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청담스님
[천지일보=백지원 기자] “잘 된다고 기뻐하지 말라, 모든 것은 내 마음의 그림자다. 망한다고 슬퍼하지 말라, 모든 것은 내 마음의 그림자다. …그림자가 굽었다고 미워하지 말고 바로 서라. 내 마음이 바로 서면 온 세상이 바로 선다.”

청담스님의 생활 명상집 ‘마음꽃다발’ 내용의 일부다. 그림자가 굽는 것은 그 모습이 굽어 있기 때문이듯, 세상 모든 일을 대할 때엔 마음가짐이 중요하다는 의미다.

‘마음 법문’을 강조했던 스님은 여러 저서들을 통해서도 자신의 가르침을 전했다.

◆마음의 갈증
스님은 1902년 진주에서 태어나 보통학교에서 신학문을 배웠고, 3.1운동 당시에는 지역의 만세운동을 주도하다 옥고를 치르기도 했다.

이후 진주농업전문학교에 진학한 그는 집 근처에 있는 호국사를 자주 찾았다.

하루는 목이 말라 물을 마시고 있는데 등 뒤에서 한 노승이 말을 걸었다. “목이 타면 그처럼 물을 마시면 되네. 하지만 마음이 탈 땐 무엇으로 그 불을 끌 수 있겠는가?” 이 말을 듣고 난후 여러 생각을 하게 됐고, 출가를 결심하게 됐다.

하지만 2대 독자였던 터라 출가하려 하자 그의 아버지는 서둘러 결혼을 시켰다. 하지만 그의 출가에 대한 의지는 꺾이지 않았다.

그는 25살에 일본으로 유학을 떠났다. 그곳에서 불교를 공부하고 돌아와 경북 옥천사로 출가해 불경공부와 수행에 매진했다.

◆춘원 이광수와의 일화
이렇게 공부와 수행을 통해 깨달음을 쌓은 그는 ‘마음 법문’을 강조했고, 불경이 잘못 번역되는 것을 염려했다. 이와 관련한 춘원 이광수와의 일화가 있다.

당시 가톨릭 신자였던 이광수가 불교경전인 ‘법화경’을 번역하겠다고 나선 일이 있었다. 경전에 담긴 이상적인 내용에 마음이 끌렸던 것이다.

하지만 청담스님은 혹 번역이 잘못될 수도 있는데 사람들이 그것을 옳다고 믿을 것을 우려했다. 때문에 이광수를 만나 며칠 동안 대화를 통해 설득했다.

스님은 “법화경은 읽을 때마다 모르는 것들이 새로 발견된다”며 먼저 ‘원각경’ 등을 읽어볼 것을 권했고, 이광수는 스님의 뜻을 받아들였다. 3년 후 다시 만난 자리에서 이광수는 “지금 ‘법화경’을 접하니 새롭고 깊은 뜻이 담겨 있어 잘 모르겠다. 그때 안다고 한 것이 부끄럽다”고 이야기하기도 했다.

◆둘째 딸 묘엄스님
청담스님의 둘째 딸은 불교계에 널리 이름을 알린 비구니스님, 묘엄스님이다. 어머니의 손에서 자란 묘엄스님은 15살 무렵 아버지 청담스님을 찾아가게 됐는데, 청담스님의 친구였던 성철스님과 이야기를 나누던 중 스님의 지식에 감탄했다. 이후 출가를 결심한 그는 훗날 비구니계를 크게 중흥시킨 인물이 됐다.

청담스님의 대표적인 업적은 불교정화운동에 앞장섰다는 점이다. 그는 불교의 정통성을 되찾고 불교를 현대적으로 발전시켜 나가기 위한 방안을 마련했다.

또한 그는 조계종 제2대 종정에 올랐으며 한경직 목사, 노기남 대주교 등과 교류하며 종교를 넘어 사회와 소통하는 데도 힘쓴 인물로 평가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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