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앞에 보이는 건물은 2층으로 된 범종각이며, 뒤로 대적광전이 있다. ⓒ천지일보(뉴스천지)
[천지일보=백지원 기자] 화계사를 찾아가는 길목에 여러 색의 연등들이 길게 이어져 있다. 마치 연등들이 손에 손잡고 찾아오는 사람들을 맞이하는 듯하다.

대웅전과 명부전 앞 또한 연등들이 가득 걸려 있고, 대적광전 뒤편에선 철골 구조를 세우고 새 연등을 달 준비로 분주하다. 또 사찰 한쪽에선 커다란 한지 연등에 색을 칠하는 스님들의 손길이 바삐 움직이고 있었다.

여느 사찰처럼 화계사도 다가오는 석가탄신일 준비가 한창이었다.

▲ 대적광전 옆으로 난 북한산 둘레길로 가는 다리. 화계사는 북한산 둘레길을 옆에 끼고 있어 매우 수려하면서도 시원한 경관을 선사한다. ⓒ천지일보(뉴스천지)
◆북한산 둘레길 옆
화계사(서울특별시 강북구 수유1동)는 삼각산 자락에 있는 그리 크지 않은 사찰이다. 오밀조밀 모여 있는 전각들을 둘러보는 데는 20분 남짓이면 충분하다.

사찰 전체 공간도 작은 데다 각각의 전각들도 대적광적을 제외하고는 규모가 작다.

하지만 북한산 둘레길을 옆에 끼고 있어 매우 시원한 경관을 선사한다는 점은 화계사의 가장 큰 매력으로 다가온다. 특히 수령이 400여 년을 넘긴 나무들은 높은 키에서 시원함을, 길게 늘어뜨린 수많은 가지들에서 싱그러움이 느껴진다.

때문에 울창한 숲이 감싸고 있는 사찰에 들어서면 번잡하고 복잡한 마음을 잠시 내려놓게 된다.

서울 시내에서 매우 가까운 거리에 있다는 점 또한 사람들의 발길을 끌어당기는 하나의 요인이다.

▲ 화계사 한쪽에 마련된 축원방. 사람들이 저마다 소원을 적은 종이를 줄에 매달아 놓았다. ⓒ천지일보(뉴스천지)

◆현각스님과 숭산스님
‘화계사’ 하면 현각스님을 떠올리는 사람들이 많다. 불자들뿐 아니라 일반인들에게도 널리 알려져 있는 스님이다.

미국에서 태어난 스님은 미국을 방문한 숭산스님의 강연을 우연히 듣게 되면서, 강연에 감동을 받아 한국으로 건너왔다. 그리고 오랜 수행을 거치며, 한국 불교에 빠지게 됐다.

가톨릭 가정에서 태어나 한때 신부의 꿈을 갖고 있었다는 점과 예일대, 하버드 대학원 졸업이라는 학력으로 더욱 주목받기도 한 그는 화계사 국제선원장을 지냈다.

그러면서 많은 외국인 불자들에게 한국 불교를 전하는 역할을 담당했다. 그중 많은 스님들이 한국 불교를 배워 본국으로 돌아가 이를 전했다.

그가 쓴 ‘만행, 하버드에서 화계사까지’라는 책은 베스트셀러에 이름을 올리기도 했으며, 이에 따라 점차 화계사와 국제선원도 함께 주목을 받게 됐다.

숭산스님 생존 당시에는 세계 각처에 120여 개 선원이 세워졌고, 숭산스님의 외국인 제자 수는 5만여 명에 이르렀다. 그런 점에서 화계사 국제선원은 ‘한국불교의 전도사’ 역할을 한 셈이다.

 

▲ 보물 제11-5호인 화계사 동종. 한국 종의 특징을 잘 드러내고 있으며 특히 아래 부분의 꽃무늬는 화려하고 아름답다.
◆보물 ‘화계사 동종’
사찰 내 전각들의 규모는 대체로 작지만, 화계사 동종(보물 제11-5호)이 있는 범종각은 상대적으로 규모가 큰 편이다.

범종각 가까이로 가서 보면 커다란 종과 북이 눈에 띈다.

때문에 많은 사람들이 커다란 종인 범종을 동종으로 알고 지나치는 경우가 많은데, 자세히 보면 범종과 북 옆에 작은 종이 걸려 있음을 발견할 수 있다.

이 작은 종이 보물로 지정된 동종이다.

조선시대 대표 승려장인인 사인비구가 희방사의 종으로 제작한 이 종은 한국 종의 특징을 잘 담아내고 있으며 조선 후기 범종양식 연구에 중요한 자료로 그 가치가 높이 평가되고 있다.

특히 아래 부분에 새겨진 꽃과 줄기는 가는 선으로 표현돼 있는데 매우 섬세하고 아름답다.

◆한글맞춤법통일안 집필
화계사 중심 법당인 대웅전은 서울시 유형문화재 제65호로 지정돼 있는데, 조선 후기의 양식을 잘 드러내고 있다는 평가를 받는다.

특히 지붕 처마를 받치고 있는 공포는 매우 중후하고 화려하다. 이 대웅전은 1933년 조선어학회 주관으로 이희승, 최현배 등이 국문학자 9명이 기거하면서 한글맞춤법통일안을 집필한 곳이라는 데서도 큰 의미를 갖는다.

▲ 대웅전 마당에 걸린 화려한 연등들. 화계사 중심 법당인 대웅전은 국문학자 9명이 기거하면서 한글맞춤법통일안을 집필한 곳이기도 하다. ⓒ천지일보(뉴스천지)
대웅전을 마주하고 있는 건물은 보화루인데, 여기에 걸려 있는 현판 가운데 ‘화계사’는 흥선대원군이 쓴 것이라고 전한다.

또한 대적광전은 사찰 전각들 가운데 규모가 가장 크며 1층은 공양간으로, 2층은 제일선원과 스님들이 생활하는 요사로, 3층은 법당, 4층은 국제선원으로 사용되고 있다. 이 외에도 작은 건물인 천불오백성전과 삼성각이 화계사에 함께 자리하고 있다.

▲ 사찰 건물 가운데 가장 큰 규모를 자랑하는 대적광전은 총 4층으로 이뤄져 있다. ⓒ천지일보(뉴스천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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