非朴연대 구성하나

[천지일보=유영선 기자] 4.11 총선의 승리를 이끈 새누리당 박근혜 비상대책위원장의 독주체제가 굳어지고 있는 가운데 여권 잠룡의 움직임이 분주해지고 있다.

잠룡 가운데 한 명인 김문수 경기지사가 22일 국회 정론관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대선 출마를 공식 선언하면서 새누리당의 대선 후보 경선 레이스가 뜨거워지고 있다.

현재 대선 출마를 결심한 정몽준 전(前) 대표와 김문수 경기지사를 비롯해 정운찬 전 국무총리, 이재오 전 특임장관 등이 박근혜 위원장에 도전장을 던질 것으로 보인다.

박 위원장은 5월 전당대회에서 새로운 지도부가 구성되면 비대위원장의 옷을 벗고 본격적인 대선 행보에 나설 것으로 예상된다. 오는 5~6월경 조촐하게 경선 캠프를 구성한 후 본격적인 민생 챙기기에 주력할 것이란 게 전문가들의 중론이다.

최근 일요신문이 국회기자 100명을 대상으로 한 박 위원장의 당내 경쟁상대를 묻는 조사 결과에 따르면 ‘없다’는 답변이 절반에 못 미치는 43%를 차지했다.

이는 당초 박 위원장의 당내 경선 라이벌인 정몽준(26%) 전 대표와 김문수 경기지사(13%)를 꼽은 기자수보다 많은 수준이다. 여권에서는 특히 ‘박근혜 대세론’에 이어 ‘경선 무용론’ ‘박근혜 추대론’ 등의 말이 오르내리기까지 했다.

여권 잠룡 중 가장 먼저 대선 출마 의사를 밝힌 정몽준 전 대표는 조만간 의원직 사퇴를 선언하고 이르면 23일부터 본격적인 대선 행보에 나설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정 전 대표의 이 같은 빠른 행보는 8월 당내 대선 경선 승리를 위해 하루빨리 ‘박근혜 대세론’을 차단하기 위한 것으로 풀이된다.

그는 수도권에서 ‘박근혜 한계론’을 내세우는 동시에 경선에서 완전국민경선제를 도입해야 한다고 주장할 것으로 보인다.

김 지사는 지난 20일 핵심참모 10여 명과 회의를 한 뒤 대선 후보 출마를 결심했다. 그는 이재오 전 특임장관과도 이날 만나 대선 출마 결심을 전달하고, 완전국민경선 방식으로 새누리당 대선 후보를 뽑는 방안을 협의한 것으로 전해졌다.

김 지사는 정 전 대표와 마찬가지로 총선 이후 친박 진영의 일방적 독주를 견제하기 위해서라도 완전국민경선을 통해 대선 후보를 뽑아야 한다는 입장이다.

친이계 좌장인 이 전 특임장관도 당내 입지를 모색하면서 대선 출마 시점을 엿보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박근혜 대세론’에 맞설 정몽준 전 대표와 김문수 지사, 이재오 전 특임장관 등의 비박(非朴) 연대가 형성될지, 독자적인 행보를 택해 다자간 대결구도로 갈지 관심이 쏠린다.

동반성장위원직을 사퇴하면서 정치적 운신 폭을 넓히고 있는 정운찬 전 국무총리도 대선에 도전할 가능성이 높다.

경남도지사를 지낸 김태호 의원과 서울에서 3선을 한 정두언 의원, 5선에 성공한 남경필 의원도 대선 경선에 참여할 대상으로 거론된다. 당내 기반이 없는 김 의원과 정 전 총리는 홀로서기보다는 친이계나 비주류 주자와의 연대를 모색할 것이라는 관측이 설득력을 얻는다.

정치평론가 박상병 박사는 기자와의 통화에서 “여권에선 비박연대의 대표 주자가 정몽준 전 대표가 될지, 김문수 지사가 될지가 관심사”라면서 “하지만 박근혜 위원장과 본 경선에서 이기는 것은 거의 불가능하다”고 전망했다.

황태순 정치평론가는 “박 위원장이 독주하는 모습은 새누리당에 그다지 득이 되지 않는다. 이회창의 전철을 밟는 게 아닌가 하는 우려의 시각도 있다”면서 “새누리당은 박 위원장의 일방적 추대론이 아닌 대선 경선을 반드시 거쳐야 한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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