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런던올림픽 남자 자유형 400m에 출전한 마린보이 박태환이 29일 새벽(한국시각) 런던 올림픽파크 내 아쿠아틱센터에서 열린 결승전에서 2위를 기록해 은메달을 목에 걸었다. 시상식 후 박태환이 포즈를 취하고 있다. (연합뉴스)

‘실격소동만 아니었어도…’ 쑨양에 아쉽게 패
25년 만에 판정 번복으로 극적 결선행

[천지일보=김현진 기자] ‘마린보이’ 박태환(23, SK텔레콤)이 ‘실격소동’을 겪는 우여곡절 속에서도 수영 남자 자유형 400m 은메달을 따내며 한국수영의 역사를 새로 썼다.

박태환은 29일 오전(한국시간) 영국 런던 올림픽파크의 아쿠아틱스 센터에서 열린 2012 런던올림픽 남자 자유형 400m 결선에서 3분42초06의 기록으로 1위 쑨양(3분40초14)에 이어 2위로 골인했다.

비록 아쉽게 쑨양에게 밀려 금메달은 놓쳤지만, 박태환은 2회 연속 올림픽 메달 획득이라는 금자탑을 세웠다. 박태환을 제외하고는 아직까지 올림픽 수영에서 우리가 메달을 따낸 적이 없다. 베이징올림픽 400m에서 금메달을 획득하며 한국수영 초유의 신기원을 연 박태환은 2회 연속 금메달은 무산됐지만 연속 대회 메달 획득이라는 또 하나의 금자탑을 세웠다.

당초 박태환은 예선에서 3분46초68로 3조 1위로 통과해 전체 4위에 해당하는 기록을 냈으나 출발 직전 상체를 움직였다는 이유로 실격을 당하는 황당한 일을 겪었다. 4년간 준비해온 모든 노력이 자칫 수포로 돌아가 버릴 위기에 처하자 한국선수단과 한국수영연맹은 마이클 볼 코치와 함께 국제수영연맹(FINA)에 이의신청과 비디오 판독을 요청했다.

심판진에 1차 이의신청을 했을 때는 받아들여지지 않았으나, 박태환 측은 포기하지 않고 FINA에 2차 이의신청을 했다.

모두가 초조해하며 결과가 나오기만을 기다렸고, 결국 FINA는 경기가 끝난 지 4시간여 만에 박태환의 출발이 문제가 없었다는 최종판정을 내렸다. FINA는 박태환의 스타트 반응 시간은 문제가 없었고, 어깨 움직임도 고의가 아닌 습관에 의한 행동이라며 실격 판정을 철회했다.

FINA가 실격 판정을 번복한 것은 25년 만에 처음이었고, 박태환은 극적으로 결선에 진출했다. 대부분 전문가들이 25년간 전례가 없었기 때문에 번복은 힘들 것으로 예상했기에 기적과도 같은 판정이었다.

애가 타는 마음으로 기다리다가 극적으로 결선에 오른 박태환은 출발 신호가 울리기 무섭게 초반부터 매섭게 치고 나갔다. 시작부터 300m를 돌때까지 박태환은 1위 자리를 내주지 않으며 금빛 물살을 갈랐다. 250m를 턴할 때는 세계신기록보다 앞서며 기록 경신에 대해서도 기대를 갖게 했다.

하지만 박태환은 350m 지점을 지날 때 쑨양에게 역전을 허용하더니 결국 격차가 더 벌어져 아쉽게 올림픽 2연패가 무산됐다.

박태환은 실격판정의 소동 때문이었는지 평소답지 않게 비장의 카드였던 돌핀킥을 이용한 기술을 제대로 사용하지 못했고, 막판에는 특유의 장기인 스퍼트도 발휘하지 못했다.

오히려 쑨양이 50m를 남기고 무서운 막판 스퍼트로 박태환과 격차를 벌렸다. 편한 마음으로 결승을 차분하게 기다려야 될 박태환이 석연치 않은 실격 판정으로 인해 컨디션 조절에 다소 애를 먹지 않았느냐는 분석이다.

박태환 역시 경기가 끝난 뒤 믹스트존에서 진행된 인터뷰에서 “실격 판정 후 이의신청 결과가 나올 때까지 계속 숙소에서 기다렸다. 오후에 경기가 있는 것도 아니고 없는 것도 아니기에 계속 기다려야 해서 많이 답답했다”고 당시 심경을 토로했다.

박태환은 인터뷰 내내 밝은 표정을 유지하려 했으나, 끝날 무렵에는 눈시울을 붉히더니 그만 눈물을 터트려 아쉬운 마음을 대변했다.

세계신기록 경신을 목표로 할 정도로 컨디션에 자신감이 있었던 박태환이었다. 그러나 뜻밖의 실격소동을 겪는 암초를 만나면서 아무래도 제 실력을 다 발휘하지 못한 아쉬움이 큰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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