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경기 안양시가 도시경관 개선사업의 일환으로 전국에서 처음으로 안전사고의 위험이 있는 교회의 십자가 철탑을 철거하는 등 정비 및 개선사업에 나섰다고 한다.

안양시와 같은 경우 지난 2010년 곤파스 태풍으로 교회 종탑 20여 개소가 파손되는 등의 사고가 발생한 바 있다. 다행히 인명사고는 발생하지 않았지만 언제든지 위험이 도사리고 있다는 것이 이번 십자가 철탑 정비 사업을 벌이는 주된 이유다.

이번 사업은 최대호 안양시장이 기독교 자문기구인 안양시 시목회(회장 조용목 목사)에게 교회 철탑 설치의 문제점을 파악해 제안 및 협의 추진한 데서 비롯됐다고 한다. 이에 안양시는 안전사고의 위험이 있는 철탑 104개소를 대상으로 희망하는 교회의 신청을 받아 종탑 36개소를 철거하기로 했다. 밤마다 어두운 도시와 하늘을 붉게 물들이던 십자가의 조명시간도 단축하기로 했다고 하니, 십자가의 붉은 조명에 잠 못 이루던 주민의 수면권 보호에도 기여하게 됐다는 게 일반적인 평가다.

사실 그동안 한국교회의 철탑 문제는 많은 논란을 낳기도 했다. 비종교인이나 이웃 종교로부터 교회의 높이 솟은 철탑과 붉게 빛나는 십자가는 때때로 비난과 조롱의 대상이 되기도 했다. 외국인들이 처음 한국에 와서 놀란 것 중 하나가 비행기 아래서 내려다본 풍경이었다고 한다. 밤하늘을 붉게 수놓은 조명들이 대부분 교회의 십자가 조명이라는 사실에 놀랐다는 것이다. 교회가 너무 많기도 많거니와 굳이 밤늦게까지 붉은 조명을 켜놓아야 하냐는 생각에서다. 지금이야 에너지절약 차원과 주민들의 수면권 보호, 비종교인과 이웃 종교를 배려해 십자가 조명시간을 단축하는 교회가 많아졌다고는 하지만 아직까지 교회의 십자가 철탑은 교회 밖에서 교회를 이야기할 때 ‘약방의 감초’처럼 등장하는 단골 메뉴다.

혹자들은 밤하늘을 붉게 물들이는 십자가 조명만큼 기독교가 본연의 십자가 사랑을 실천하고 있는지 의문을 제기하기도 하니, ‘십자가’ 문제를 그냥 넘겨서는 안 될 것 같다.

십자가는 기독교를 상징하는 가장 큰 상징물이자, 그 자체가 바로 기독교를 의미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2000년 전 예수가 인류의 죄를 구원하고자 이 땅에 오셨고, 십자가를 지심으로 말미암아 그 보혈의 피로 지금의 우리가 있을 수 있었다.

그렇게 예수의 십자가 보혈로 말미암은 기독교는 희생과 부활을 상징하는 십자가를 필두로 십자가 사랑, 희생, 용서, 축복 등을 설교하고 전파하고 있지만 작금의 한국교회의 모습은 십자가의 의미와 멀어지고 있는 것은 아닌지 생각해봐야 한다.

한국교회가 온전히 성경에 있는 가르침을 전하고, 십자가 사랑만을 실천했다면 지금처럼 사람들에게 뭇매를 맞거나 그 이미지가 실추되지는 않았을 것이다. 종교를 떠나, 교리를 떠나 죄인을 위해 의인인 한 사람이 자기 자신을 희생해 인류의 죄를 구원한다는 박애와 희생의 정신만으로도 기독교의 십자가는 칭송받고, 사랑받기 충분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지금 많은 사람들이 기독교를 비난하고 조롱하는 것은 그 숭고한 십자가 사랑이 퇴색되어버렸기 때문이다. 교권과 권력에 눈이 멀고, 자기 배를 불리는 데만 급급한 나머지 십자가가 주는 의미가 무엇인지 잊어버린 한국교회의 슬픈 현실이다.

자기가 속한 교단의 세력 확충과 교파, 교리를 따져가며 자신과는 소속이 다르면 이단이라고 정죄하는 볼썽사나운 모습에 종교인, 비종교인을 떠나 말 그대로 학을 뗀 것이다.

교세가 약할 때는 신경도 안 쓰다가, 교세가 커질 것 같으면 한 번 정도 이단이라는 굴레를 씌우고, 교세가 자기네가 감당하기 힘들 정도로 커지면 이단을 철회하며 머리를 조아리는 것도 한두 번이지 이제 더 이상 한국교회의 그 이상한 이단놀음에 놀아나는 신앙인들은 없을 것이라 본다. 이제 신앙인들도 신앙의 잣대가 무엇인지 잘 알기 때문이다. 더 이상 목사의 말에만 휘둘리고 신앙하는 시대는 지났다. 진정한 종교지도자가 누구인지, 무엇에 기준을 두고 신앙해야 하는지 깨닫기 시작했다고 본다. 지난날은 무지했기에 무조건 앞선 지도자들의 말만 따라갔다면, 지금은 신앙의 기준은 오로지 성경뿐임을 알 것이다. 사람의 말이 아닌 오직 성경에 기록된 그 말씀에 의지해, 그 말씀의 뜻이 무엇인지 알고자 힘쓰고 있다는 것을 오늘날 한국교회는 알아야 할 것이다.

진정 하나님을 믿고, 예수님을 믿고, 또 성경에 기록된 그 말씀을 믿는 종교지도자라면 성경에 기록된 그 말씀대로 이루어진 무엇인가가 있다면 그것을 부인해서도, 그것을 믿고 따라가는 자를 핍박하거나 조롱하는 일이 있어서도 안 될 것이다. 만일 그러한 행동을 일삼고 있다면 이는 하나님도, 예수님도 성경도 다 부인하는 꼴이 되고 말 것이니 스스로가 기독교인이 아님을 시인하는 것이나 다름없다.

안양시 일부 교회의 철탑이 내려지는 것도, 그동안 한국의 밤하늘을 수놓은 십자가의 붉은 조명이 꺼져가는 것도, 그저 표면적으로만 바라봐서는 안 될 것이다. 도시의 미관과 안전을 위한다는 명목 하에 행해지는 것이지만 십자가 불빛이 꺼져가는 데서 한국교회는 자신들의 십자가 사랑이 얼마나 진솔했는지 돌아보는 계기를 만들어야 할 것이다. 그리고 한국교회가 꺼버린 그 십자가 사랑이 어디에서 다시 시작되고 이루어지는지 생각해봐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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