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행만 돌고 도는 게 아닌가 보다. 우리나라에선 사실상 사라진 것으로 알려진 호흡기질환 백일해가 다시 유행하고 있으니 말이다. 영유아들만 걸리는 줄 알았던 백일해가 최근 청소년들 사이에서 집단 발병되면서 전국적으로 긴장감이 감돌고 있다. 질병관리본부는 지난달 25일 전남 영암군의 중고교생들이 백일해에 집단으로 감염된 것으로 조사돼 인근 학교들의 추가 감염 여부를 확인하고 있다고 밝혔다.

질병관리본부에 따르면 지난달 10일 전후로 영암의 한 고등학교 전교생 279명 가운데 211명이 기침과 인후통 등의 증세를 보였다. 질병관리본부가 검사한 38명의 검체 가운데 36명이 양성 판정을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백일해는 백일 동안 기침을 한다고 해서 그 이름을 붙였다. ‘Bordetella pertussis’균의 감염으로 인해 발생하는 호흡기 질환이다. 잠복기는 7~10일이며, 초기에는 콧물, 결막염, 기침, 발열 등 증상이 나타난다. 이처럼 초기에는 감기와 증상이 유사하다. 이후 점차 증세가 심해지며 구토를 하게 된다.

후진국에서 주로 발병하는 백일해에 집단 감염된 원인은 생활환경 때문이다. 과거엔 적당히 세균에 노출된 생활환경이 면역력을 강하게 했지만 환경이 깨끗해지면서 면역력도 약해진 것이다. 아이들의 운동 부족에 따른 체력 저하도 영향을 미쳤다.

더 큰 문제는 예방접종이다. 40년 동안 거의 발병되지 않다 보니 백일해에 대한 예방접종이 소홀해졌던 것이다. 이에 질병관리본부는 내년부터 백일해 6차 접종(11∼12세) 확인서가 있어야 중학교에 입학할 수 있도록 관리를 강화할 방침인 것으로 전해졌다.

이 시점에 우리가 잊지 말아야 할 게 있다. 인류 역사상 전염병이 가장 큰 재앙이었다는 점이다. 몇 년 전 신종플루가 잠깐 기승을 부리다가 잠잠해진 이후로, 예방접종에 대한 인식이 저하되지 않았나 싶다. 병은 예방이 최선이다. 부모가 먼저 챙겨야 한다. 관계 당국도 철저한 보건 대책을 수립해야 한다.

아울러 기후변화와 함께 해외 출입이 잦아지는 생활패턴으로 새로운 병종이 많이 발생하고 있는 만큼, 미리 예방책을 세워야 한다. 특히 영유아기 때의 예방접종만으로 항체를 유지하기 어려운 점을 감안해, 보건 당국이 적극적으로 나서서 학교 현장에서 접종을 실시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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