덤덤하게 범행 재연하다 끝내 눈물‥유족ㆍ주민들 분노

(통영=연합뉴스) 통영 여 초등생 살해 사건의 현장검증이 26일 오전 실시됐다.

한모(10ㆍ초4)양을 성폭행하려다 살해ㆍ암매장한 혐의를 받고 있는 김모(44)씨가 유족과 주민 등이 지켜보는 가운데 범행을 재연했다.

김씨는 대체로 덤덤하게 현장검증에 임했지만 한 양의 시신을 자신의 트럭으로 옮기는 장면을 재연하면서 끝내 눈물을 보였다.

유족들은 오열했고, 주민들은 김씨에게 고성을 지르거나 양산으로 김씨의 머리를 내려치는 등 분노했다.

◇ 덤덤하게 범행 재연‥눈물 보이기도
김씨는 경찰호송버스에 태워져 이날 오전 9시50분께 사건 발생 장소인 통영시 산양읍의 한 마을에 도착했다.

호송차량에서 내린 김씨는 얼굴을 가리는 모자나 마스크를 쓰지는 않았다. 짙은 남색 상의에 검은색 등산바지 차림이었다.

김씨가 먼저 향한 곳은 한 양이 자신을 태워달라고 말했다는 버스정류장.

김씨는 버스정류장에서 당시 상황을 진술할 때나 한 양을 트럭에 태운 뒤 손을 결박하는 장면 등을 재연할 때까지만 해도 고개를 숙이지도 않고 취재진 쪽을 바라보기도 하면서 덤덤하게 현장검증에 응했다.

그러나 자신이 세 들어 사는 마을 회관에 도착, 방에서 한 양을 살해할 당시를 재연할 때는 눈을 지그시 감거나 고개를 숙이는 등 동요하는 모습을 보였다.

김씨는 '한 양을 어떻게 했냐'는 경찰의 질문에 눈을 지그시 감고 1~2초간 침묵하다가 "그냥 죽였습니다"라고 대답했다.

그는 숨진 한 양을 마대자루에 싸서 회관 마당에 있는 트럭 짐칸에 이를 싣는 모습을 재연하다가 끝내 눈물을 보였다.

김씨는 "죽을 죄를 졌다. 아름이가 다음 세상에서 편히 살았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오열하는 유족‥화난 주민들
이날 통영 여초등생 살해 사건 현장검증에는 한 양의 아버지를 포함, 유족 10여명이 나와 오열했다.

한 양 아버지는 처음에 "차마 못 보겠다"며 현장 가까이에 나오지 않으려고 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그는 김씨가 한 양의 휴대전화를 맨홀에 버리는 장면을 재연하는 것을 20여m 정도 떨어진 곳에서 지켜보다가 결국 뛰쳐나와 눈물을 쏟아냈다.

인근의 김씨 아버지 집에 들어가서 "(범행 사실을) 알았을텐데 왜 말 안했냐"며 통곡하기도 했다.

주민 등 50여명도 먼 발치에서 김씨의 범행 재연을 지켜봤다.

현장검증을 보기 위해 다른 마을에서 일부러 왔다는 장모(여ㆍ58)씨는 화를 참지 못하고 김씨의 머리를 양산으로 내려치기도 했다.

장씨는 "딸 키우는 입장에서 너무 화가 난다"며 분을 삭이지 못했다.

주민 대부분은 '어찌 그 어린 아이에게 그럴 수 있느냐"며 격앙된 반응을 보였다.

◇사과문 작성한 김씨 아버지‥"유족들에게 죄송한 마음 표할 길 없어"
숨진 한 양과 같은 마을에 살고 있는 김씨 아버지는 이날 현장에 나오지 않고 집에 계속 머물렀다.

그는 "내가 가면 어딜 가겠어"라며 "동네를 놀라게 했고 그 어린 아이에게 피해를 줬으니 무엇이라도 해야겠다는 생각에 사과문을 작성했다"고 했다.

A4용지 한 장짜리 사과문에는 '유족과 마을 주민들에게 대신 사과를 드린다. 이 시간부터는 다 잊고 새출발 하길 바란다'는 내용이 담겼다.

김씨 아버지는 조만간 이장을 통해 주민들에게 사과문을 전달할 생각이라고 밝혔다.

한편 베트남 출신인 김씨 부인과 두살배기 딸은 현장검증이 시작되기 전인 이날 오전 7시께 서둘러 마을을 떠난 것으로 확인됐다.

김씨 부인은 김씨가 체포된 뒤 사람들과 만나기를 꺼려하는 등 심적 불안을 겪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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