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지일보=송범석 기자] 저자 장아이링은 <색, 계>의 작가로 잘 알려져 있다. 특히 내면의 섬세함을 잘 표현하는 작가로 중국 현대문학을 대표한다는 찬사를 받는 인물이다. 영화만큼 극적인 삶을 살아온 그녀의 생애에는 근현대사를 거친 중국여성의 상처가 고스란히 투영돼 있다. 책은 여명·오천련 주연의 영화 <반생연>의 원작으로, 드라마와 연극으로도 만들어진 바 있다. 1930년, 중일전쟁의 포화와 혼돈 속에서 펼쳐지는 두 남녀의 애절한 사랑 이야기를 담고 있다. 

두 남녀 주인공인 만전과 스쥔은 서로의 설렘을 확인하며 상대에 대한 애틋한 마음을 가꾸어 간다. 그러던 중 스쥔은 만전의 가족사를 듣게 된다. 돌발적인 부친의 죽음으로 가족을 부양해야만 했던 만전의 언니 만루는 한 남성의 첩으로 들어가게 되고, 그 뒤 가족 부양을 만전이 맡게 되면서 만전은 가족의 굴레 때문에 결혼을 계속 미루기만 한다.

이후에도 스쥔과 만전은 어려운 사랑을 하지만 서로에 대한 믿음을 잃지 않는다. 그러나 형부의 욕망과 언니의 질투로 만전은 계략에 빠져 형부의 씨받이로 전락하고 만다. 거기에 스쥔의 소극적인 성격이 겹치면서 두 사람은 끝내 헤어지고 만다. 14년이 지난 다음 두 사람은 다시 재회하게 되는데….

‘반생연’에 나오는 등장인물들은 하나같이 자신의 사랑을 이루지 못한다. 가볍게 읽으면 우리나라 1970년대 신파극 느낌이 날 수도 있지만, 헤어질 수밖에 없었던 이유를 담담하고 절제된 언어로 표현하면서 그런 느낌을 지우고 있다. 특히 역사·관습과 남성 사이에서 비극적 선택을 하지 않을 수 없었던 중국 여인들에 대한 굴절된 삶을 되돌아 볼 수 있게 한다.

장아이링 지음 / RHK 펴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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