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세계 나라 중 기독교에 대한 박해가 심한 정도로 표현한 박해지도. 검정색이 가장 심한 나라이며 박해지수가 낮아질수록 색깔이 연해진다. 북한은 검정색으로 기독교 박해지수 1위다.
해방 후 종교인 급격히 감소… 최근 10년간 기독교만 1천여명 증가

[천지일보=강수경 기자] 사례1. 2000년에 함경북도 A보위부에 구금됐던 H씨는 감옥에서 ‘서안 사건’ 이야기를 들을 수 있었다. ‘서안 사건’은 당시 널리 알려진 사건으로 탈북자 60명이 중국 서안에서 기독교 교리를 공부하다가 체포된 사건이다. 이 중 대표자에 해당하는 5명은 시범 케이스로 함경북도 B도시에서 공개처형 당했다.

사례2. 2006년에 B보위부로 이관돼 예심을 받았던 J씨는 이곳에서 종교 때문에 고문을 당하는 L씨를 목격했다. L씨는 기독교 신자였다. 보위부에서 L씨는 “하나님이 있다”고 말했다는 이유로 양손에 족쇄가 채워진 채로 폭행을 당했다. 이후 L씨는 입에 거품을 물고 쓰러졌다가 3일 만에 겨우 일어날 수 있었다.

사례3. 2007년 S씨는 성경을 봤다는 이유로 끌려가 실종된 N씨에 대한 소식을 들었다. 북한에서는 성경책이 귀하고, 단속이 심해 혼자서 한 권을 다 안 보고 찢어서 마태복음, 마가복음, 누가복음 등 소량으로 나눠서 읽는다. N씨도 그렇게 성경책을 보는 사람 중 한 명이었다. N씨는 2007년 9월경 성경책을 보는 것이 발각됐다. 그는 “성경책인지 뭔지 몰랐고 재밌어서 봤다”라고 말했고, ‘재밌어서 봤다’는 말 때문에 보위부에 끌려가서 이후 소식이 끊겼다.

이는 탈북자들의 증언을 통해 밝혀진 북한 종교인권의 실상을 알려주는 단적인 사례다. 북한에서 종교 활동은 곧 박해와 죽음을 의미한다. 목숨을 담보로 해야 신앙생활을 할 수 있다. 그럼에도 최근 10년간 북한의 종교 활동 인구는 오히려 늘어난 것으로 조사됐다. 특히 기독교 신도가 증가했다. 북한인권정보센터가 발간한 ‘북한종교자유백서’에 따르면 해방 당시 전체 종교 인구는 232만 2천여 명으로 전체인구 대비 24.3%였다. 이후 2001년까지 4만여 명으로 급감했다. 종교별로 ▲천도교 169만 명 → 1만 5천 명 ▲불교 37만 5천 명 → 1만 명 ▲기독교 20만 명 →1만 2천 명 ▲천주교 5만 7천 명 → 3천 명 등으로 감소했다.

이는 북한의 종교정책에 따른 결과로 분석된다. 북한은 해방 이후 시기별로 종교정책을 달리했다. 북한인권정보센터에 따르면 1945~1972년까지 27년 동안 북한은 종교자유 제한·탄압·말살시기를 겪었다. 1972년부터 88올림픽 이전인 1987년까지는 북한 당국이 나서 종교단체를 이용했고, 이후 10여 년 동안은 직접 종교시설을 운영했다. 1998년 이후에는 당국의 감시를 피해 비공식 종교활동이 생겨나면서 조직도 형성됐다.

이후 지난 2011년 통계에 따르면 종교 인구는 4만 1천여 명으로 증가했다. 비밀 종교 활동으로 증가한 인구가 파악된 것으로 보인다. 백서에서는 ‘비공식 종교 활동 강화시기’에 증가한 종교인 1천여 명이 기독교인인 것으로 파악했다.

북한주민이 비밀 종교 활동을 한 대가는 컸다. 미국 국제종교자유위원회 2011년 보고서에 따르면 북한에서 신앙을 이유로 강제 수용소에 투옥된 신자는 2011년 기준으로 4만 명에 이르는 것으로 추산되고 있다. 영국 인권단체인 국제소수자권리그룹(MRG) 연례 보고서의 발표에 의하면 2010년 8월에 평안남도 평성시에서 지하교인 23명이 체포되어 그중 3명이 처형된 것으로 알려졌다.

이는 북한이 종교를 북한 체제를 위협하는 적으로 간주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1981년 출간된 ‘현대조선말사전’은 종교의 정의를 ‘인민대중의 혁명의식을 마비시키고 착취와 억압에 무조건 굴정하는 무저항주의를 고취하는 아편’이라고 기술했다. 이에 따라 주민들에게 공포정치를 통해 ‘종교’의 유입을 막고 있는 것이다.

반면 북한은 헌법을 통해서는 표면적으로 종교의 자유를 인정하고 있다.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 사회주의 헌법 제2장 제68조에 따르면 북한 주민들은 법적으로 신앙의 자유를 가진다. 헌법에서는 ‘이 권리는 종교건물을 짓거나 종교의식 같은 것을 허용하는 것으로 보장된다’고 명시했다.
그러나 그 다음 구절에서 ‘종교를 외세를 끌어들이거나 국가사회질서를 해치는 데 리용할 수 없다’고 못박았다. 북한의 종교 박해 명분은 바로 이 구절에 근거를 둔 것으로 보인다.

이 같은 북한의 종교 인권 실태에 대해 (사)북한인권시민연합 하경은 간사는 “일단은 인권이라는 큰 틀에서 생각을 해야 할 것 같다”며 “북한인권을 위해 일하는 종교단체들도 많은데, 같은 종교인으로서 이들에게 관심을 갖는 것이 의무라고 생각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우리나라 가톨릭이나 개신교 단체에서 이들의 인권을 위한 목소리가 더욱 높아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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