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8일 오전 10시 진행된 포럼에서 터키 기자작가재단 제말 우샤크 부사장이 ‘터키의 무슬림/기독교 대화, 그 경험의 역사적 측면과 실제적 측면’이라는 주제로 발제하고 있다. ⓒ천지일보(뉴스천지)
무슬림과의 소통 촉구… 종교의 탈정치화 강조
“무슬림에게만 ‘평화’ 상대적으로 적용해선 안 돼”

[천지일보=강수경 기자] “한국은 7대 종단이 모여서 종교인평화회의를 구성하고 있다. 현재 8번째 종단에 이슬람교가 들어갈 수 있게 하려고 노력을 하고 있다. 한국화한 이슬람교를 ‘코슬림’이라고도 하는데, 한국적으로 동화된 이슬람교가 한국 8대 종교의 하나가 되기를 바라고 있다.”

18일 오전 10시 한국불교역사기념관 국제회의장에서 열린 ‘다종교사회, 소통과 상생을 위한 종교인 대화’ 포럼에서 한국종교인평화회의 종교간대화위원회 이정배 위원장이 이같이 말했다.

이스탄불 문화원과 대한불교조계종 총무원 사회부, 법무법인 한강 주최로 개최된 이날 포럼에는 가톨릭 성직자, 개신교 신학자, 불교 스님, 터기 무슬림 언론계가 발제자로 참석했다.

이정배 위원장은 한국종교인평화회의의 기존 7대 회원종단이 아닌 이슬람교가 회원이 되기 위해서는 ‘한국화’라는 선제 조건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한국화를 통해 ‘평화’에 대한 공통된 개념을 갖고 있어야 한다는 뜻이다. 일례로 그는 최근 이란에서 열린 포럼에서 이슬람 학자들이 내놓은 견해에 대해 입장을 이야기하고 싶다며 말문을 뗐다.

그는 “전 세계 이슬람 학자들이 주장하는 내용의 핵심은 정의는 절대적이나 평화는 상대적이라는 것이었다”며 ‘평화’가 상대적일 수 있다고 생각하는 점을 지적했다. 같은 소속이면 ‘평화’이고, 다른 소속이면 ‘무자비’한 것은 평화의 개념으로 볼 수 없다는 의견이다.

그는 이를 독일군에는 평화하고 유대인에게는 학살을 자행한 ‘나치식 평화’라고 정의했다.

이에 이 위원장은 “평화를 상대적으로 보는 이슬람 평화 논의에 대해서는 토론할 여지가 많다는 생각을 하게 됐다”고 말했다.

종교 문제로 유혈사태까지 일으키는 무슬림이 ‘평화’에 대한 개념을 다르게 갖고 있다는 데 이의를 제기한 것이다. 그는 “무슬림들이 서구 개신교와의 문제 때문에 평화에 대해 거짓된 평화라는 상처를 받았을 수도 있다”며 대화가 필요하다는 점을 피력했다.

그는 대안으로 영화 ‘신과 인간’을 내놓았다. 영화에서 주는 감동과 지혜로 ‘평화’에 대한 경계를 풀어갈 수 있을 것이라고 제안했다.

다종교사회인 우리나라에서 종교 간 소통과 상생을 위해서는 종교가 정치적, 경제적 이득을 떠나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왔다. 아울러 무슬림과의 소통이 필요하다는 주장도 제기됐다.

터키 기자 작가재단 부사장인 제말 우샤크는 코란을 인용해 “신의 뜻을 이 땅에 세워야 할 사명이 있는 우리는 우리의 소원과 의지를 따라 협력과 조화를 이뤄야 한다”고 말했다.

하나의 민족으로 만들 수도 있었던 하나님이 다종교를 허락한 것이 인간의 협력과 조화를 바라기 때문이라는 해석이다.

이에 그는 “역사 속 많은 종교 유혈 전쟁은 종교인들의 착취와 정치적 경제적 이익에 대한 숭배에서 비롯된 것임을 인정해야 한다”며 “예수님의 말씀에 따라 겸손, 관용, 협력을 통해 불교 유대인 등 모두 세계 평화를 위해 한발자국씩 나아가자”고 덧붙였다.

천주교서울대교구 단중독위원회 위원장 허근 신부는 종교의 화합이 어려운 이유를 종교지도자의 리더십에서 찾았다.

그는 “어디나 종교인이 문제가 아니라 종교 지도자가 문제인 것이다. 종교지도자가 먼저 나서서 다른 종교와 화합하고 어떻게 하면 일치하는지 방법을 모색해야 한다”고 견해를 밝혔다.

반면 조계종 교육원 교육부장 법인 스님은 이웃 종교와의 상생 관계를 불교계가 잘 이어나가고 있다고 자평했다.

그는 “2600여 년 불교 역사에 강제 개종으로 인한 갈등이 거의 없고 전도를 위한 전쟁이 없었던 것은 ‘이웃 종교를 경쟁자가 아닌, 함께 어울려 좋은 세상을 만들어가는 공존과 협력 관계’로 보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한편 이날 포럼에는 터키 기자작가재단 제말 우샤크 부사장, 터키 23대 국회의원이자 기자작가재단 앙카라지사 메흐멧 샤힌 대표, 대한불교조계종 교육원 교육부장 법인스님, 감리교신학대학교 박석용 교수, 한국종교인평화회의 종교간대화위원회 이정배 위원장, 성공회대 이주엽 겸임교수, 가톨릭 알코올사목센터 허근 소장이 참석했다.

이날 발표를 한 터키 인사 외에도 ‘2012 한국-터키 제2회 민주화워크샵’ 방문단이 참석해 포럼의 내용을 경청했다.

천지일보는 24시간 여러분의 제보를 기다립니다.
저작권자 © 천지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