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협 “질 낮은 의료 서비스 우려 ‘수술거부’”
정부 “포괄수가제 강행, 수술 거부 처벌도”

[천지일보=장수경 기자] 다음 달부터 시행되는 ‘포괄수가제’를 둘러싸고 정부와 의사의 갈등의 골이 깊어지고 있다. 의료계는 포괄수가제 시행 첫날부터 1주일 동안 맹장과 제왕절개 수술을 제외한 질병군에 대한 수술을 전면 거부키로 했다. 정부는 예정대로 포괄수가제를 강제 시행하되, 의사협회가 수술 진료 거부에 돌입 할 경우 이에 대한 법적 제재를 가하겠다는 입장이다.

대한의사협회는 13일 맹장수술·제왕절개 분만과 같은 응급진료를 뺀 나머지 질병군과 관련해, 다음 달 첫 시작 일부터 1주일 간 포괄수가제 수술을 포기하겠다고 밝혔다.

포괄수가제는 환자 중증도, 나이 등을 고려해 질환별로 환자 그룹을 만든 후 모든 치료비용을 미리 정해 같은 그룹에서는 같은 돈을 내도록 하는 제도다. 환자는 검사횟수나 입원일수에 상관없이 정해진 금액을 내면 된다. 2002년부터 선택적으로 도입됐으며 내년 7월부터는 종합병원까지 확대할 예정이다.

포괄수가제에 대해 의협은 진료비가 정해지면 의료의 질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고 주장했다.

송형곤 의협 대변인은 이날 본지와의 통화에서 “복지부에서 원가에 못 미치는 수가를 결정하고 진료를 하도록 요구하고 있다”며 “의사들은 원가를 맞추기 위해서는 싼 재료를 사용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송 대변인은 “진료비가 정해지면 의사들이 재료비나 검사료, 치료비를 아끼기 위해 치료를 생략하고, 환자를 조기 퇴원시킬 수 있다”며 “값싼 의료품을 사용하기 때문에 부작용이 나타날 수도 있다”고 덧붙였다.

맹장수술·제왕절개분만 등 응급수술과 관련해서는 수술 거부는 없을 것이라고 전했다.

박노준 대한산부인과협의회 회장은 “제왕절개는 산모와 태아의 생명과 연관 있다. 시술을 미룰 수 있는 게 아니다”라며 “제왕절개 수술 거부는 하지 않겠지만, 정부는 의료계의 수술 거부라는 논의가 나오게 된 배경을 심사숙고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보건복지부는 의사들이 집단 수술 거부에 돌입하면 면허 정지 등 강력한 행정 처분을 내리겠다고 입장을 밝혔다.

복지부는 이날 긴급 브리핑을 열고 “환자 불편이 발생하지 않도록 지자체 등과 공조해 철저히 대비할 것”이라고 밝혔다.

최성락 복지부 대변인은 “정부는 오랫동안 시범사업과 충분한 평가를 거쳐 포괄수가제 제도를 추진했다”며 “병·의원의 80% 정도가 이 제도에 자발적으로 참여하고 있다”고 밝혔다.

최 대변인은 “의료계 일부에서 다른 목소리가 있을 수 있지만 대다수 의료기관에서는 환자를 돌보는 데 최선을 다할 것이라 믿는다”며 “실제 의료거부 행위가 일어날 것이라고 생각지 않는다”고 밝혔다. 이어 “부분적으로 진료거부 움직임은 바람직하지 않다”면서 “혹시 진료거부가 현실화된다 하더라도 진료 공백이나 환자 불편이 발생하지 않도록 철저히 대비 하겠다”고 덧붙였다.

한편 의사협회는 오는 19일 기자회견을 열어 공식입장을 발표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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