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상병 정치평론가

새누리당이 과거 한나라당과 다른 가장 큰 특징은 ‘쇄신’의 이미지가 강하게 반영돼 있다는 점이다. 박희태의 한나라당, 안상수의 한나라당 이미지를 깨끗이 털어내고 박근혜의 새누리당으로 거듭남으로써 19대 총선에서 압승을 이끌 수 있었다.

어디 그뿐인가. 이명박 정부 임기 말에 터져 나오는 권력층의 온갖 비리 의혹에도 박근혜 후보에 대한 국민의 지지는 여전히 견고하다. 이는 쇄신을 내건 박근혜의 새누리당이 이명박 정부와도 상당 부분 차별성을 부각시키는 데 성공했다는 근거이기도 하다.  

갑자기 역주행하는 새누리당

그런데 최근 새누리당이 갑자기 쇄신의 길에서 역주행하고 있다. 여론은 물론이고 새누리당 내부에서도 쇄신 후퇴를 경고하고 있음에도 역주행 속도는 거의 질주하는 분위기이다. 이러한 역주행의 끝이 무엇인지를 상상하기는 그리 어렵지 않다. 당장은 대선 패배로 귀결될 것이며, 더 크게는 새누리당에 대한 불신으로 연결될 것이다. 물론 아직은 정상궤도로 진입할 시간은 많이 남아있다. 그럼에도 우려스러운 것은 자신들이 역주행을 하고 있다는 사실조차 모르고 있다는 점이다.

박근혜 후보는 얼마 전 한 토론회에서 5.16 군사쿠데타를 ‘최선의 선택’이요 ‘바른 판단’이었다고 옹호했다. 심지어 유신독재 체제를 평가해 달라는 기자들의 요구에 ‘역사의 판단’에 맡겨야 한다고 발을 빼버렸다. 너무도 명백한 사실(史實)이요, 이미 역사적으로도 정리가 된 내용을 박근혜 후보는 그 내용마저 부인하고 아버지 박정희를 옹호했다. 박근혜 후보의 이런 시대착오적인 역사관에 과연 우리 시대 젊은이들이 얼마나 동의하고 공감할 수 있겠는가. 이 또한 미래로 가는 것이 아니라 역사를 거꾸로 뒤집는 역주행에 다름 아니다. 박근혜의 미래가 고작 박정희 시대와 통하는 것인지 참으로 이해하기 어렵다. 왜 스스로 ‘대선후보 박근혜’가 아니라 ‘박정희 프레임’에 갇히려고 하는지 안타까울 따름이다.

인사청문회에서 나온 새누리당의 발언도 귀를 의심케 한다. 지난 18대 국회에서도 통과되기 어려운 김병화 대법관 후보자에 대해 새누리당 이한성 간사는 “치명적 부적격 사유는 없다”고 평가했다. 대법관 후보자가 위장전입, 다운계약서에 세금탈루, 그리고 저축은행 사태 연관설 등으로 여론의 비판을 받고 있다면 이것이 치명적인 결점이지, 무슨 중죄를 지어야만 치명적인 결점이란 말인가. 게다가 이러한 문제로 인사청문보고서 채택을 거부하고 있는 민주당을 향해 ‘횡포’라고 비난했다. 18대 국회 때 한나라당의 구태를 보는 딱 그 느낌이다. 이 또한 새누리당의 쇄신 이미지에 먹칠하는 발언이다.

현병철 국가인권위원장 후보자에 대한 새누리당의 평가도 예외가 아니다. 차마 입에 담기도 어려울 정도로 현병철 후보자에 대한 세간의 평가는 부정적이다. 오죽했으면 국제 인권단체까지 비판적인 입장을 내놓았겠는가. 그러나 새누리당 홍일표 원내대변인은 “직무를 수행하는 데 결정적인 하자가 있다고 보기는 어렵다”고 두둔했다. 도대체 무슨 일이 있어야 직무를 수행하는 데 결정적인 하자가 있다는 것일까.

이런 발언은 19대 국회에 임하는 새누리당 인사청문회 평가의 기준이 될 것이며, 두고두고 새누리당 발목을 잡을지도 모를 일이다. 새누리당은 겉으로는 쇄신의 옷으로 갈아입었다. 그러나 체질이나 의식, 그리고 국민과 소통하는 대목에서는 여전히 과거 한나라당 그 모습이다. 사람이나 정당 모두 제대로 변하기는 참으로 어려운 일인가 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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