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 “자신의 입장 아닌 사회질서적인 측면에서 생각해야”
“공적 권력 직·간접적 이용해 자기 종교 확대하면 종교편향”

[천지일보=강수경 기자] 종교편향 논란으로 온통 떠들썩하다. 국가인권위원회(인권위)가 종교자유정책연구원(종자연, 대표 박광서)과 체결한 종교차별 연구용역에 대해 개신교계가 ‘종교편향’적 처사라고 비난하며 종교계에 논란을 불러일으켰다.

또 최근에는 개신교인인 김신 대법관 후보자가 과거 재판 시 이해당사자들 간 기도를 유도하고 자신도 ‘아멘’으로 답하는 등 신앙적인 발언을 해 여론의 도마에 올랐다.

다수 종교언론, 종교단체, 네티즌 등은 이에 대한 엇갈린 견해를 내놓으며 공방이 치열하다. 이에 ‘종교편향’이 특정 종교의 견해를 기준삼아 판단되는 것은 위험하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인권위-종자연 용역계약… 개신교계 “종교차별” 맹공격
최근 개신교계는 국가인권위원회와 종교자유정책연구원의 용역 계약 체결에 대해 ‘종교편향’이라며 맹공격을 가하고 있다.

국가인권위가 올초 ‘종교에 의한 차별실태와 개선방안 연구’에 대한 용역을 공시했다. 1차와 2차 공시에서 참여 단체가 없어 유찰돼, 지난 5월 16일 3차에서 최종적으로 종자연과 수의 계약을 맺었다.

종자연은 불교계 인사를 주축으로 한 단체이며 기타 종교에서 소수 인사들이 참여하고 있다. 이에 개신교계 언론들은 연일 종자연에 대해 ‘개신교를 공격하는 단체’라고 비난하며 용역계약이 종교편향이라고 주장하는 기사를 내보내고 있다.

개신교계 단체들도 똘똘 뭉쳐 인권위와 종자연을 비난하는 성명‧광고 등을 내며 구체적인 항의 행보를 이어오고 있다.

지난 5일에는 한국장로교총연합회, 예장합동, 예장통합, 한국교회언론회, 미래목회포럼, 공공정책포럼 등 권위 있는 교계 지도자들이 대거 출동, 인권위를 방문해 용역계약을 취소하라며 압박했다.

현병철 인권위원장은 비공개 간담회를 진행한 후 심각한 종교 갈등을 우려하며 법적 검토를 해보겠다는 의사를 밝힌 것으로 알려졌다.

반면 진보시민단체들은 개신교계의 행태를 비판했다. 종교문화연구원 이찬수 원장은 “인권위가 종자연과 수의계약을 한 것은 1차‧2차 입찰이 유찰돼 이뤄진 것이다. 인권위가 불교계에 연구용역을 몰아주기 위해 일부러 계약을 한 게 아니다”고 말했다.

학교종교자유를위한시민연합(학자연) 류상태 대표는 “개신교의 배타적이고 독선적인 교리와 공격적 선교정책이 온갖 사회 갈등을 부추기고 있다는 사실을 정말 모르는가”라며 역으로 개신교계에 자성을 촉구했다.

◆김신 대법관 후보자 발언 논란… 사회여론 “종교편향”
최근에는 개신교인인 김신 대법관 후보자의 종교편향적인 언행이 논란이 되고 있다. 지난 12일 대법관 후보자 인사청문회에서는 개신교인인 김신 후보자의 언행이 여야의 집중적인 질타의 대상이 됐다.

김신 후보자가 대법관 후보가 된 후 ‘최종 결재자는 하나님’이라고 발언했던 점과 민사재판 도중 이해관계자들에게 기도하게 하고 ‘아멘’으로 답한 점이 이번 질타의 집중 대상이 됐다.

이 밖에 ‘부산‧울산 지역 성시화’ 발언과 본인의 저서에 ‘지진은 하나님의 경고’라고 표현한 점도 문제가 됐다.

