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주식 한국서정작가협회 회장

화창하기 그지없는 봄날이다. 홍매화, 진달래가 피고 목련과 벚꽃도 아름다워 오랜만에 야외로 나가는 전철을 탔다. 다들 봄나들이를 나섰는지 전철 안은 발 디딜 틈이 없을 정도로 붐볐다. 몇 정거장 지났을 때쯤 중년 남성이 특정 종교를 믿어 구원을 받으라고 소음에 가까운 큰소리로 떠들어댄다. 대부분의 승객이 짜증스런 표정이다. 종교인의 의식 수준을 통해 종교의 올바른 방향이 무엇인지 생각게 하는 순간이었다.

이 세상에는 다양한 사람이 존재하는 만큼 다양한 종교가 존재할 수 있기에 전철 안에서 특정 종교를 알리는 것도 새삼 놀랄 일은 아니다. 문제는 일탈한 개인의 생각을 넘어 종교인이 공공장소에서 대중의 시선을 아랑곳하지 않는 속물적인 행위를 하느냐 하는 우려가 있기 때문이다. 이는 종교에 대한 이미지를 실추시키고, 종교로부터 사람을 유리(遊離)시키는 결과를 초래할 수도 있다. 종교도 결국은 사람이 하는 것이지만 그렇다고 해서 인위적으로 선택을 강요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더구나 어느 종교냐에 따라 내 편이냐, 네 편이냐로 나눌 수 있는 것도 아니다. 종교란 모든 것의 정점에서 피어나는 꽃과 같다. 그래서 종교인은 아름답고 따뜻하며 만나면 편안하다. 하지만, 일부 종교인들은 도도히 흐르는 종교다원주의 시대의 변화에 부응하지 못하고 물질과 명예, 이기심 등 세속적인 것들로 신뢰를 잃어 우리를 실망시키기도 한다.

종교는 시련 가운데서 또는 중대한 선택의 기로에서 자기 성찰을 통해 희망의 빛을 발하고 행복을 찾아가는 나침반 역할을 할 때가 많다. 종교에는 사랑과 자비, 상생과 용서라는 본연의 모습이 있기 때문이다. 종교는 정치, 경제, 사회, 문화예술, 복지, 환경, 교육 등 우리 일상생활과 밀접한 관계를 가지고 있어 때로는 종교가 곧 역사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렇다면 21세기 정보화, 세계화 시대에 종교는 우리들과 얼마나 소통하고 있을까? 보수와 진보가 대립하고 다문화 사회, 나 홀로 가정이 증가하는 오늘날에 종교의 역할은 무엇인가? 종교인의 삶은 늘 사랑과 자비로 가득 차 있을까? 종교인은 스스로를 낮추고 남을 배려하며, 매사에 감사하고 있을까? 여기에 대한 정답은 종교인 스스로가 가장 정확히 알고 있을 것이다.

나는 종교는 종교적인 진리와 기도, 수행으로 행복한 사회를 만들고 병든 사회를 건강하게 치유할 수 있다고 믿는다. 따라서 신도가 많은 종교뿐만 아니라 신도가 적은 종교도 나름대로 의미가 있고 굉장히 감동적인 모습을 보이는 경우가 많다. 그러나 일부 종교인들은 서로 다른 너와 나의 종교를 이해하지 못하고 나의 종교만이 참 진리라며 이웃 종교를 배척하기도 한다. 종교적 갈등도 여기에서 비롯된다.

누구든지 이웃 종교를 인정하고 더불어 함께하는 가운데서 제대로 된 신앙생활을 할 수 있다. 함께 한다는 것은 남을 나와 같이 생각하고 고민하고 느끼는 것이다. 사이비가 아닌 참 종교인은 이웃 종교를 비방하거나 폄하하지 않는다. 오히려 더 나은 것들을 보여줌으로써 인정받으려 한다. 사람들이여! 이 좋은 봄날에 진정한 종교인이 되고 싶다면 무엇보다 이웃 종교를 존중하는 법, 사랑하는 법을 먼저 터득하시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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