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위쪽부터 시계방향으로 2010년 에딘버러 페스티벌 당시 영국 BBC 홈페이지에 메인으로 실린 모습, 버블링 코디미란 제목의 외국공연포스터, 영국 공연 중 외국인 관객들에게 큰 박수를 받고 있는 모습, 2011년 8월 15일 에딘버러 페스티벌 행사 중 길거리에 나와 독도와 동해가 한국 영토라는 팻말을 들고 외국인에게 홍보하고 있다. (제공: 옹알스). ⓒ천지일보(뉴스천지)

[천지일보=김현진 기자]

- 해외로 진출할 당시 큰 어려움이 있었을 것 같은데.

채경선: 2010년이 가장 기억에 남는다. 어려웠을 때니깐. 금전적으로도 힘들었고, 주변에 도움을 요청해도 인지도가 없으니 ‘뭐하는 애들인데, 해외는 왜 가려는데’라는 시선밖에 없었고. ‘여기서나 잘하지 거길 왜 가’라고 하면서 적극적으로 도와주는 사람이 없었다. 그래서 우리가 경비를 자비로 마련하기 위해서 대학로에서 공연을 시작했다. 하루에 5회 공연하면서 목이 쉬어라 외쳤다. 저희가 이런 목표를 가지고 나가려는데 도와줄 분 없냐고, 혹시 영어 잘하시는 분 없냐고, 메일을 보내야 되는데 못 보내고 있다고 했더니 진짜 도와주는 사람이 나타났고, 답사 중에 한인회에서 많이 도와줬다.

- 실제 가서 당시 첫 공연 상황이나 관객 반응은 어떠했나.

최준우: 2300개 팀이 있었다. 우리는 그 중의 하나니깐 관객이 실제로 2~3명 있어도 공연을 해야 하는 상황이었고, 더구나 첫날 첫 공연이라 정말 많이 긴장했다.

채경선: 어찌됐든 일단 가서 ‘어떻게 하면 많은 사람들이 우리 공연을 보러 오게 할 수 있을까’라고 고민하며 길거리에 가서 춤추고 광대도 하고 시선 끌려고 별의별 행동을 다 했다. 5시 공연인데 5분 남기고 뒤쪽에서 커튼 틈 사이로 객석을 보니깐 2명 있었다. 첫 공연은 원래 잘 안 온다는 얘길 들었던 터라 ‘그냥 리허설 삼아 하지 뭐’란 생각으로 있었다. 그런데 시간이 다 될 무렵 50명 가까운 사람들이 막 몰려들어오는 것이었다. 그걸 무대 뒤에서 보는데, 서로 눈만 멀뚱멀뚱 보면서 말로 표현이 안 돼 눈물이 나려고 했다.

공연은 시작됐는데, 서로 진짜 얼굴만 쳐다보고 있었고, 눈물이 핑 돌았다. 몸은 움직이고 있지만 다들 보니깐 눈물을 글썽이고 있었다. 그런데 그 기분도 잠시, 처음 웃기려고 시도했는데 반응이 없는 거였다. 왜냐면 처음 준비하고 처음 선보이는 무대였기 때문이다. 당황해서 서로 보면서 어떡하지 했는데, 그냥 에라 모르겠다하고 계속 했다. 그러자 조금씩 반응이 오기 시작했고, 막 웃기 시작하니까 에너지를 받아 잘 마쳤다. 공연이 1시간이었는데, 20분 정도 지나서야 웃었다.

조수원: 당시 그 20분 동안은 정말 죽고 싶은 심정이었다. 한국 사람들도 아닌데 부끄러워서 앞을 볼 수가 없었다.

조준우: 한국에선 사전에 MC가 나와서 관객의 마음을 열어주는 시간을 갖는다. 그런데 그 시간이 전혀 없었던 거다. 관객들이 마음이 안 열렸는데, 우리는 감동이 충만해서 했으니, 안 웃을 수밖에 없었다. 더구나 관객의 호흡을 천천히 맞춰줘야 하는 것도 있었는데, 우리가 멋도 모르고 한국 스타일로 막 밀어붙이니 못 받아들이다가 조금씩 템포를 늦추니까 결국 나중에는 마음의 문도 열었다. 끝났을 때는 큰 박수를 받았다.