김신 대법관 후보자에 대한 ‘종교편향’에 대한 시각은 개신교와 타 종단 간 극명하게 대립된다.

조계종 종교평화위원회(종평위, 위원장 혜용스님)와 대한불교청년회(대불청)는 지난 10일과 9일 각각 성명을 내고 김신 후보자에 대해 공식사과와 자진사퇴를 촉구했다.

가톨릭계 오피니언들은 가톨릭언론을 통해 김신 후보자의 언행을 지적했다.

반면 개신교계는 ‘마녀사냥식 공격’이라며 역으로 ‘종교편향’을 받고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한국장로교총연합회(한장총, 대표회장윤희구 목사)와 한국교회연합(한교연, 대표회장 김요셉 목사)은 12일 성명을 내고 민주당과 불교계에 ‘종교편향적 공격을 중단하라’고 촉구했다.

공인인 개신교계 인사의 언행을 놓고 개신교계와 비개신교계의 대립 양상이 나타난 것이다.

◆전문가 “자기 종교입장에서 판단하기보다 객관적으로 봐야”
종교인의 공직생활이나 공직자가 펼치는 종교 활동은 ‘종교편향’이라는 민감한 문제에 직면하게 된다. 어느 선까지가 ‘종교편향’인지 객관적인 판단을 내리기가 어렵기 때문에 항상 논란의 여지가 있다.

김신 대법관 후보자와 종자연의 사례에서 공통점으로 지목해 볼 수 있는 것은 논란의 중심에 ‘개신교’가 있다는 것이다.

개신교계는 인권위-종자연 계약에 대해서는 종자연의 주요 인사가 불교계라는 점을 들어 ‘개신교를 말살시키려는 비윤리적인 불공정 계약’이라고 비난하고 있다. 개신교인인 김신 대법관 후보자에 대해서는 “지나친 꼬투리잡기”라며 감싸고 있다.

타 종교계는 ‘개신교의 배타적인 태도가 오히려 종교편향을 부르고 있다’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전문가들은 ‘나와 종교가 다르기 때문에’라는 편향적인 시각으로 ‘종교편향’을
판단할 우려가 있다고 지적한다.

서울대 종교학과 윤이흠 명예교수는 “종교편향은 특정 종교의 입장에서 ‘우리 종교를 편향한다’고 주장하는 것도 되고, 또는 종교‧사회언론이 특정 종교에 대해서 잘못된 시각으로 보는 것도 종교편향이 될 수 있다”며 “여러 측면에서 볼 수 있지만 ‘사회질서’ 측면에서 판단해야 한다”며 객관적인 시각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각 종교의 입장에서 판단할 것이 아니라 객관적인 기준으로 ‘종교편향’을 판단하는 성숙한 사회인의 모습을 보여야 한다는 것이다.

문화체육관광부는 2008년 12월 발표한 ‘공직자 종교중립 교육’ 자료에서 “종교편향이 대체로 정교분리의 원칙이 적용되는 국가에서 문제가 된다는 점에서 편향의 주체는 주로 국가 및 지방자치단체 등 공공기관인 경우가 많다”고 명시하고 있다. 종교 활동이 공적인 곳에서 일어날 경우 종교편향이 될 수 있다는 뜻이다.

이찬수 원장은 “우리나라는 종교의 자유가 보장돼 있고, 정치와 종교가 헌법상 분리돼 있다”며 “공직자가 공직의 권력을 직간접적으로 이용해서 개인의 종교를 확대하려고 하는 것을 ‘종교편향’으로 봐야 한다”고 말했다. 아울러 그는 “종교편향에 대한 일반‧객관적이고 건강한 기준이 존재하리라고 본다”고 말했다.

우리 사회의 종교편향에 대한 판단이 특정종교를 기준한 것이 아니라 사회 전체를 생각하는 폭넓은 수준에서 이뤄져야 한다는 목소리에 힘이 실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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