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3∼8 `조선소년단' 창립 66돌 대규모 경축행사
"소년·부모 마음 얻으려는 세대공감 프로젝트"

(서울=연합뉴스) 북한의 김일성 주석이 사망하기 바로 한 달 전인 1994년 6월6일 평양 2·8문화회관(현재 4·25문화회관)에서는 북한 소년들의 최대 행사인 조선소년단 제5차대회가 열렸다.

그날 행사장에서 "우리 소년단원들은 김일성 대원수님과 김정일 원수님을 결사옹위하는 300만의 총폭탄이 되겠다"는 북한 소년들의 우렁찬 외침이 울려 퍼졌다.

김 주석은 그 다음 날 대회 참가자들과 생애 마지막 기념사진을 찍었다.

평소 "어린이들은 나라의 왕"이라고 강조한 김 주석의 `소년사랑'을 그의 손자가 답습하고 있다.

북한은 6월3일부터 8일까지 2만 명의 소년단 대표를 평양으로 초청해 조선소년단 창립 66주년을 경축하는 대규모 축제를 열고 김정은 국방위원회 제1위원장에 대한 충성맹세를 유도할 계획이다.

조선중앙통신은 30일 "전국적 규모에서 조선소년단 창립 66돌 경축행사 대표들을 선출하는 사업이 전부 끝났다"며 "이번에 평양에서 열리는 경축행사에는 전국의 도·시·군에서 추천된 2만 명의 대표들이 참가하게 된다"고 소개했다.

조선중앙방송과 평양방송은 같은 날 "김정은 동지의 대해 같은 은정 속에 마련된 경축행사를 앞두고 각지의 모범적인 소년들로 구성된 소년단 대표들이 평양에 도착하고 있다"며 "오늘 11시26분 나선시 소년단 대표들이 김정은 동지께서 보내주신 사랑의 특별비행기를 타고 제일 먼저 평양에 도착했다"고 전했다.

소년들의 축제를 위해 특별비행기까지 내준 김 1위원장의 `배려(?)'는 생애 마지막까지 소년들과 함께한 그의 할아버지를 연상케 한다.

북한은 매해 2월16일(김정일 생일)과 4월15일(김일성 생일) 등 기념일에 `조선소년단 전국연합단체대회'를 열고 소년단 입단식을 진행해왔다. 올해 4월10일에도 평양 태권도전당에서 김 주석 100회 생일 경축 조선소년단 전국연합단체대회가 열렸다.

그러나 이번 6월 초에 열리는 소년단 창립절 경축행사는 그 규모와 성격에서 매해 연례행사로 진행되던 소년단 연합단체대회와는 차이가 분명히 난다.

탈북자들은 이번에 열리는 소년들의 축제가 김 주석이 사망 직전 참석한 조선소년단 5차대회를 연상케 한다고 입을 모았다.

현재 평양은 김 1위원장에게 `소년결사대' 2만 명을 맞이할 준비를 다 끝낸 상태로 보인다.

조선중앙통신은 30일 "소년단 창립 66돌 경축행사 준비사업이 완전히 결속됐다"며 "소년단 대표들을 수송할 열차와 비행기, 배 등 운수수단 편성이 끝났다"고 밝혔다.

통신은 "환영준비사업과 숙식보장 대책도 빈틈없이 세워졌다"며 "관록 있는 예술단체와 만경대학생소년궁전, 평양학생소년궁전에서는 경축공연 준비를 최상의 수준에서 끝냈으며 개선청년공원유희장과 중앙동물원에서도 소년 대표들이 마음껏 즐길 수 있게 준비사업을 끝냈다"고 전했다.

북한 최고의 냉면집인 옥류관과 청류관은 물론 수만 명을 수용할 수 있는 평양 4·25여관은 소년 대표들의 잠자리와 식사 보장에 차질이 없도록 철저한 준비를 갖춘 것으로 알려졌다.

이들 소년대표는 행사 기간 금수산태양궁전, 만경대 김 주석 생가, 대성산혁명열사릉, 조국해방전쟁승리기념탑 등 평양시내 여러 곳을 참관하고 은하수음악회, 조선소년단 전국연합단체대회, TV지덕체자랑무대, 전국학생소년예술소조원들의 종합공연 등 많은 행사에 참가한다.

김정은 체제 첫해에 열리는 이번 소년단 축제는 김 1위원장의 `인덕정치'를 과시하고 일반 주민의 환심을 사려고 벌이는 대규모 정치성 이벤트로 보인다.

중앙통신은 30일 "노동자, 농민을 비롯한 평범한 근로자의 아들딸들이 소년단 대표로 선출됐다"며 "백두산 기슭의 정일봉중학교로부터 분계연선의 판문점중학교, 하늘 아래 첫 동네 낭림마을 학교로부터 서해 멀리 등대섬 분교에 이르기까지 전국 각지의 학교들이 감격과 흥분으로 들끓었다"고 전했다.

광산 채탄공의 아들, 벌목공의 아들, 염소 방목공(목동)의 아들, 평범한 농민의 자녀와 영예군인(상이군인)의 아들이 대표로 선출됐고 `고난의 행군' 시기 부모를 잃은 고아들도 소년단 대표로 뽑혔다. 심지어 전과자의 자녀도 대표로 선출됐다고 통신은 전했다.

북한에서는 어린이들이 보통 8세(소학교 2학년)가 되면 조선소년단에 의무적으로 입단한다. 어린이들은 소년단 가입선서를 통해 최고지도자에 대한 충성을 맹세한다.

소년단 조직생활에서 단련된 소년들은 14∼15세(중학교 4학년)가 되면 자동으로 김일성사회주의청년동맹에 의무 가입함으로써 `수령의 총폭탄'으로 완성된다.

탈북자 최인혁(가명.31)씨는 31일 "소년단은 북한 주민이 인생에서 처음 경험하는 조직으로 북한 당국이 청년동맹 못지않게 중시한다"며 "이번 행사는 20대 김정은이 자신을 위해 한평생 충성할 소년들의 마음을 얻으려고 벌이는 대규모 세대공감 프로젝트"라고 평가했다.

최씨는 "최근 북한의 추세는 `자녀를 한 명 낳아 잘 키우자'는 식"이라며 "예전에 비해 자녀에 대한 애착이 강해진 부모들의 환심을 유도해 김정은 체제의 대중적 기반을 마련하려는 의도도 있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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