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준희 국민대학교 교수

스포츠의 영향력이 점차 커지고 있다. 그러기도 그럴 것이 한국은 하계올림픽을 비롯해 월드컵과 세계 육상선수권대회를 개최하였으며 동계올림픽까지 예정되어 있어 세계 4대 스포츠를 모두 개최한 스포츠 그랜드슬램을 달성한 여섯 번째 나라에 속하고 있다. 각종 언론에서 스포츠 기사는 점점 늘어나고 있으며, 주요 방송국의 뉴스에서도 스포츠뉴스는 따로 떼어 많은 시간을 보도하고 있다. 조금 있으면 런던올림픽이 치러지며 금메달을 땄다고 여기저기서 떠들썩하게 시끌벅적할 것 같다.

왜 사람들은 스포츠를 재미있어 할까? 여러 가지 이유가 있겠지만 그중 하나는 스포츠가 동적예술이라는 말처럼 최고의 경기를 펼치는 스포츠스타의 움직임을 보면 아름답고 멋있다는 감동을 일반 대중들에게 전달해주기 때문이다.

축구선수 메시의 드리블을 보면 공이 발에 붙어있는 듯하다. 김연아의 아름다운 음악 속에 펼쳐지는 환상의 피겨스케이팅은 보는 이로 하여금 감탄이 절로 나오게 한다.

어떤 종목이든 세계 최고의 경기력을 펼치는 선수들의 동작을 보면 아름답고 부드럽다. 힘이 전혀 들어있지 않으며 물 흐르듯 매끄럽다. 최경주나 양용은의 스윙을 보면 멀리 보내려하는 느낌이 전혀 들지 않지만 280야드를 훌쩍 넘겨 친다. 박태환의 수영도 최선을 다하는 것처럼 보이지 않는다. 오히려 초보 수영선수들의 모습이 더 힘차게 보인다. 스포츠가 아닌 장인의 손놀림을 봐도 서두르지 않으면서 부드럽고 유연하다.

몸을 사용하는 모든 동작은 처음에는 힘을 주는 것을 배우나 나중에는 힘을 빼는 것을 익힌다. 동작의 부드러움은 숙련된 사람의 특징 중 하나인데 이는 움직임의 기본 요소인 관절과 관절의 연결이 잘 이루어질 때 만들어진다. 그런데 이는 힘을 뺄 줄 알아야 가능하다. 물론 이 과정이 쉽지만은 않다. 골프에서 ‘힘 빼는 데 3년 걸린다’는 말처럼 힘을 빼는 것은 어렵다. 수 십 년의 세월과 피나는 반복연습이 요구된다.

힘을 빼는 것은 스포츠뿐 아니라 정치나 경제 그리고 인간관계나 한 개인에게도 적용되는 것 같다. 정치를 하는 사람도 언제 권위를 세우고 힘을 줘야지를 아는 것보다 언제 힘을 빼고 내려앉아야 하는지 그리고 언제, 어떻게 타협을 해야 하는지를 아는 것이 더 중요하다. 최고경영자도 각 조직에서 나오는 소리를 경청하고 이를 부드럽게 연결하는 리더십이 요구된다. 처세와 인간관계도 내 주장과 권리를 내세우기보다는 먼저 물러날 줄 아는 것이 노련한 사람의 모습이다.

사회 전반에 걸쳐 저마다의 소리를 내고 있다. 즉 힘을 내고 있다. 그러나 이 모습은 초보자의 모습이다. 상급자는 힘을 뺄 줄 아는 것임을 알아야 한다. 놓을 줄 알아야 하며 문으로 들어가는 법이 아닌 나오는 법을 알아야 한다.

‘사기’에 보면 성공자퇴(成功者退)란 말이 있다. 이는 ‘성공한 사람은 물러날 때를 알아야 한다’는 의미를 갖고 있다. 한 개인의 마음에도 힘을 뺄 줄 알아야 한다. 마음의 힘이란 욕심이다. 인생의 숙련자인 지혜로운 자는 욕심을 버릴 줄 아는 것이며, 기억을 잘 하기보다 망각할 줄 알며, 경쟁하며 미워하기 보다는 사랑하며 용서를 하는 사람이다. 그러면 부드러움이 생기고, 여기서 감동이 싹튼다. 대한민국이 힘을 빼는 법을 아는 숙련된 고수의 길을 걷기를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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