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윌리엄 틴데일 .
[천지일보=백지원 기자] ‘영원한 베스트셀러’로 불리는 성경.

오늘날은 전 세계 언어로 번역돼 어렵지 않게 성경을 접할 수 있게 됐지만, 16세기 이전만 해도 평신도들에게 성경은 쉽게 다가갈 수 없는 존재였다.

당시 성경은 원어인 히브리어와 헬라어, 그리고 4세기 제롬(Jerome)에 의해 번역된 라틴어로 된 것이 전부였기 때문에, 성직자와 일부 라틴어 구사자를 제외하고는 읽을 수 있는 사람이 많지 않았다.

성경은 성직자와 귀족들의 전유물이었고, 평신도들은 오로지 성직자를 통해서만 성경의 내용을 듣고 이해할 수밖에 없었다.

◆성직자들의 전유물이었던 성경
하지만 이 같은 상황을 안타깝게 여긴 한 인물이 있었다. 바로 영국의 사제였던 윌리엄 틴데일(William Tyndale, 1495~1536)이다.

그는 헬라어에 능통했기 때문에 어렵지 않게 성경을 읽을 수 있었는데, 성경을 읽으며 많은 은혜를 받아 이 은혜를 평신도들도 함께 느낄 수 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무엇보다 대중적인 언어인 영어로 성경을 번역하는 일이 필요하다고 판단했다.

이에 한 부유한 상인의 도움을 받아 먼저 영국에서 성경 번역을 시작했다. 하지만 국왕 헨리 8세는 성경 번역을 금지했고, 고위 성직자들 또한 “성경을 번역하는 일은 어리석은 일”이라며 격렬히 반대했다. 이들의 방해로 그의 성경 번역 작업은 계속 진행하기 어려운 상태에 놓였다.

◆독일로 건너가 번역작업
이에 그는 독일로 옮겨가 그곳에서 신약성경 번역을 진행, 1525년 4절판으로 번역된 신약성경을 출판했다.

이것이 최초의 영어번역 신약 인쇄본이다. 그는 라틴어를 거치지 않고 원어를 바탕으로 성경을 번역했다.

하지만 영국 가톨릭 고위 성직자들은 독일로 첩자를 보내 그의 일을 계속 방해했다.

그러던 중 함께 일하던 인쇄공이 성경인쇄 사실을 밀고하면서 ‘보름스’ 지방으로 피신을 가야 했다. 그는 그곳에서 다시 8절판으로 신약성경 3천 부를 출판한 것을 시작으로, 1만 8천여 부를 더 인쇄해 영국으로 밀반입했다.

번역된 영어성경은 밀가루통 등에 담겨 암시장을 통해 급속하게 확산됐다. 하지만 영국교회 또한 각종 방법을 동원해 이를 막으며 발견 즉시 사들여 이 성경들을 모두 불태워버렸다.

당시 출판된 1만 8천여 부 가운데 모두 불타고 현재 2부가 전해지고 있다.

틴데일은 계속되는 방해로 여러 곳으로 피신을 다니면서도 신약성경 수정작업을 진행했고, 구약성경 ‘모세오경’과 ‘요나서’를 번역했다.

하지만 결국 비밀요원의 밀고로 체포되고 말았다. 그의 죄목은 ‘이단’이었는데 가톨릭 교회는 그가 번역한 성경은 성경이 아니라 거짓된 책자일 뿐이라고 주장했다.

틴데일은 ‘에클레시아’를 가톨릭 교회가 아닌 회중으로, ‘아가페’를 자선이 아닌 사랑으로 번역했으며 ‘고해’를 ‘회개’로 바꿨다.

이 같은 그의 번역은 기존 가톨릭의 교회 권위를 흔들어 놓는 일이었고, 당시 면죄부와 연결되면서 교회에 금전적 이익을 가져다 준 고해성사도 ‘회개’를 통해 구원을 얻을 수 있게 된다는 사실이 강조돼 무의미해졌다.

그는 교회 질서를 어지럽힌다는 죄목으로 투옥된 지 2년 만인 1536년 교수형에 처해졌고, 시신은 불태워졌다.

하지만 그가 세상을 떠난 후 75년이 지나 그의 영어번역 성경을 기초로 한 ‘킹 제임스 성경’이 출판, 평신도들도 직접 성경을 읽을 수 있게 되면서 그의 꿈은 실현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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