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종선 (사)한국기업윤리경영 연구원장

총선과 대선이 함께 있는 정치의 해라 그런지 유달리 반부패, 재벌구조 개선, 양극화 해소, 동반성장, 사회적 책임과 같은 말들이 자주 등장하고 있다. 부정부패, 불공정 행위로 인해 가진 자와 못 가진 자의 격차와 갈등이 심화되고, ‘너도 살고 나도 사는’ 상생의 주고받음이 아닌 약자에 대한 배려 부족, 일방주의나 이기주의가 만연해 있다는 것을 반증한다고 볼 수 있다. 건전한 시장경제, 민주사회에서는 이런 말들이 굳이 강조되지 않는다. 기본적인 것으로 당연히 지켜야 할 명제들이기 때문이다.

최근 백가쟁명식으로 쏟아내는 해결방안을 곱씹어 보면 일련의 문제들이, 윤리경영에 대한 이해와 철학이 빈곤하고 실천 역시 미흡하거나 겉핥기에 그친 데 관련이 있음을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윤리경영은 ‘윤리’와 ‘경영’의 합성어로 조직 운영의 기준을 윤리적 가치관에 두고 실천하자는 것이다. 윤리경영은 단순히 법규를 준수하는 것 이상의 도덕가치와 사회적 책임 이행을 요구한다. 거래기업과의 관계에 있어서는 공정거래법규를 지킬 뿐 아니라 납품가격을 후려친다거나 압력을 통해 금품을 수수하는 것이 아닌, 신뢰와 상생, 배려라는 가치기준을 충족하라는 것이다. 종업원에 대해서도 근로기준법, 노동법과 같은 법규준수 이외에도 종업원들의 삶의 질 향상을 위해 노력해야 할 의무가 있고, 소비자에 대해서는 법적으로는 문제가 없는 재료라 하더라도 건강이나 위생 등에 문제를 야기할 수 있다면 사용하지 않아야 할 책임이 있는 것이다. 눈앞의 이익보다 행한 결과에 대한 사회적인 영향에 대해 책임 있는 행동을 하는 것이 윤리경영인 것이다.

우리 실물경제는 세계 10위권에 이를 정도로 괄목할 만한 성장을 하였다. G20 의장국이 된 것을 보아도 그 위상을 실감할 수 있다. 이와 달리 우리나라 국가청렴도는 세계 40위권에 머무르고 있어 경제력과 사뭇 거리가 있다. 물질적으로는 선진국 수준인데, 정신적으로는 중진국 수준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OECD 회원 34개 나라 가운데서도 우리나라의 국가청렴도는 27위에 머물러 있다. 명실공히 우리나라가 선진국으로 불리기에는 많은 제약요인이 있음을 기억해야 한다.

우리의 인체는 외부의 바이러스, 세균으로부터 스스로를 보호하기 위한 면역 시스템이 구축되어 있다고 한다. 외부 병원체가 우리 몸에 침입하여 면역 시스템의 정상적인 활동을 방해하거나 관리한도를 넘어서게 되면 병에 걸리거나 심하면 사망에 이르게 되는 것이다. 조직도 마찬가지이다. 조직 내부의 부정부패나 비윤리라는 세균이 구조화, 일반화되는 상황에까지 이르게 되면 돌이키지 못할 파국에 이를 수 있다. 정상적인 경영활동보다 비정상적인 활동을 통해 문제를 해결하려는 풍조가 만연하게 되고, 구성원들의 불만이 누적될 뿐만 아니라 불필요한 거래 비용을 증가시켜 자원의 낭비를 가져오게 된다. 비윤리적 경영은 결국 해당기업뿐만 아니라 거래기업, 근로자, 소비자 나아가 국민 모두의 피해로 귀결될 수밖에 없다.

윤리경영은 벽걸이 장식품이 아니다. 윤리경영은 조직 구성원들의 아이덴티티와 창의성을 이끌어내고, 거래기업, 사회, 주주와 같은 외부 이해관계자와의 상생과 동반성장, 신뢰구축이 가능하도록 해준다. 나아가 우리 경제생태계의 선순환 구조를 만들어 냄으로써 지속가능한 성장, 사회적 책임을 다하도록 유도하는 성장과 발전의 가치사슬(value chain) 역할을 한다. 최근 우리 경제사회에서 논쟁의 화두를 장식하고 있는 대기업과 중소기업, 정규직과 비정규직, 부자와 빈자, 대기업의 동네상권 진출과 같은 경제사회 갈등과 양극화 문제 역시 경제주체 각각의 윤리마인드 재무장과 적극적인 윤리경영 실천에서 해결의 실마리를 찾을 수 있을 것으로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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