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왕(上王)의 몰락이다. 대통령의 친형이자 현 정권의 최고 실세로 통했던 이상득 전 새누리당 의원도 검찰의 칼날을 피해 가지 못했다.

저축은행으로부터 금품을 수수한 의혹을 받고 있는 이 전 의원은 3일 오전 피의자성 참고인 신분으로 조사를 받기 위해 서울 서초동 대검찰청으로 소환됐다.

이 전 의원은 2007년부터 2010년까지 임석 솔로몬저축은행 회장과 김찬경 미래저축은행 회장으로부터 5억 원 이상의 금품을 수수한 혐의를 받고 있다. 검찰은 현재 이 전 의원이 임 회장으로부터 돈을 건네받은 경위와 돈을 받은 목적 등에 중점을 두고 추궁하고 있다. 이 전 의원의 혐의가 사실로 확인될 경우, 이 전 의원은 정치자금법 위반이나 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알선수재에 걸리게 된다.

이 전 의원은 국정 전반에 걸쳐 대통령에 버금가는 영향력을 보여 왔다. 한때 그의 지역구인 경북 포항에서 각종 사업에 대한 국가 예산이 많이 책정되면서 ‘형님예산’이라는 새로운 용어까지 떠돌아다닐 정도였다.
이번 사건으로 ‘도덕성만큼은 완벽하다’는 이명박 대통령의 구호도 ‘완벽하게’ 허물어졌다. 현직 대통령의 친형이 대검찰청에 불려나온 것은 대한민국이 건국되고 나서 처음 있는 일이다. ‘최초’는 또 있다. 국가의전서열 2위인 국회의장이 헌정 사상 처음으로 기소되는 불명예를 이 정권은 남겼다. 현재 박희태 전 국회의장은 전당대회 돈봉투 사건으로 기소돼 1심에서 징역 8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았다.

몰락은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이미 이 대통령의 ‘멘토’ 최시중 전 방송통신위원장과 ‘왕차관’ 박영준 전 지식경제부 차관도 검찰에 소환된 바 있다.

이번 정부는 역사에 ‘완벽하게 부패한 정권’으로 기록될 것이다. 그간 실용주의를 표방했던 이 대통령에게 묻고 싶다. 무엇이 실용인가. 일만 잘하면 뒷돈을 받고 도덕률을 무너뜨려도 상관없다는 것인가. 이쯤 되면 정말 상황이 심각하다. 비록 이 대통령이 몰랐다고 해도, 그 책임에서 벗어날 수는 없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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