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옥랑 꼭두박물관 관장

옥랑문화재단을 처음 만들 때, 내 머리를 떠나지 않았던 생각은 ‘문화예술 활동의 지원이 어떤 방향으로 이루어져야 하는가?’하는 것이었다.

그동안 옥랑문화재단은 ‘전통의 현재적 재창조’라는 기치를 내건 동숭아트센터와 발을 맞추어 한국 전통문화의 숨결을 현재의 언어로 풀어내는 작업을 지원해왔다. 그리고 이미 유명해진 작가보다는 새로운 감수성을 지닌 예술가 육성에 중점을 두고 그들의 창작 활동을 지원하고자 힘쓰고 있다.

옥랑문화재단이 서울국제여성영화제와 손을 잡고 새로운 영상언어를 지향하는 여성 다큐멘터리의 제작을 지원하게 된 것도 그런 맥락에서 이루어진 일이었다. 재단이 위치해 있는 동숭아트센터에서 영화제가 개최된 것이 그 인연의 시작이었다. 제4회 영화제가 열린 2002년에는 장소만 제공하는 역할에서 벗어나, 여성 다큐멘터리 제작을 지원하는 ‘다큐멘터리 옥랑상’을 제정하게 되었다. 2008년 제10회에는 지원규모를 확대하여 ‘다큐멘터리 옥랑문화상’으로 그 이름이 바뀌었고, 2010년 제12회부터 ‘피치&캐치’ 다큐멘터리 부문으로 새롭게 재편성하여 운영되고 있다. 이 프로그램은 피치와 캐치의 이름이 던지고 받는다는 쌍방적인 행위를 일컫는 것처럼 상호적인 협력을 강조한다. 그래서 제작이 완료된 작품이 아니라, 작품 제작의 아이디어를 보고 미리 지원하는 특징을 지니고 있다.

올해까지 다큐멘터리 옥랑문화상은 총 11회를 이어오며, 새로운 영상문화를 개척하는 이들에게 좋은 자극제가 되어왔다. 1기 수상작 ‘왠지 작은 찻잔과 밥그릇’부터 올해 14기 수상작 ‘너무 소중했던, 당신’에 이르기까지 모든 작품들이 나에게는 소중하다. 재단과 영화제가 서로 함께 힘을 합하여 10년이 넘는 세월을 노력해오면서 이루어낸 것이기 때문이다. 특히 IMF 사태를 맞아 한국경제가 한참 어려울 때, 시작된 영화제이기에 그 느낌이 남다를 수밖에 없다.

옥랑문화재단은 설립된 이래, 세상에서 소외받는 문화예술에 대해 계속 관심을 기울여 왔다. 그래서 이른바 비(非)주류예술과 소수문화에 대한 애정 어린 지원을 지속해 왔고, 영화제에 대한 지원도 자연스럽게 이루어졌다. 출중한 신예 감독들의 다큐멘터리가 세상에 나오는데 옥랑문화상이 조그만 기여를 할 수 있었다는 점에 나는 기쁨을 느낀다.

특히 능력 있는 여성감독들이 많이 등장하고, 여성영화 인력이 점차 늘어나고 있다는 것은 매력적인 일이다. 옥랑문화재단도 이런 움직임과 함께 발맞추어 나가기 위해, 2012년에는 영화제에 ‘애니메이션 꼭두문화상’을 신설하였다. 애니메이션이라는 또 다른 장르의 예술이 꽃피우는 데 좋은 계기가 되기를 바랄 뿐이다. 서울국제여성영화제가 쌓아올린 오늘날의 위상은 영화제 관계자는 물론이고, 관객들의 적극적인 참여와 관심이 있었기에 가능했음을 잘 알고 있다. 영화제가 앞으로도 한국영상문화의 발전에 이바지하는 아름다운 여성영상축제로 발전해 나가길 나는 진심으로 기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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