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들 “시민의 안전 불감증 없애야”
정부도 교통안전 최우선 과제 선정 필요

[천지일보=김예슬 기자] “2011년 5229명, 2016년 3000명, 2021년 1200명.”

이는 제7차 교통안전기본계획(2012~2016년)에 담긴 교통사고 사망자 감소목표치다. 그러나 앞서 현 정부가 임기 5년(2008~2012년)간 ‘교통사고 사망자 절반 줄이기’를 국정과제로 추진 중임에도 지난해 말 기준 목표 달성률은 40%에도 못 미치는 게 현실이다.

전문가들은 교통사고 사망자 수가 많은 것은 결국 정부와 시민의 안전 불감증이 가장 큰 원인이라고 입을 모은다.

◆‘생명’ 운이나 팔자로 여겨… 안전의식 “꽝”
한국교통연구원은 노력 여하에 따라 교통사고 사망자가 향후 20년 이내에 ‘제로화’되는 일도 가능할 것으로 보고 있다. 이는 어린이 교통사고 사망자 수가 많이 감소한 이유에서다.

어린이 교통사고 사망자 수는 1998년 1766명에서 2011년 80명으로 13년 만에 95% 감소했다. 한국교통연구원 오륭 박사는 “과속 및 무단횡단사고만 방지해도 교통사고 사망자 수를 대폭 줄일 수 있다”고 말했다.

오 박사는 인천시 택시 5300대의 블랙박스에 찍힌 2009~2011년 사망사고 32건의 동영상을 분석, 과속(43.7%) 및 무단횡단 사망자 수(37.5%)가 전체의 81%를 차지하고 있다면서 이러한 사고만 줄여도 교통사고 사망자를 줄일 수 있을 것으로 기대했다.

다른 분야에 비해 교통안전 교육 등이 취약하다는 지적도 나왔다. 2010년 기준 우리나라 교통안전 국제순위는 OECD 국가 중 28~30위로 최하위 수준이다.

한국교통연구원 임재경 연구위원은 “우리나라의 경우 교통시설과 교통운영은 세계적 수준임에도 교통안전은 최하위권이다. 이는 안전 불감증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임 연구위원은 “1992~2010년 교통사고 사망자가 16만 1340명으로 6.25 전쟁 시 국군 사망자 수 약 15만 명보다 많다”면서 “정부가 교통사고의 심각성을 인지하고 최고의 복지가 안전이라는 생각을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서울시립대학교 이수범 교통공학과 교수도 “‘안전’과 관련된 정책은 우선순위가 상대적으로 낮았던 게 사실”이라면서 “이제 먹고사는 것을 크게 걱정하지 않아도 될 만큼 경제수준이 높아졌기 때문에 안전에 대한 정책이 강화돼야 한다”고 말했다.

이 교수는 시민의식에 대해서도 꼬집었다. 그는 “우리나라보다 도로사정이 더 안 좋은 나라도 있다. 결국 선진국과의 차이는 법규를 안 지키는 운전자와 보행자에 있다”면서 “이는 안 지키면 더 빨리 갈 수 있다는 의식과 이를 용납하는 사회분위기 때문이다. 이러한 분위기를 바꾸는 게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교통안전에 대한 교육 부제도 문제점으로 진단됐다. 지난 12일 한국교통연구원 주최로 열린 ‘교통사고 사망자 제로 비전’ 세미나에 참석한 녹색어머니중앙회 김은주 중앙회장은 “어린이를 위한 안전교육은 의무화돼 있으나 청소년이나 성인에 대한 교육은 부재한 게 사실”이라면서 “교통사고는 재수가 없거나 운이 안 좋아서 당한다고 치부해버릴 사안이 아닌 만큼 안전에 대한 교육과 홍보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범칙금→ 벌금제도로 개정해야
도로교통공단 김만배 교통과학정책실장은 “‘사망자뿐 아니라 교통사고 자체를 없애야하는 때가 되지 않았나’ 하는 생각이 든다”면서 “그러기 위해선 국민의 의식개혁이 가장 중요하다. 노인의 경우 개개인에 맞춤형 교육지도가 필요할 것”이라고 전했다.

대통령 직속 교통안전기구 설치도 꾸준히 제기되고 있다. 임 연구위원은 “교통문화의 획기적인 개선을 위해서는 대통령 직속 교통안전기구를 설치할 필요가 있다”면서 “이와 함께 관계부처의 유기적인 협조와 지자체에 교통안전 추진 기구를 설치해야 한다”고 의견을 제시했다.

또한 실질적인 과속방지를 위해서는 현재 범칙금 대신 음주운전 수준의 벌금제도 도입이 필요하다는 목소리도 있었다.

오륭 박사는 “과속 운전자에 대해 선진국에서는 억 대의 벌금을 물거나 현장에서 체포해가는 일도 있다. 60km를 초과할 때는 살인속도라고 한다. 현재 범칙금은 12만 원인데 이를 개정해 1천만 원 이하의 벌금으로 바꾸는 방법도 생각해봐야 한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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