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명성 부각 위해 총대 멘 것”

[천지일보=유영선 기자] 최근 ‘애국가 발언’으로 논란의 중심에 선 통합진보당 이석기(사진) 의원이 잠잠했던 색깔논쟁에 또다시 불을 지피고 있다. “애국가를 국가로 볼 수 없다”는 이 의원의 발언에 여야는 물론 심지어 같은 당에서도 비난의 목소리를 높였다.

새누리당 황우여 대표는 지난 17일 취임 한 달을 기념한 기자회견에서 “대한민국의 정체성과 자유민주주의를 위해 국가기밀 보호를 강화하겠다”고 밝혔다. 이는 이석기·김재연 의원 등 종북논란을 빚는 국회의원을 겨냥해 국가기밀 관리체제를 재점검하겠다는 의도로 풀이된다.

새누리당 송영근 의원은 기자와의 통화에서 “‘애국가는 국가가 아니다’란 것은 대한민국의 정체성을 부정하는 것”이라며 “그런 사람은 우리나라에서 살 자격이 없다. 대한민국을 부정하는 사람이 국회의원을 한다는 게 말이 되는가. 지독한 자기모순”이라고 비판의 날을 세웠다.

민주통합당도 애국가는 2010년 제정된 국민의례 규정에서 법적 근거를 부여받았다며 이를 논란의 대상으로 삼는 것은 부적절하다고 비판했다.

이 의원의 ‘애국가 발언’ 논란에 대해 정치권에선 29일 당 대표 선거를 놓고 지지세력을 결집하려는 의도된 행동이란 지적이 나온다. 비례대표 부정경선의 핵심으로 정치권과 여론의 따가운 시선을 받고 있는 만큼 이 의원이 국면을 전환하기 위해 초강수를 들고 나왔다는 것이다.

일각에선 외부의 위기를 조성해 내부의 위기를 극복하는 고도의 전략을 사용했다고 보고 있다. 특히 이 의원이 NL(민족해방) 계열의 경기동부연합과 광주전남연합으로 구성된 구당권파가 위기 앞에서 결속도가 강한 점을 이용했을 것이란 분석이다.

결국 이번 당 대표 선거에서 구당권파가 당권을 다시 장악할 것이란 전망이 우세하다. 신당권파에 비해 구당권파 소속 당원들이 더 자발적이고 적극적이기 때문에 선거 결과에 상당한 파급효과를 미칠 것으로 관측되기 때문이다.

구당권파가 선거에 이길 경우 분당으로 이어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정치권과 여론이 이석기·김재연 의원이 속한 경기동부연합의 NL(민족해방) 계열에 부정적인 만큼 민주통합당이 통합진보당과 야권연대를 지속하긴 어렵다는 판단이다.

즉 구당권파가 당권을 장악할 경우 비주류로 물러난 신당권파가 구당권파와 결별을 선언할 것이라는 분석과 맞물린다. 신당권파는 구당권파와 결별한 후 자체적으로 세 결집을 한 뒤 민주통합당과 야권연대를 이뤄 대선을 치를 가능성도 있다.

이 의원의 이번 발언은 또한 검찰이 이 의원 사무실에 대한 압수수색과 함께 부정경선 의혹 수사로 통합진보당을 이중으로 압박하면서 이를 벗어나기 위한 몸부림이란 해석도 나오고 있다.

국가디자인연구소 허성우 이사장은 “(이 의원의 발언은) 선명성을 부각하기 위한 것으로 전당대회를 염두에 둔 의도적 발언”이라며 “누군가는 선명성 부분에 대한 총대를 메야 했는데 이 의원이 멘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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