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박 주자 ‘제3섹터’ 시나리오 위력에 의견 분분
박빙 상황에선 치명적… ‘찻잔 속 태풍’ 예상도

[천지일보=임문식 기자] 정치권의 ‘제3섹터’ 시나리오는 새누리당 비박(非박근혜) 대선 주자 3인의 예상 행보 중 하나다. 정몽준, 이재오 의원과 김문수 경기도지사 등 이른바 비박 3인이 비슷한 성향의 당외 인사인 이회창 전 자유선진당 대표나 박세일 전 국민생각 대표, 선진통일당 등과 더불어 또 다른 보수세력을 구축할 수 있다는 얘기다. 아직 시나리오 차원이지만 가능성이 아예 없지는 않다. 당내 입지가 좁아질 대로 좁아진 이들에겐 ‘박근혜 대세론’을 흔들 수 있는 선택지가 별로 없기 때문이다.

물론 비박 3인의 다음 행보는 베일에 가려져 있다. 당 지도부가 경선 룰 논의 가능성을 경선 후보 등록일 전인 다음 달 9일까지 열어둔 상태다. 가능성은 낮지만, 이들이 ‘경선 불참 선언 후 탈당’ 수순을 밟는다면 제3섹터는 충분히 예상 가능한 시나리오가 된다.

그러나 이 시나리오의 위력을 보는 시각은 엇갈린다. 대선에서 1~2%의 지지율이 아쉬운 박빙 상황이 펼쳐질 때 보수 진영의 분열은 새누리당에 큰 위협이 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반면 비박 주자들과 당외 인사들의 지지율이 미미해 ‘찻잔 속 태풍’에 그칠 것이란 견해도 만만치 않다. 리서치앤리서치 배종찬 본부장은 “김문수, 정몽준, 이인제, 이재오 등을 다 합쳐도 지지율 10%가 안 된다”며 “적어도 15~20%는 돼야 캐스팅보트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결과적으로 제3섹터의 위력은 여야 양자대결 시 득표율의 차이에 따라 달라질 것으로 보인다. 여야 대선 후보의 지지율 차이가 작은 상황에선 큰 위력이 될 수 있지만, 지지율 차이가 큰 상황에선 별 의미가 없다는 얘기다.

제3섹터가 실현될 가능성에 대해서도 의견이 분분하다. 선진통일당 이원복 대변인은 제3섹터 형성 가능성에 대해 “구체적인 것은 없지만, 개연성은 얼마든지 있다고 봐야 한다”고 말했다. 하지만 박세일 전 대표 측 관계자는 “(박 전 대표가) 그런 쪽의 행보는 전혀 하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이회창 전 대표의 한 측근도 “현재까지는 뚜렷한 움직임이 없다”고 했다. 다만 그는 비박 주자가 제3섹터를 제안한다면 이 전 대표가 관심을 기울일 가능성은 있다고 전망했다.

비박 주자들이 당에 남는 대신 측근들이 탈당해 제3섹터를 추진할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김문수 지사 측 신지호 전 의원은 27일 CBS 라디오에서 “측근들이 탈당 후 제3지대로 세력화할 가능성이 없느냐”는 사회자의 질문에 “그런 것도 시나리오가 될 수는 있다”고 답했다. 이어 그는 “김문수 캠프에서는 그런 일은 없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런 시나리오와는 달리 비박 주자들이 당에 남아 각자도생을 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경선 후보 등록 마감일 전까지는 비박 주자들이 호흡을 맞추다가 그 이후엔 8월 20일 전당대회까지 박 전 위원장의 견제 세력으로 활동하거나 각자 행보에 나설 수 있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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