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종선 (사)한국기업윤리경영 연구원장

선거는 국가의 정책결정 과정에 국민이 직접 참여하는 주요행사 가운데 하나이다. 수적으로 우세한 집단의 의견이 국가정책에 반영되기 쉽다는 것을 생각하면 요즈음 대기업들의 마음은 이래저래 편치 못하다. 글로벌경쟁이나 불투명한 대외환경과 같이 경영현장의 어려움은 별도로 치더라도 중소기업 대비 낮은 고용흡수력과 상대적으로 높은 부가가치, 경제력집중 완화 여론 등으로 정치권이 따뜻한 눈길을 줄 수가 없기 때문이다. 갈등의 조정보다 확산, 대기업의 공보다는 과를, 중소기업 육성을 강조하는 목소리가 높아지는 이유이다.

통계청에 따르면 우리나라 전체 기업체수는 307만개, 총고용인력은 1340만 명이다. 이 중 대기업은 2900개사로, 총고용인력의 12%인 165만 명을 고용하고 있다. 종업원수 500명 이상 되는 비교적 큰 대기업은 820개사로 106만 명을 고용하고 있다. 전체 기업체수의 99%인 306만 7000개사로 구성된 중소기업은 1175만명을 고용하고 있는데, 이 가운데 소상공인, 소기업이라 할 수 있는 종업원 수 9명 이하의 기업체수는 93%인 288만개로, 총고용인력의 48%인 648만 명이 종사하고 있다. 대중소기업 간에는 물론이고 대기업은 대기업 간에, 중소기업은 중소기업 간에도, 규모격차가 매우 크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부가가치 창출이나 생산액은 대기업, 중소기업이 경제 전체에서 각각 약 50%씩 기여하여 단위당 생산성이나 수익성 면에서 큰 차이를 보인다. 중소제조기업의 1인당 부가가치 생산성이나 연간급여는 각각 대기업의 30%, 50% 수준이다. 이는 양극화나 이중구조를 지적하는 지표의 하나로 자주 인용되며 중소기업의 60% 정도는 대기업과의 협력관계를 맺고 있다. 중소기업은 대기업의 거래 불공정성과 시장불균형 등을 성토하고 언론은 이를 앞 다투어 보도한다. 정치권은 경제민주화를 내세우며 경제력 집중완화, 대기업규제 정책공약을 경쟁적으로 내놓고 있다. 대기업들의 우려 섞인 소리가 나온다.

하지만 일부 골목상권 진출이나 일감 몰아주기, 불공정 사례와 같이 스스로 여론과 규제유발을 자초한 측면도 적지는 않다. 그러다보니 나쁜 대기업, 나쁜 시장경제를 앞세우게 되고 규제 이유와 명분이 당연하다는 분위기로 흐른다.

대중소기업 양극화 해소나 불균형 시정은 우리 경제의 건전한 지속성장을 위해 해소되어야 할 과제이나 그렇다고 해서 성장잠재력을 훼손하는 정책추진은 곤란하다. 더우기 간과해서 안 될 것은 우리나라 중소기업 관련정책이 어느 선진국가와 비교해도 잘 짜여져 있다는 점이다. 지원제도 가지 숫자도 많아 “중소기업 지원제도 활용하기”라는 책자도 많이 발간되고 설명회도 성황을 이룬다. 정책이 없어서가 아니라 정보소통이 안되고 실천이 미흡하지 않았나 유념해야 한다.

최근 정치사회 분위기에 부응하여 협력기업과의 상생, 동반성장 협약을 선포하는 기업그룹이 많이 보도되고 있다. 공기업뿐 아니라 지자체, 지역단체들까지 확산되고 있는 분위기이다. 비록 짧은 기간이지만 그동안의 협력경험이 축적된 결과 많은 베스트 프랙티스가 나타나고 업종별로도 다양한 좋은 프로그램이 꾸준히 실천되고 있다. 그 내용도 단순히 컴플라이언스 차원을 넘어 상호신뢰구축 방안까지 글로벌 시장경쟁에 대응하여 정교해지고 있다.

무늬만 동반성장이라던가 리스크를 협력업체에 전가시킨다는 일부사례를 애써 들춰내기보다는 바람직한 협력과 상생, 신뢰구축 실천사례를 발굴하고, 널리 활용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이 과정에서 중요한 것은 중소기업의 자강노력과 대기업의 준법경영, 사회적 책임경영이 현장에서 확산될 수 있도록 격려하고 칭찬하는 분위기를 만들어야 한다는 점이다. 칭찬은 고래도 춤추게 한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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