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지일보=이옥미 기자] 러시아 정부가 자국 의회의 반정부 성향 비정부기구(NGO) 통제 및 인터넷 검열 강화 법안 채택을 비판한 미국을 비난하고 나섰다.

러시아 외무부는 13일(현지시간) 논평을 내고 “러시아의 NGO 법안과 인터넷 검열 강화 법안 등에 대해 미국 관리, 특히 국무부 대표가 우려를 표시하는 성명을 낸 것에 주목한다”며 이는 러시아의 내정에 대한 간섭이라고 공세를 펼쳤다.

외무부는 “이 같은 시도는 헌법을 철저히 준수해 이뤄지는 러시아 국가 기관의 활동과 주권적 입법 절차에 대한 아주 적절치 못한 무례한 간섭”이라고 비난했다.

논평은 또 “러시아도 미국 의회의 특정 논의나 결정에 항상 만족하는 것은 아니지만 미국의 입법 활동에 대한 간섭 시도를 철저히 자제해 왔다”며 “러-미 양국의 진정한 파트너십 구축에 중요한 이 같은 문제에서 상호주의가 적용되길 기대한다”고 요구했다.

지난 11일 패트릭 벤트렐 미국 국무부 부대변인은 러시아 하원이 외국의 자금 지원을 받아 활동하는 자국 내 NGO를 통제하는 법안을 심의하는데 우려를 표시한 바 있다. 이에 앞서 힐러리 클린턴 미 국무장관도 NGO 법안은 러시아 국민을 위협하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러시아 국가두마(하원)는 13일 외국의 자금 지원을 받아 정치적 활동을 하는 비정부기구(NGO)에 ‘외국 기관’이란 낙인을 찍는 법안을 최종 통과시켰다. 이에 야권이나 시민단체 등은 블라디미르 푸틴 정부가 새로운 법을 통해 반정부 성향의 NGO들에 대한 압박을 강화하려 한다며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러시아에서 ‘외국 기관’이란 표현은 옛 소련 시절 자국 내에서 암약하던 외국 스파이나 국가반역자 등을 연상시키는 부정적인 표현이다. 새 NGO법에는 외국의 자금 지원을 받는 NGO들에 ‘외국 기관’이란 꼬리표를 붙임으로써 정부 편이 아닌 NGO들의 이미지에 흠집을 내려는 의도가 깔려 있다는 지적이다.

하원은 이에 앞서 11일 불법 콘텐츠를 갖춘 인터넷 사이트들의 ‘블랙리스트’를 작성해 제재를 가하는 내용을 담은 정보법 개정안도 통과시켰다. 어린이들에게 유해한 내용을 포함한 것으로 판단된 인터넷 사이트들을 관계 당국이 법원의 허가를 받지 않고 폐쇄할 수 있는 권리를 부여한 법안이다.

하지만 정보관련 업체들과 시민단체 등은 이 법안도 무분별한 인터넷 검열에 악용될 수 있으며 언론의 자유를 침해하는 것이라고 비판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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