눈물을 흘렸다가 끝내 단체전에서 은메달을 목에 건 신아람의 역전 스토리, 베이징올림픽에 이어 2연속 금메달을 따며 2관왕에 오른 사격의 진종오와 깜짝 금메달을 획득한 김장미의 예상을 깬 승부드라마 등은 TV와 인터넷 등으로 다시 봐도 질리지 않았다. 아깝게 금메달을 놓쳤으나 은메달 2개를 따 세계 수영에서 불모지 한국의 명맥을 이어나간 박태환의 선전과 사상 처음으로 리듬체조 결선에 올라 세계 5위를 기록한 손연재의 투혼 등은 뜨거운 박수를 받기에 충분했다.

많은 화제와 감동을 안겨줬던 런던올림픽이 끝나니 “당분간 무슨 재미로 지내나” 하는 다소 허전하면서도 쓸쓸한 생각이 들 법도 하다. 올림픽이나 월드컵 등 큰 국제대회에서 스타와 태극기에 열광하고 즐거워하다가 대회 이후 일상으로 돌아올 때 찾아드는 ‘금단현상’ 비슷한 게 생길 만하다.
허나 스포츠는 스포츠로서 즐기면 된다. 스포츠가 일상생활의 전부를 차지해서도 안 되며 그렇게 될 수도 없다. 스포츠를 통해 건강한 삶을 가꾸어 나가면서 런던올림픽의 아름다운 기억을 가슴에 품고 평상 생활로 되돌아가자. 런던올림픽이여, 대회 기간 중 행복하고 즐겁게 해줘서 정말 고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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