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청소년 담배판매처의 성인 인증 방법 (사진제공:두잇서베이)

흡연 청소년 31.4% ‘담배 대리 구입’
[천지일보=장수경 기자] “학생인데요, 죄송하지만 돈을 조금 더 드릴 테니 담배 한 갑만 사다 주세요.”

최근 청소년들의 불법 담배 구매가 공공연히 이뤄지고 있지만 단속의 손길이 미치지 않아 대책 마련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이들은 성인이 된 학교 선배나 지인, 일반인들에게 담배 원가보다 돈을 더 주며 담배를 대신 구매해 달라고 부탁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 스스로 주민등록증을 불법으로 위조해 사용하는 경우도 있다.

온라인 설문조사 기관인 두잇서베이가 지난해 11월 청소년 880명을 대상으로 ‘흡연 실태 조사’를 한 결과에 따르면, 흡연 청소년 31.4%(복수 응답)가 판매처 주변의 성인에게 부탁해 담배를 대리 구입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담배 판매처를 통해 직접 구입하는 청소년도 55.7%나 차지했다.

이와 관련해 고등학교 때 졸업한 학교 선배에게 담배 대리구매를 부탁한 경험이 있는 이혜지(가명, 23, 여) 씨는 “친한 선배에게 돈을 주며 담배를 사달라고 자주 부탁했다. 선배도 별다른 말없이 담배를 사다 줬다”며 “친구들은 주변에 선하게 생긴 사람이나 노숙인에게 부탁을 하기도 했다”고 말했다.

실제로 서울역에 있는 한 노숙인은 청소년에게 담배를 사주고 약간의 돈을 받았다고 고백했다.

4년 동안 노숙을 한 양주선(55, 남) 씨는 “2일 전 낮에 18살 정도로 보이는 남녀 두 명이 만 원을 주며 ‘맥주 한 병과 담배 좀 대신 사달라’고 말했다”며 “때마침 마트에 들어가고 있는 터라 아이들에게 술과 담배를 사다줬다”고 말했다. 이어 반년 전쯤에도 한 청소년이 담배를 사달라고 부탁한 적이 있다고 덧붙였다.

문제는 이뿐만이 아니다. 10대 청소년들은 성인 신분증을 몰래 거래하거나 자신의 주민등록증 번호를 위조하는 등 탈선행위를 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현재 주민등록증 거래는 졸업생이 모교 후배들에게 직접 돈을 받고 판매하는 등의 형태로 이뤄지는 것으로 전해졌다.

이 같이 거래되는 성인 신분증은 보통 2~3만 원대를 형성하고 있으며, 판매한 사람은 다시 주민등록증을 재발급해 1년 동안 수차례 불법 거래를 반복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고등학교 1학년에 재학 중인 정윤선(17, 여, 서울시 용산구 효창동) 양은 “주민등록증의 얇은 막을 뜯어내면 쉽게 주민번호 위조가 가능하다. 또 돈만 있으면 쉽게 구입할 수 있어 많은 친구들이 졸업생의 주민등록증을 가지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몇 명의 친구는 일부러 성인 목소리로 친구와 통화한다고 말했다. 이는 부모가 아이에게 담배를 사오라고 심부름을 시킨 것처럼 상황을 만들기 위해서다.

이에 대해 관계 전문가는 교사와 학부모는 청소년이 담배를 피운다고 무조건 규제만 해선 안 되며 이해하고 포용하는 마음을 가져야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고 말했다.

김은지 한국금연운동협의회 사무총장은 “보통 불량해 보이는 청소년들이 담배를 피운다고 생각하지만, 요즘에는 일반 아이들도 담배를 1~2개씩 핀다”며 “지인을 통해 담배를 쉽게 살 수 있고, 본인이 흡연자라고 생각하지 않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김 사무총장은 “담배를 피울 경우 성장이나 집중력에 어떤 악영향을 미치는지, 여학생은 임신이나 출산에 어떤 문제가 있는지 아이들에게 구체적으로 알려줘야 한다”며 “특히 대학입시를 앞둔 학생을 대상으로 체계적인 흡연 예방 교육을 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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