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지일보=김현진 기자] ‘최강’은 역시 최강이었다. ‘무적함대’ 스페인에 도전장을 내민 우리 축구대표팀은 국제축구연맹(FIFA) 랭킹 1위의 벽을 실감해야만 했다.

한국은 31일 새벽 스페인에게 1-4로 패했다. 스코어상은 물론, 내용 면에서도 완패였다. 골키퍼 김진현의 신들린 선방이 아니었다면, 또 한 번 축구사에 길이 남을 오욕의 역사를 기록할 뻔했다.

최강희 감독은 이날 경기 전반에 지동원을 원톱 공격수로 세웠다. 중원에는 염기훈(경찰청)-손흥민(함부르크)-남태희(레퀴야)를 포진시킨 뒤 그 뒤를 김두현(경찰청)-구자철(아우크스부르크)이 받치게 하는 카드를 꺼냈다.

후방 수비는 박주호(바젤)-조용형(알 라이얀)-이정수(알 사드)-최효진(상무)이 맡았다.

해외파가 대거 출전한 만큼 기대가 컸던 경기였다. 한국은 전반에 스페인과 1골씩 주고받았지만, 딱 거기까지였다. 내용 면에서는 따라가질 못했다.

특히 수비 실책이 뼈아팠다. 전반 11분, 비교적 이른 시간에 페르난도 토레스에게 선제골을 내준 것도 순간적으로 토레스를 놓쳤기 때문이다. 이후에도 스페인의 페이스에 말려 카르솔라와 실바에게 잇따라 슛을 허용했다.

이후 한국은 지동원, 남태희, 손흥민 등 젊은 피로 거친 공세를 펼치려했지만 결과적으로 경기 내내 고전을 면치 못했다. 그나마 김두현이 오른발 슈팅으로 동점골을 만들어내면서 치욕은 면했다.

전반적으로 공격은 날이 서 있지 않았다. 김두현의 대포알 슈팅 말고는 딱히 눈에 띄는 공격 루트가 없었다. 몇 번의 찬스가 왔지만 단단한 스페인의 수비에 막혀 번번이 패스미스를 범하고 말았다.

스페인의 수비는 말 그대로 ‘철옹성’이었다. 반면 스페인은 빠르면서도 교과서적인 축구를 펼쳤다. 특유의 짧은 패스를 통한 점유율 축구와 흐름을 장악하는 템포 조절로 거의 완벽한 경기를 보여줬다.

스페인 프리메라리가 명문팀 바르셀로나의 주축이자 대표팀 전력의 핵심인 안드레스 이니에스타, 사비 에르난데스, 세스크 파브레가스 등이 빠졌지만 공백은 전혀 느낄 수 없었다.

사실, 전반은 그런대로 볼만했다. 전반 볼 점유율에서 41%-59%로 밀렸지만 중반 이후 페이스를 잡을 수 있었다. 문제는 후반이었다. 후반이 시작되자마자 스페인은 기다렸다는 듯 ‘본색’을 드러냈다.

후반 7분 조용형(알라이안)의 핸들링 반칙으로 페널티킥을 허용해 사비 알론소(레알마드리드)에게 골을 내준 데 이어 5분 만에 프리킥 세트피스에서 카솔라(말라가)에게 추가골을 내줬다. 점프하는 수비진의 허를 찔러 땅으로 깔아서 찬 킥이었다.

스페인은 후반 34분 네그레도(세비야)가 왼발 슛으로 한 골을 더하면서 4-1 승리를 장식했다.

이날 비록 경기에서는 압도를 당했지만, 최 감독이 여러 가지 시험을 해봤다는 점에서는 긍정적이었다. 최 감독은 후반 시작과 함께 김보경(세레소오사카)을 투입했고 12분에 이동국(전북), 박현범(수원)을 투입하는 등 다양한 선수기용으로 전술을 시험하는 데 주력했다. 김치우(상주), 오범석(수원), 김재성(상주) 투입도 새로운 카드였다.

경기 후 공식인터뷰에 나선 최 감독은 “경기는 패했지만 선수들은 최선을 다해줬다. 전체적으로 수준 차이를 느끼게 해준 경기였다”며 “스페인은 스피드가 빨라 적응하는 데 쉽지 않았다. 그 과정이 결과로 이어졌다”고 밝혔다.

이어 최 감독은 “전반에는 젊은 해외파 선수들을 점검했고, 후반에는 많은 선수들을 교체했다. 선수들이 많이 교체돼 집중력이 떨어졌다”면서 “오늘은 상대가 패싱 게임이나 압박을 했을 때 어느 정도 경기력을 보여주느냐를 시험했다. 앞으로 경기력을 끌어 올리는 게 중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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