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위스 유학경험 작용…안정 이미지 노려"
"아버지보다 훨씬 개방적 리더십 보일 듯"

(서울=연합뉴스) 주민과 적극적 스킨십 등 파격적인 행보를 보여온 김정은 국방위원회 제1위원장이 25일 `퍼스트레이디'의 존재를 대내외에 확인해준 것은 또다른 차원의 파격으로 볼 수 있다.

북한의 최고지도자가 퍼스트레이디의 존재와 정체를 공개한다는 것은 적어도 김정일 국방위원장 시절에는 상상하기 어려운 `사건'이라는 점에서다.

김 위원장은 성혜림, 김영숙, 고영희, 김옥 등 공식·비공식적으로 4명의 부인을 둔 것으로 알려져 있지만 북한매체에서 이들의 이름을 찾아보기는 거의 불가능하다.

넷째 부인으로 알려진 김옥은 2011년 김 위원장의 중국 방문과 김 위원장 장례식 때 북한매체나 외국언론을 통해 얼굴이 공개되기는 했지만 북한이 `김옥=퍼스트레이디'라고 확인한 적은 없다.

김 1위원장이 지도자로 등극한 지 불과 7개월 여 만에 부인을 전격 공개한 배경에 대해 전문가들은 김 1위원장의 선진국 유학 경험이 반영된 것이라는 분석을 내놓는다.

정성장 세종연구소 수석연구위원은 "스위스에서 4년 반 유학하면서 가족 중심적인 서구문화에 영향을 받았기 때문"이라며 "보수적인 문화를 가진 북한의 노년층에는 거부감을 줄 수 있지만 변화를 동경하는 청년층, 특히 젊은 여성들의 호감을 살 수 있을 것"이라고 점쳤다.

또 "정치에서는 1인 독재체제를 유지하겠지만 문화적으로는 김정일 시대에 비해 훨씬 개방적인 태도를 보일 것"이라고 내다봤다.

만 28세에 불과한 어린 김 1위원장이 `연륜 부족'이란 이미지를 보완하고 안정감을 돋보이게 하기 위한 전략이라는 분석도 적지 않다.

양무진 북한대학원대학교 교수는 "김정은이 어리고 경험 없다는 것을 불식하면서 안정감을 주겠다는 측면에서 볼 수 있다. 개방적 리더십을 보여주면서 김일성, 김정일의 통치행태와 차별화하겠다는 것"이라고 풀이했다.

양 교수는 김 1위원장의 아버지인 김 위원장이 부인을 여럿 뒀다는 점을 감안해볼 때 "위험한 도박일 수도 있다"는 견해를 내놓기도 했다.

김 1위원장의 결혼설은 후계체제가 공식화된 2011년을 전후해 여러 차례 흘러나왔지만 그동안 확인된 적은 한 번도 없다.

일부 매체는 김 1위원장이 2010년 봄 김일성종합대학 출신 여성과 결혼했다는 소문이 북한 내에서 확산되고 있다는 소식을 전하기도 했다.

당시 두 살 연하의 부인은 함경북도 청진시 출신으로 대학교원인 아버지와 의사인 어머니 사이에서 태어났다는 주장이 나왔다. 부부 사이에 자녀가 있다는 소문도 나돌았다.

북한 내부에 정통한 한 대북소식통은 리설주가 인민보안부 협주단 등에서 예술인으로 활동했고, 김 1위원장과 결혼하면서 김일성종합대학 특설반에서 6개월 정도 퍼스트레이디 교육을 받았다고 밝혔다.

이 소식통은 리설주가 최근 파격적인 공연으로 국제사회의 눈길을 끈 모란봉악단의 결성을 주도했다고 전했다.

북한이 이 여성의 존재를 이달 7일 외부에 공개해놓고서도 정작 퍼스트레이디라는 사실은 20일 가까이 지나 확인해준 점도 궁금증을 자아내는 대목이다.

지난 7일 조선중앙TV는 김 1위원장이 그 전날 모란봉악단의 시범공연을 관람했다는 소식을 전하면서 리설주의 모습을 공개했다.

리설주는 당시 김 1위원장 곁에 앉아 공연을 관람했지만 중앙TV는 그의 이름을 언급하지 않았다.

리설주는 김 1위원장이 김일성 주석 18주기를 맞아 금수산태양궁전을 참배한 지난 8일과 평양 창전거리내 경상유치원을 현지지도한 15일에도 김 1위원장과 동행했지만 북한 매체는 그의 정체에 대해 함구로 일관했다.

이에 대해 일부 전문가는 김정일 시대에 `퍼스트레이디 공개'는 상상할 수 없는 일이었던 만큼 김정은 체제가 `속도조절'을 한 것이 아니냐는 분석을 내놓는다.

또 김 1위원장이 지난 18일 원수 칭호를 받아 권력 승계 후속작업을 완료하고 어머니인 고영희 묘비를 세우는 등 안팎으로 `대소사'를 끝냈기 때문에 리설주의 존재를 과감하게 공개했다는 관측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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