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오전에는 새누리당 박근혜 전 비대위원장이 제18대 대선출마를 공식 선언했다. 영등포 타임 스퀘어에서 가진 출정식에서 박 전 위원장은 국정운영 기조를 ‘국가에서 국민으로 바꾸겠다’고 호언하며 민생(民生)을 외쳤다. 반쪽 경선과 불통으로 각인되어 온 그로서 왠지 출정식의 슬로건은 국민들의 가슴으로 파고 들어가질 못하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면 필자만의 생각일까. 지적하고 싶은 것은 굳이 박 전 위원장의 공약만을 흠집 내고자 하는 것은 결코 아니다.

여야를 막론하고 대선 레이스에 오른 그 어떤 주자도 예외는 아닐 것이다.

무엇을 말하고자 함일까.

과연 주자들은 이 시대 즉, 글로벌 시대라고 일컫는 세계화 시대를 얼마만큼 인식하고 있으며, 특히 이 한반도 내지 한반도를 둘러싼 주변국의 움직임이 향후 어떤 변화를 가져오게 될 것이며, 세계는 물론 이 한반도에 어떠한 직접적인 영향을 미칠 것인지에 대한 우려와 관심은 있는지 묻고 싶다. 오직 국민들에게 잘 보여 표만 얻고 보겠다는 얄팍한 계산만 앞세우는 지도자의 입만 또 쳐다봐야 하는 앞날을 생각하니 마음이 무겁다.

‘숲을 보고 나무를 보라’는 격언이 있다. 오늘날의 시국관이야말로 세계관과 미래관을 앞세운 국가관을 갖는 식견이 필요한 시대요, 그러한 안목과 식견을 가진 지도자를 국민들은 바라고 있는 것이다. 동정론에 의해서도, 한풀이를 위해서도 필요한 자리가 아님을 잊어선 안 될 것이다.

유구한 역사와 찬란한 문화를 이 땅 이 민족에게 허락했어도 오늘날 이 나라 이 지도자와 백성이 무지해 그 찬란한 역사와 문화를 간직하고 지켜내지 못하는 아픈 현실을 맞고 있다. 뽐내지는 못할망정 송두리째 빼앗기고 사라져버리게 될 위기에 처했는데도 감각도 인식도 없이 무조건 국민들을 잘 먹고 잘살게 해주겠다고 하니, 깨어있는 국민이라면 그 공약을 과연 얼마나 믿어줄까.

중국은 지난 2002년부터 2007년까지 중국 정부 직속인 중국사회과학원에서 고구려사와 발해사를 중국의 역사로 편입시키려는 소위 ‘동북공정(東北工程)’을 추진해 왔다. 그 후 주춤한 줄로만 알았으나 그 역할을 지방행정으로 옮겨 아예 한민족의 고대사이며 뿌리인 고조선의 역사와 부여의 역사까지 중국의 고대 역사로 편입시키려는 작업을 지속적으로 해왔던 것으로 드러났다. 그것도 일부 개인과 학자의 주장도 아니고 국가가 나서 이 한민족의 역사와 문화를 송두리째 없애려고 주도면밀히 추진해 왔다는 사실을 알게 될 때 소름이 끼치지 않는다면 과연 이 나라 백성일까. 물론 그런다고 해서 진실이 바뀌어질 리는 없다. 저들이 거짓과 왜곡을 일삼을수록 자신들의 거짓이 드러나는 일밖엔 없다는 진리가 분명 기다리고 있다는 것도 알고 있다. 그러나 문제는 우리의 문제의식이 없는 그 자체가 문제라는 것을 꼬집고자 하는 것이다. 당리당략 외에는 뒷전이고, 개인이 중국 정부를 상대로 힘겨운 싸움을 하고 있다 하더라도 돌아오는 것은 비웃음뿐이다.

뿌리가 없는 나라가 어디에 있단 말인가. 외형적으로 성장만을 강조해 왔지, 민족의 정체성을 놓고 고민하지도 찾으려하지 않는 이 민족, 그러한 이 민족 지도자들의 성향을 잘 아는 주변국들은 이 민족의 역사를 지금까지 좀먹어 왔고 앞으로도 좀먹어갈 것이 뻔하다. 어찌 매국노(賣國奴)가 따로 있을까.

그렇다면 ‘이 민족 지도자들의 성향’이 뭔가. 그것은 바로 ‘현실 안주’다. 다시 말해 사대주의(事大主義)에 길들여져 있고 식민사관(植民史觀)에 박제(剝製)화된 그 교육과 의식 그리고 가치관을 바꾸기엔 너무나 큰 희생이 따르기 때문에 그것이 싫은 것이다. 이러한 사상은 오늘날 그들의 ‘기득사관(旣得史觀)’이 되어 삶과 명예의 수단과 직결되어 좀처럼 놓으려 하지 않고 있다. 민족과 역사보다 자신과 가문의 영광과 위신과 밥줄이 앞서다 보니 알아도 모른 체 그저 입에 발린 소리나 하는 입장이 되고 만 것이다.

거기에다 나와 다르면 이단시하고 터부시하는 편견과 편향된 의식과 가치관이 한몫을 더하고 있다.

이러한 현실을 직시하고 해결하고자 하는 노력이 없이는 즉, 근본적 해결 없이는 민족의 뿌리는 영원히 묻힐 수밖에 없을 것이고 주변국의 노리개로 다시 전락하고 말 것임을 명심해야 할 것이다.

모처럼 찾아온 기회, 세계화의 중심국으로 우뚝 설 수 있는 절호의 기회, 진정 나를 내려놓고 나라와 민족과 국민을 사랑할 수 있는 위대한 지도자를 이 시대는 요구하고 있음을 잊어선 안 될 것이다.

어느 편에 설 것인가를 놓고 고민해야 하는 나라는 끝내야 한다. 그 저울질이 구한말 이 민족에게 비운을 안겨줬다는 사실을 명심해야 하며, 이제는 우리가 어느 편에 설 것인가를 고민하는 게 아니라, 우리 편에 설 수 있게 하는 중심국으로의 면모를 이 나라는 만들어가야 함을 잊어선 안 될 것이다. 이젠 적어도 이 나라 국민의 의식과 힘은 그 역할을 할 수 있는 지도자를 충분히 배출해 낼 수 있는 역량도 함께 갖췄음을 믿어 의심치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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