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안철수 서울대 융합과학기술대학원장. (연합뉴스)

필승구도 선점싸움
새 ‘조기 등판’ 압박
安에 셈법 다른 민주

[천지일보=명승일·유영선·임문식 기자] 대선을 앞두고 필승 구도를 선점하려는 정치권의 ‘수 싸움’이 치열하다. 그 중심엔 대권 상수로 통하는 안철수 서울대 융합과학기술대학원장이 있다. 그를 조기에 ‘대선 판’으로 끌어들이려는 새누리당, 그에게 엇갈린 신호를 보내고 있는 민주통합당, 그리고 주변의 압박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수중 행보’를 이어가는 안 원장 사이의 미묘한 신경전이 현 정국의 관전 포인트로 떠올랐다.

◆안 원장 ‘조기 등판’ 논란

‘박근혜 체제’를 구축한 새누리당은 안 원장 닦달에 나섰다. 안 원장의 대선출마론이 떠오르면서다. “빨리 본인의 입장을 공식화하라”는 새누리당 이혜훈 의원과 “빨리 결론을 내라”는 김종인 전 비상대책위원 등이 연이어 ‘대선 후보 검증’을 이유로 안 원장의 입장 표명을 요구하고 있다. 사실상 안 원장의 ‘조기 등판’을 압박하는 셈이다.

물론 숨은 의도는 대선 견제용으로 분석된다. 리서치앤리서치 배종찬 본부장은 “새누리당의 전술은 안 원장을 조기에 강판시키는 것”이라며 “여러 검증을 통해 ‘선발(안 원장)’을 강판시켜 구원등판 효과까지 무력화하려는 것”이라고 전했다. 민주통합당 전병헌 의원도 19일 YTN 라디오 방송에서 “안 원장을 조기에 등판시켜 안 원장의 신선감에 타격을 주려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민주통합당은 안 원장 압박에 나선 새누리당을 견제하면서도 그의 입당 문제에 대해서는 엇갈린 목소리를 내고 있다. 비노(비노무현) 그룹인 박지원 최고위원은 20일 “제일 좋은 방법은 안 원장이 민주당에 들어와 함께 경쟁하는 길”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친노 그룹인 정청래 당선자는 “안 원장이 제3지대에 지금처럼 있는 것이 좋다”고 했다. 또 다른 4선 의원은 천지일보와의 통화에서 “현재로선 (안 원장이) ‘박근혜 대세론’을 막을 수 있는 유일한 사람”이라며 “민주통합당이 쇄신하지 않는 상황에서 입당하라는 요구는 무리”라고 지적했다.

실제로 안 원장의 입당 가능성은 그리 높아 보이지 않는다. 안 원장이 민주통합당에 입당할 경우 중도층과 기성 정당에 불신감을 가진 지지층의 상당 부분을 잃을 수 있다는 게 전문가의 견해다. 리얼미터 이택수 대표는 “중도층이나 부동층이 떨어져 나갈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민주통합당의 한 중진 의원도 “안 원장이 민주당 입당을 리스크로 생각하는 것 같다”면서 “본인이 추구하는 가치와 이미지에 손상이 올 수 있다는 점을 우려할 것”이라고 말했다.

◆안철수 시나리오는?

이런 가운데 안 원장의 대권 시나리오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배종찬 본부장에 따르면 ‘안철수 시나리오’는 크게 세 가지로 나눌 수 있다. 기존 정당에 들어간 뒤 후보 경선에 참여하거나 신당을 창당하는 방식, 당적을 두지 않고 제3의 길을 가는 경우 등이다. 배 본부장은 “포럼이나 모임 형태의 정치 조직체로 가면서 최종적으로 야권단일화 과정에 참여하는 방식”이라고 했다.

안 원장이 이 시나리오를 선택하면 등판 시기는 9월 이후가 될 것으로 점쳐진다. 후보단일화를 해야 할 다른 당의 대선 후보 윤곽이 그 시기에 드러나기 때문이다. 또 안 원장이 서울대 교수라는 공무원 신분인 점을 고려하면, 이 시기에는 공직선거법에 따라 진로를 결정할 수밖에 없다. 배 본부장은 “9월에 안 원장이 신당 창당을 하지 못할 경우 결과적으로 세 번째 모델로 가야 하고, 이 경우 극적인 후보단일화 효과를 위해 11월 정도가 유력한 대권 행보 시기가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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