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서산 간월암은 물이 차면 섬이 됐다가 물이 빠지면 육지가 된다. ⓒ천지일보(뉴스천지)

 

불교와 자연이 만난 자리, 마음속에 안락함이 피어난다

[천지일보=백지원 기자] 누군가는 ‘육지의 간월암’을 다녀갔고, 또 누군가는 ‘섬의 간월암’을 다녀갔다. 물이 들어오면 섬이 됐다, 물이 빠지면 육지가 되는 섬 간월도.

그 위에 자리한 작은 암자인 간월암(看月庵)은 암자 자체가 섬이고, 섬 전체가 암자다. 넘실대는 바다와 함께 빚어내는 간월암의 풍경은 고즈넉하다.

◆“육지야, 섬이야?” 간월암
간월암. ‘달빛을 본다’는 뜻의 아름다운 이름은 조선시대 무학대사가 이곳에서 달빛을 보고 도(道)를 깨쳤다는 이야기가 전해지면서 붙여졌다.

멀리 바다 위에 떠 있는 간월암은 그 자체로도 멋진 그림이 된다. 과거에는 피안도(彼岸島) 혹은 피안사(彼岸寺)로 불렸는데, ‘피안’은 불교에서 해탈의 경지에 이르러 열반 세계에 도달하는 것을 말한다. 사찰 안에 들어가 있으면 왜 그런 별칭이 붙었는지 이해할 수 있다. 바다 한 가운데 떠 있는 듯, 새로운 세계에 들어와 있는 것 같기 때문이다.

물때에 따라 사찰로 가는 방법이 다르다. 물이 차면 작은 줄배를 이용해서 가야 하고, 물이 빠지면 걸어서 암자로 갈 수 있다.

간월암에 발을 내딛자 암자 자체가 크지 않아 한눈에 들어온다. 대웅전을 비롯해 서너 개의 전각들만 있다.

이 전각들은 화려하지 않다. 대부분 낡고 해졌다. 모진 바닷바람을 견뎌내느라 그렇단다. 그래도 꿋꿋이 자리를 지키며 사람들에게 빼어난 절경을 선사해주고 있는 그 모습이 대견스럽다.

비록 색이 바랬지만 자연이 만들어내는 자연스러움 그대로 아름다운 멋이 있다. 사찰 안으로 넓은 뜰이 펼쳐져 있고, 한쪽에는 바다를 향해 초를 밝히고 소원을 비는 곳도 마련돼 있다.

암자를 둘러보는 데는 오래 걸리지 않지만, 간월암에서 바라보는 바다와 주변 풍경에 마음을 빼앗겨 시간 가는 줄 모른다.

사찰 담장 너머로 푸른빛 바다가 잔잔하게 흐른다. 오랜 시간 자리를 지켜온 나무들과 바다, 그리고 그 위의 사람들이 빚어내는 모습은 한 폭의 수채화 같다. 물이 빠지면 천수만 갯벌이 드러나, 소라나 게 등을 잡아볼 수 있는 재미도 있다. 특히 간월암에서 바라보는 낙조와 월출 풍경은 일품으로 알려져 출사지로도 유명하다.

 

▲ 백제의 미소로 알려진 서산 마애삼존불은 국보 제84호로 지정돼 있다. ⓒ천지일보(뉴스천지)

 

◆‘백제의 미소’ 마애삼존불
다음은 운산면 용현리에 있는 백제의 미소 ‘마애삼존불상’으로 향했다. 국보 제84호로 지정된 이 불상을 가만히 바라보고 있으면 보는 이들의 마음속에도 미소가 피어난다.

서산 마애삼존불은 오랜 전쟁으로 삶이 힘들고, 마음도 지쳐 있을 때 민중들에게 희망을 주기 위해 만들어졌다. 때문에 위엄 있는 부처님 대신 편안하고 인간적인 부처님으로 다가왔다. 우리나라에 조성된 마애불 가운데서도 으뜸으로 꼽히는 서산 마애삼존불은 시간을 초월해 지금까지도 여전히 친근함을 느끼게 한다.

바쁘게 살아가는 현대인의 삶 속에서 잊기 쉬운 따뜻한 미소. 마애불의 미소에서 사람들은 편안함을 얻고 넉넉함을 배워간다.

본존불의 넓고 둥근 얼굴과 그 위에 얹혀진 미소는 백제 특유의 것으로 ‘백제의 미소’라 불린다. 온화하면서도 낭만적인 기질의 백제인의 특성을 잘 담아냈다. 6, 7세기에 조성된 불상들에는 이 같은 미소가 많이 나타나지만 이후 점차 사라지고 위엄 있는 불상이 조성되기 시작했다.

서산 마애삼존불상의 옷 등에 나타난 부드러운 곡선들 덕분에 그 미소가 더욱 부드럽게 다가온다.

가운데엔 본존불인 석가여래입상, 왼쪽에는 제화갈라보살입상, 오른쪽에는 미륵반가사유상이 조각돼 있다. 빛이 비치는 방향에 따라 웃는 모습이 달리 보이는 숨은 매력도 있다고 한다.

이처럼 서산 곳곳에는 불교의 문화와 자연이 빚어내는 편안한 풍경이 있다. 더운 여름, 지친 마음을 달래고 싶다면 서산으로 떠나보는 건 어떨까.

 

▲ 바다를 향해 있는 간월암 법당은 바닷바람을 많이 맞아 낡고 해졌다. ⓒ천지일보(뉴스천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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