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보·보수 문인계 등 거센 반발

[천지일보=명승일 기자] 한국교육과정평가원(평가원)이 내년부터 개정하는 중학교 국어교과서에 정치적 중립성을 이유로 들어 민주통합당 도종환 의원의 시를 싣지 말도록 출판사에 권고한 데 대해 9일 정치권과 문인계가 진보와 보수를 떠나 강하게 반발했다.

새누리당 이정현 최고위원은 이날 최고위원회의에서 “교과서에서 삭제하느냐 마느냐 여부는 정치인, 특히 국회의원의 여러 가지 문제에 대한 공감대 형성이나 사전에 분명한 기준을 두고 해야 한다”고 밝혔다.

민주통합당 김현 대변인 역시 비난의 날을 세웠다.

김 대변인은 “교육과정에서 특정정당이나 종교, 인물들을 선전하거나 정치적 또는 개인적 편견이 담겨서는 안 된다는 이유라고 하는데 참으로 황당하다”고 꼬집었다.

문인계도 비슷한 반응을 보였다. 보수 성향의 문인단체인 한국문인협회 정종명 이사장은 기자와의 통화에서 “문인의 한 사람으로서 황당한 조치라고 생각한다”고 했다.

이어 “차제에 그런 규정을 폐기하거나 수정해야 한다. (도 의원은) 국회의원 이전에 우리 문단에서 능력을 인정받는 중견 시인”이라고 도 의원을 옹호했다.

진보 문인단체인 한국작가회의 공광규 사무총장은 “문학적 표현의 자유에 대한 심각한 침해”라고 반발했다. 그는 “도종환의 시를 국회의원이라는 이유로 삭제해야 한다고 권고하는 것은 상당한 정치적 함의가 있다”면서 “정치적 영향으로부터 독립된 평가원의 결정이 필요하다”고 했다.

도 의원의 작품은 7차 교육과정 개편 당시인 지난 2002년부터 교과서에 실려왔다. 이 때문에 국회의원이 되기 10년 전부터 선정된 작품을 지금에 와서 싣지 말라는 데 대해 문제가 많다는 지적이 거세다. 도 의원이 야당 의원이 됐다는 이유로 싣지 말라고 하는 것은 어불성설이라는 뜻이다.

반발여론이 일자 평가원은 자료를 내고 “도 의원의 시를 교과서에 게재하는 게 특정 정치인을 홍보함으로써 공직선거법에 위반되는지를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 공식적으로 질의하고 그 결과를 최종 검정 여부 의결 때 반영키로 했다”고 밝혔다.

한편 권고를 받은 출판사는 평가원의 수정권고안에 이의가 있을 경우 20일까지 교과서 검정 이의신청 심사심의회를 통해 심사결과에 대한 이의를 제기할 수 있다. 교과서 최종 검정 승인은 8월 31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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