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청계사 극락보전. 극락보전은 경내 중심부 뒤쪽에 위치해 있으며 정면 3칸, 측면 2칸의 규모로, 내부에는 아미타여래 삼존불이 모셔져 있다. ⓒ천지일보(뉴스천지)

[천지일보=백지원 기자] 보슬비가 내리는 청계산은 더욱 맑았다. 공기는 상쾌했고, 비가 살짝 내린 후라 흙냄새가 코끝으로 들어온다.

지난달 18일 경기도 의왕시 청계동 청계산 자락에 있는 천년고찰 청계사를 찾았다. 청계사에 가기 위해선 입구에서 ‘나무 데크’ 길을 따라 울창한 숲 속을 통과하게 되는데, 산책로와 체육시설, 휴게광장 등이 펼쳐진다.

그 길을 따라 20여 분을 오르면 길 끝에 고즈넉한 절집, 청계사가 있다.

◆신라 때 창건設
‘청계’라는 이름은 맑을 청(淸), 시내 계(溪) 곧 ‘맑은 시내’라는 뜻에서 유래했다. 그 이름처럼 맑은 계곡을 끼고 있어 청계사로 향하는 동안 계곡물의 경쾌한 소리에 걸음을 맞춘다.

봉은사의 사적을 기록한 ‘봉은본말사지(奉恩本末寺誌)’에 따르면 청계사는 신라 때 창건된 것으로 보이며, 사찰에 남아 있는 석등과 부도 일부가 신라 때 것으로 추정돼 이 같은 사실을 뒷받침한다. 하지만 이 외의 기록이 없어 설로만 전할 뿐 확실치는 않다.

▲ 청계사 표지석. 청계사는 지난 2000년 10월 극락보전의 관음보살상의 왼쪽 눈썹 주변에 우담바라가 피어 화제를 모았다. ⓒ천지일보(뉴스천지)

◆영험한 山, 우담바라 핀 사찰
청계산은 관악산과 함께 서울을 지키는 명산으로 알려져 있다. 조선 시대에는 선종의 총 본산으로 한국 불교사에서 중요한 역할을 담당했다.

사찰 입구에는 청계산과 관련한 안내문이 적혀 있다.

“청계산은 민족의 영산(靈山)으로서 산 곳곳에 상서로움이 일고, 법신(法身, 완전한 깨달음을 얻은 부처)을 빚어내는 정기가 있어 하늘이 숨겨 놓은 영부(靈府, 신령한 곳)다.”

이 청계산의 품에 안긴 청계사는 상서로운 기운을 증명이라도 하듯, 지난 2000년 10월 극락보전의 관음보살상의 왼쪽 눈썹 주변에 우담바라가 펴 화제를 모으기도 했다. 우담바라는 3000년에 한 번 핀다는 전설의 꽃으로 알려져 있다.

당시 매일 5천여 명에 이르는 불자들이 청계사를 다녀갔고, 사람들이 너무 몰리는 바람에 우담바라를 만나기 위한 긴 행렬이 이어졌다. 생물학자들은 이를 ‘풀잠자리 알’이라고 주장했지만, 불자들에게는 여전히 상서로운 우담바라로 여겨지고 있다.

또 예부터 많은 이들이 득도를 하기 위해 청계산을 찾았다. 한국 선불교의 중흥조인 경허선사가 이곳에서 출가했으며, 만공․월산선사 등 여러 고승들의 흔적도 찾을 수 있다.

▲ 극락보전 뒤편으로 길게 이어진 작은 동자상들은 청계사의 또 다른 볼거리다. 누군가가 머리에 놓고 간 동전들이 눈에 띈다.ⓒ천지일보(뉴스천지)

극락보전과 청계사 동종
극락보전은 경내 중심부 뒤쪽에 위치해 있으며 정면 3칸, 측면 2칸의 규모다. 보슬비를 배경으로 극락보전 처마 끝에서 물이 떨어지는 모습이 매우 분위기 있다. 그리고 법당 안에서부터 울리는 스님의 목탁과 염불소리가 빗소리와 함께 어우러져 운치 있다.

극락보전 안에는 아미타여래 삼존불이 모셔져 있다. 특히 이 불상은 조선 후기 조성된 불상으로는 드물게 절제미가 드러나 있다.

법당 뒤쪽으로 조그만 불상들과 동자상들이 길게 펼쳐져 있다. 작은 인형가게에 온 듯 길게 불상과 동자상들의 행렬이 이어진다. 각각 다른 자세와 표정으로 눈길을 사로잡는다. 이 중 몇몇은 사람들이 올려놓고 간 동전을 머리에 이고 있다.

▲ ‘열반상’이라고 하는 누워 있는 불상, 와불은 크기가 매우 크고 작은 자갈들을 붙여 만들었다. ⓒ천지일보(뉴스천지)

◆눈길을 사로잡는 ‘와불’
그 긴 행렬 끝으로 시선이 향하면 ‘열반상’이라고 하는 와불 곧 누워 있는 불상을 발견하게 된다. 1999년 제작된 이 불상은 그 크기가 매우 크고, 작은 자갈들을 붙여 만들어 울퉁불퉁하다. 그리고 그 위에 금색, 갈색, 검정색을 칠했다.

극락보전과 지장전 앞쪽에 세워진 종각에는 보물 제11-7호로 지정된 청계사 동종이 있다. 전각 안에 담겨 있어 종의 모습을 제대로 보기가 어렵다. 문화재청에 따르면 이 종은 조선 숙종 때 승려인 사인비구에 의해서 만들어졌다.

장인이었던 사인비구는 전통적인 신라 종의 제조기법에 독창성을 더해 종을 만들었다.
극락보전 앞마당은 매우 넓게 펼쳐져 있다. 드넓은 절 마당에서 사람들은 기도를 올린다. 앞쪽에는 12지신 석상도 일렬로 서 있다.

극락보전을 바라봤을 때, 마당 왼편으로는 참선기도를 하는 선불장이, 오른편으로는 스님들이 생활하는 요사가 있다.

극락보전과 삼성각 등에선 오랜 시간의 흔적이 남아 천년고찰의 면모를 느끼게 하는 반면, 선불장과 요사는 최근에 지어져 현재를 느끼게 하는 색다른 매력이 있다.

청계사에 가기 위해선 지하철 4호선 인덕원역 2번 출구로 나와 15분 간격으로 운행되는 마을버스 10번, 10-1번을 타고 청계사 입구(종점)에서 내리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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