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18 기획] 민주올레길 위에서 역사를 만나다
[5.18 기획] 민주올레길 위에서 역사를 만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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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민주올레 참가자들이 5.18 국립묘지에서 묵념을 하고 있다. ⓒ천지일보(뉴스천지)
올해 6년째 진행 당시 현장 더듬어
“희생자 있었기에 민주화 이뤄진 것”

[천지일보 광주=이지수 기자] 세월은 흘러가도 산천은 안다. 깨어나서 외치는 뜨거운 함성. 앞서서 나가니 산 자여 따르라.”

5.18 광주민주화운동의 희생자들을 위한 추모곡인 ‘임을 위한 행진곡’의 일부다. 5월이 되면 광주에서 는 심심찮게 들을 수 있는 곡이기도하다. 5월 한 달간 광주시 곳곳에는 5.18 민중항쟁을 기리는 다양한 행사들로 가득하다.

올해 그 가운데 하나인 ‘민주올레’ 행사가 열렸다. 참여자들은 5.18 사적지를 거닐며 32년 전 역사의 발자취를 더듬었다.

◆“그때의 주먹밥을 기억하시나요?”
12일 오전 10시. 옛 전남도청 분수대 앞에는 ‘민주올레’ 참가자들로 북적였다. 대부분 5.18 민중항쟁의 역사 를 공부하기 위해 참가한 중‧고생들이었다.

맹승엽(19, 여, 첨단고등학교 3학년) 양은 “5.18 민중항쟁에 관한 일은 광주에서 태어나고 자랐기 때문에 많이 들어왔다”며 “이번 민주올레 체험을 통해 그 당시 상황을 자세히 살펴보고 직접 그 현장에서 새로운 것들을 느끼고 배워보고 싶어 참가했다”고 말했다.

옛 전남도청은 당시 항쟁본부이자 27일 최후의 격전지로 많은 시민군이 산화한 곳이다.

“계엄군아, 물러가라!” 민주올레 참가자들은 빈 페트병을 계엄군을 향해 던지며 당시 시민군의 모습을 재현했다. 그리고 빠질 수 없는 주먹밥.

당시 부녀자들의 ‘주먹밥’은 항쟁을 버텨나가는 데 큰 도움을 줬다. 식량이 절대적으로 부족한 상황에서 당시 광주를 위해 싸우던 시민군을 위해 집집이 쌀을 걷어 주먹밥을 만들어 도청으로 나르며 힘을 북돋았다. 이렇듯 주먹밥은 광주민주항쟁의 또 다른 상징으로 남았다.

참가자들은당시를 생각하며 주먹밥을 정성스럽게 만들어 서로에게 먹여주면서 즐거운 시간을 보낸 후 다음 장소인 전남대 정문으로 향했다.
▲ 민주올레 참가자 중 한 학생이 주먹밥 만들기 체험을 한 후 맛을 보고 있다. ⓒ천지일보(뉴스천지)

◆끝나지 않은 노래‘ 님을 위한 행진곡’

전남대 정문은 5.18민주화운동이 시작된 발원지다. 1980년 5월 18일 오전 10시 교문 앞에 모여든 학생들이 학교 출입을 막는 계엄군에게 항의하면서 최초의 충돌이 있었고 학생들은 광주역과 금남로에 진출해 항의 시위를 벌였다. 현재는 학생과 시민을 불법 감금했던 이학부 건물도 철거됐으며 교문의 모양도 바뀌었다.

전남대 정문에 도착한 민주올레 참가자들은 이곳에서 특별한 시간을 가졌다. 바로 5.18 민주화운동 희생자들을 추모하는 ‘임을 위한 행진곡’을 배우는 시간.

“세월은 흘러가도 산천은 안다. 앞서서 가니 산 자여 따르라.” 처음에는 우왕좌왕하며 생소하게 생각했던 학생들도 노랫소리를 듣자 악보를 보며 곧잘 따라했다. 당시 전남대 정문에서 있었던 일과 노래에 관해 해설자의 설명을 들을 때는 호기심 어린 눈빛으로 경청했다.

이날 해설자로 나선 송석윤(26, 남, 전남대 수학교육과 4학년) 씨는 “지금 학생들이 5.18민주화운동을 마음으로 느낄 수 있도록 도움이 됐으면 하는 생각으로 참여하고 있다”고 말했다.

◆“우리가 기억 할게요”
다음 코스는 5.18 자유공원 내 상무대 영창체험관. 이곳은 많은 시민이 끌려와 고문과 구타의 공포에 떨었던 곳이다.

“다들 제자리에 앉아! 너희는 죽어 나갈 사람들이야!” 이동계 5.18 구속부상자회 사무총장이 당시 계엄군이 붙잡혀 온 시민에게 한 것과 똑같이 재현하기 위해 민주올레 참가자들에게 외친 말이다.

이 사무총장은 5.18광주민주화운동에 직접 참여해 5년형을 선고받았다. 그는 자신의 경험을 바탕으로 이곳에서 해설사 역할을 하고 있다. 구타와 감옥을 재현할 때는 “너무 무섭고 고통스러웠을 것 같다”며 얼굴을 찡그리는 학생도 있었다.

이 사무총장은 “우리 학생들이 이곳을 찾는 것을 보고 희망을 본다”며 “역사는 잊게 되면 죽은 역사가 되고 어떠한 교훈도 얻지 못한다. 하지만 역사를 마음으로 바라보기 위해 이곳을 찾는 학생들이 있기에 희망이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 이동계 5.18 구속부상자회 사무총장이 5.18 민중항쟁 당시 사진을 가르키며 설명하고 있다. ⓒ천지일보(뉴스천지)

민주올레 참가자들이 마지막으로 향한 곳은 5.18 구묘지다. 좀 전까지 웃고 장난치던 학생들도 이곳에 도착하니 숙연해졌다. 묘지 앞에서 저마다 품고 있는 사연들을 들을 때 표정 또한 사뭇 진지했다.

민주올레를 마친 한혜지(16, 여, 운남중학교 3학년) 양은 “5.18민주화운동 희생자들이 있었기에 민주화가 실현될 수 있었다. 민주올레를 통해 다시 한 번 감사함을 느꼈다”며 “그분들의 희생을 잊지 말아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민주올레’는 올해로 6년째 이어지고 있다. 올해는 12일부터 27일까지 매주 주말 오전과 오후 2차례씩 4시간 동안 옛 전남도청→전남대 정문→5.18 자유공원(상무대 옛터)→5.18 구묘지 순으로 진행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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