채경선: 그리고 뒤에 모여서 제일 먼저 한 것이 회의였다. 고칠 부분은 고치기 위해서다. 이렇게 하면서 행사 한 달 동안 매일 한 번씩 해서 27회 공연을 하며 점점 바꿔갔다.

- 경비를 직접 모아서 에딘버러 페스티벌에 참가했다. 열정이 대단한 것 같다. 어떤 목적의식이나 목표가 있었기에 그렇게 움직이는 것이 가능했을 것 같은데.

조수원: 한류라는 측면에서 한국코미디가 기여하도록 자리잡혔으면 하는 목적이 있는 것도 사실이었다. 그러나 대한민국 코미디언은 부가적인 수입 면에서 인지도나 영향력이 적기 때문에 많이 힘든 것이 현실이다. 그래도 현재는 많은 이들이 코미디를 좋아해서 나아지고는 있다. 무엇보다도 우리나라를 벗어난 다른 나라에서 대한민국의 코미디를 보여서 나중에 누군가가 도전할 수 있는 기초가 되고 싶은 목적이 있다.

채경선: 왜 나가면 애국자가 된다고. 우리도 다니면서 자부심과 긍지를 가지고 하고 있다. 다른 나라 팀들을 만나면 한국에서 온 코미디언이라 하면 ‘한국에도 코미디가 있냐’하는 등 아직도 그런 인식이 있다. 우리가 기왕 시작한 거 인식을 바꿔야 할 필요도 있고, 해내야 한다고 본다. 한국에서 온 코미디언이라 하면 ‘아 거기 대단해’라는 반응이 나타날 수 있도록 보여주고 싶은 것이다.
 

멋진 공연을 위해 열심히 연습 중인 옹알스 멤버들 [사진=김성희 기자] ⓒ천지일보(뉴스천지)

-왜 외국인들이 옹알스식 한국개그에 열광한다고 생각하나.

최기섭: 일단은 언어를 특정적으로 쓰지 않아서 좋아해 주는 것 같다. 특히 가장 큰 강점은 남녀노소 누구나 다 볼 수 있다는 점이다. 에딘버러 페스티벌 갔을 때도 어느 한 기자가 우리한테 ‘요즘은 아동용과 성인용이 구분돼 있어 남녀노소 다 볼 수 있는 코미디가 없다. 그런데 너희는 그게 되기 때문에 너무나도 큰 무기가 있는 것 같다’고 얘길 하더라. 우리가 생각해도 그게 맞는 것 같다.

또한 우리의 경우 뮤지컬처럼 극으로 계속 이어지는데, 그 안에 코미디만 있는 것이 아니라 저글링, 마술, 마임, 비트박스 등 여러 가지를 혼합해 하기 때문에 한번 공연을 보면 굉장히 많은 것을 볼 수 있게끔 만들어 놨다. 그래서 유럽이 아닌 그 어느 나라를 가도 ‘참 재밌는 친구들이네’라고 인정을 받고 있는 것 같다. 대신 그 나라의 문화 특성에 맞게끔 조금씩 바꾸긴 한다.

- 2011년 8월 15일, 에딘버러 페스티벌 진행 중에 독도와 동해가 우리 땅이란 피켓을 들고 퍼포먼스를 펼친 적이 있던데.

최기섭: 우선 리더 조수원 씨가 생각해서 하게 됐다. 그날 공연이 끝나고 방에서 쉬고 있는데, 갑가지 조수원 씨가 광복절이라면서 그냥 보낼 수 없다고 해서 인터넷을 봤다. 마침 미국에서 동해와 독도를 일본 영역이라 인정했다는 기사가 났더라. 그래서 ‘안 되겠네 이걸로 퍼포먼스 해야겠다’라고 해서 하게 됐다. 팻말을 만들어서 길거리에 나갔다.

