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개 4년제 대학… 전년보다 수익 늘어
동국대 17억, 서울시립대 12억 챙겨

[천지일보=장수경 기자] 사례1. 고3인 김가은(19, 서울시 용산구 용문동) 양은 올가을 대학 수시 지원을 할 생각에 벌써 걱정이 앞선다. 가정 형편상 입학전형료가 턱없이 비싸기 때문이다. 김 양은 “수시 한 번 넣는 건데 전형료가 7~8만 원이다. 왜 이렇게 비싼지 모르겠다”고 하소연했다.

사례2. 수험생 자녀를 둔 박계순(51, 서울시 여의도 여의도동) 씨는 “입학전형료를 마련하느냐 등골이 휠 정도”라고 말했다. 박 씨는 “아이의 장래가 걸린 문제라 여러 곳에 수시 응시를 할 예정이지만 솔직히 너무 힘들다”고 말했다. 이어 “대학이 원가를 공개하지 않아 전형료에 신뢰가 가지 않는다”며 “대학이 얄미울 정도”라고 토로했다.

지난해 4년제 대학의 입학전형료 총수입은 약 2000억 원인 것으로 드러났다. 이에 따라 대학의 장삿속에 예비 대학생들만 피해를 본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교육과학기술부와 한국대학교육협의회는 지난달 29일 ‘대학알리미(대학 정보를 공개하는 사이트)’에 2012년도 예산과 2011년도 입학전형료 현황 등 12개 항목을 공시했다.

공시에 따르면 4년제 일반대학 181곳이 거둬들인 2011년도 입학전형료 총수입은 1962억 원으로, 지난해보다 56억 원(2.9%) 늘었다. 이는 전년대비 응시인원이 11만 5000명(3.3%) 증가했기 때문이다.

입학전형료로 가장 돈을 많이 번 곳은 동국대인 것으로 조사됐다. 동국대 순이득은 17억 8536만 원에 달했다. 서울시립대는 12억 2199만 원의 전형료 수익을 올려 2위를 차지했고, 수원대도 12억 원이 넘는 수익을 올렸다.

을지대와 경기대, 광운대, 세종대 등도 6억 원 이상의 수익을 거뒀다. 이 같은 대학교의 입학전형료 문제는 매해 논란이 돼 왔다. 대학별로 입학전형료 차이가 천차만별이라 학부모와 학생에게 엄청난 부담을 준다는 목소리가 높다.

이에 정부는 최근 몇 차례에 걸쳐 대입 전형료를 인하한다고 발표했다. 하지만 이 또한 실효성을 거두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그 원인은 ‘불투명한 입학전형료’에 있다.

최미숙 학교를사랑하는학부모모임 상임대표는 “입학전형료 사용내용이 총체적인 금액으로 표시돼 있다”며 “교과부가 입학전형료에 대해 감사권을 가지고 (입학전형료가) 합당한 금액인지 따져봐야 하는데 잘 이뤄지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해 입시담당을 하고 있는 한 대학의 교무처장은 대부분의 대학이 입학전형료를 편법으로 사용하고 있다고 밝혔다.

익명을 요구한 교무처장은 “입학전형료가 7~8만 원을 넘는 것은 대학이 돈을 착취하기 때문”이라며 “입학전형료를 축적한 후 마치 입시홍보용인 것처럼 속여 사용하고 있다. 심할 경우 건축용으로도 사용한다”고 말했다.

그러다 보니 올해부터 시행되는 수시 제한 횟수(6회)에 많은 대학이 혼란스러워하고 있다고 그는 설명했다. 대학이 자금을 축적할 기회가 줄어들었기 때문이다.

지난해 고수익을 창출한 서울시립대학교는 국립대가 아닌 ‘사립대’가 학교 홍보용으로 자유롭게 입학전형료를 사용한다고 해명했다.

서울시립대 입학관리과 관계자는 “우리학교는 입학전형료가 4만 원이다. 지난해 수익이 많은 이유는 논술일반전형에서 지원율이 이전보다 3배정도 높았기 때문”이라며 “사립대는 입학전형료가 10만 원이 넘는다. 이들은 홍보용으로 입학전형료를 자유롭게 사용한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관계전문가들은 입학전형료가 공개돼야 하고 실비로 운영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장은숙 참교육학부모회 회장은 “대학에 (입학전형료) 자료공개를 요청해도 비밀이라며 알려주지 않는다”며 “대학이 입시장사를 해 남은 비용으로 직원이 자유롭게 쓰는 것은 비양심적인 행동”이라고 말했다.

이어 “정확한 정보를 공개하고, 학부모들이 부담가지 않을 정도의 가격으로 비용을 측정해야 한다”고 전했다.

안진걸 참여연대 민생경제팀장은 “입학 전용 규칙을 만들어 등록금에 관한 규칙으로 통제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한편 교과부는 대학들이 과도하게 입학전형료를 받지 못하도록 대입전형료 인하 정책을 추진할 예정이다. 대학 입학전형료를 환불받을 수 있는 규정도 마련 중이다.

안상훈 교과부 사무관은 “올해 수시 지원횟수를 6회로 제한해 수시생의 전형료 부담이 완화될 것”이라며 “지난해보다 입학전형료가 200원 인하되기도 했다”고 말했다.

하지만 최주영 등록금넷 공동집행위원장은 “정부에서 작년에 전형료를 2~3천 원 인하한다고 했는데, 전혀 기준에 미치지 못하고 있다”며 “지원횟수를 6회로 제한했으나 대학의 입학전형료 원가가 전혀 공개돼지 않아 실효성이 있는지는 지켜봐야 한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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