앞쪽으로 평소 친하게 지내던 일본 공연팀들이 걸어오는데, 옛날 같았으면 웃으며 인사를 했다. 서로 눈을 마주치며 보다가 인사는 안하고 씁쓸한 표정을 지었고, 약간 서먹서먹했고 그날은 서로 인사를 안했다. 일본인 관광객들도 꽤 되는데, 와서 보고는 별로 읽어보지도 않고 간다. 그러나 다른 나라 사람들은 관심 있게 읽어보더라. 끝나고 나서도 공연장 뒷부분에 붙여놨더니, 일본 관객들이 많이 불편해했다. 붙여놓은 건 페스티벌 끝날 때까지였다.

-요즘 한류가 그야말로 대세다. 드라마로 시작해 케이팝까지 한류가 전 세계에 퍼져가고 있다. 옹알스가 개그 한류의 디딤돌이 됐을 거라 생각되는데.

조준우: 빨리 우리와 함께 갈 수 있는 그런 개그맨들을 모시고 싶다. 에딘버러 뿐만 아니라 여러 군데에 세계로 나갈 수 있는 등용문들이 있다. 거기 문을 두드려야 되는데, 처음에 우리가 영어메일 하나 못써서 힘들었던 것처럼 아마 힘들어 할 것 같아 여러 가지 정보를 준비해 놨다. 언제든지 오면 알려 드리겠다. 그런 마음이 있는 친구들이 생겼으면 좋겠고, 그때서야 비로소 진정한 코미디 한류가 생길 거라 생각한다. 지금은 우리가 너무나 미약해서 혼자하기가 버겁다. 우리 개그가 세계에서 하나의 문화로 인정받는 그날이 올 때까지 우리가 열심히 하도록 하겠다.

- 향후 계획은 어떻게 되는가.

조수원: 우선 이달 말 중국에 간다. 또 미국 공연이 7월 확정됐고, 런던에는 템즈 페스티벌에 초청을 받아 참가하게 된다. 해외 도시에 활발하게 나가고 있지만, 특히 문화가 발달하지 않은 열대우림이나 아마존 같은 곳에 가서 공연을 해보고 싶다. 물론 매우 어렵겠지만, 그곳 사람들을 웃긴다면 평생 마음속에 간직될 것 같다. 앞으로 꼭 할 계획이다.

채경선: 영국에 한 자폐 아동이 있었다. 주위가 산만하고 그랬던 아이가 우리만 보면 좋아하고 집중한다. 그 부모도 이런 경우가 없다고 하면서 좋아했다. 그 아이는 매일 공연을 찾아와 봤고, 손편지도 써서 줬다. 그래서 국내에 와서는 아무리 바빠도 이런 아이들한테 가서 무료로 재능기부 봉사를 하고 있다. 앞으로도 이런 봉사는 계속할 계획이다.

인터뷰 내내 시간가는 줄 모르게 재치 있는 입담과 큰 웃음을 선사한 옹알스. 이들의 올 한해 해외에서의 두드러진 활약을 또 기대해 본다.

 

▲ 옹알스 멤버들이 익살스런 표정을 지으며 사진을 찍고 있다. 왼쪽부터 최기섭, 조수원, 채경선, 조준우 [사진=김성희 기자] ⓒ천지일보(뉴스천지)

 

옹알스는...

‘옥동자’ 정종철의 연출로 2007년 그룹을 결성, 개그콘서트에서 코흘리개 아이들의 흥미진진한 세계를 코믹하게 그려내는 코너로 6개월간 공연을 펼쳤다. 당시 국내에선 큰 호응을 얻지 못했던 옹알스는 2010년과 2011년 에딘버러 페스티벌에 참가해 큰 성공을 거둔다. 기술파트를 담당하고 있는 조준우(34), 소품과 무대장치를 맡은 조수원(33), 소리파트의 최기섭(33), 비주얼(자칭)을 맡은 채경선(32)이 뭉쳐 대한민국 코미디의 역사적인 한 획을 긋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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