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달 31일 경기도 파주시 탄현면 금승리에서 축산 농가를 경영하는 이진우(65) 씨가 구제역 이후 재입식을 한 소를 바라보고 있다. ⓒ천지일보(뉴스천지)

우기때 비 많이 오면 피해지역 확대돼
농민들 아직도 전전긍긍 “장마철 점검 철저해야”

[천지일보=장수경 기자] “구제역 사태만 생각하면 눈물이 먼저 나요. 벌써 1년이나 지났는데…. 비가 많이 와도 별 일 없겠죠?”

구제역이 발생한 지난 2010년 12월 말 경기도 연천, 포천, 파주 가축 농가들의 사육 환경은 초토화됐다. 당시 축산 농민들과 주민, 공무원들은 구제역 확산을 막기 위해 안간힘을 썼다. 특히 가축 매몰지 중 침출수 우려가 제기된 곳에서 정부는 사후 보강조치를 하느라 바쁜 시간을 보내기도 했다.

그로부터 어느덧 1년 3개월이라는 시간이 흘렀다. 지금도 축산 농민들은 구제역이 또다시 닥칠지 모른다는 생각에 불안해 하고 있다. 곧 다가올 장마철 때문에 매몰지가 영향을 받지 않을까 하는 목소리도 들린다.

지난달 31일 경기도 파주시 탄현면 금승리의 한 축산 농가에서 만난 최문희(52, 여) 씨는 구제역 사태 때 키우던 젖소 49마리를 모두 땅에 묻었다.

최 씨는 “젖소 한 마리만 구제역에 걸렸는데 정부에서 전부 살처분하라고 명령이 내려와 모두 매몰했다”며 “다행히 물가 주변이 아닌 밭에다 소를 묻어 침출수도 없고 기름띠도 흐르지 않았다”고 말했다.

그는 눈앞에 보이는 매몰지를 손가락으로 가리키며 “저거(젖소) 묻을 때 울고불고했다. 심정이 말이 아니었다”며 “1년 전 일인데 아직도 그 때 일이 생생해 눈물이 많이 난다”고 하소연했다.
현재 최 씨는 남편과 함께 어미 젖소 27마리를 키우고 있다. 하지만 구제역이 또다시 발생할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마음이 늘 불안하다고 했다.

그는 “정부에서 또다시 구제역 발생하지 않도록 제발 신경을 많이 써 줬으면 한다”며 “백신을 소들에게 미리 놓아 (구제역) 확산을 막았으면 한다”고 덧붙였다.

인근에 사는 강문자(53, 여) 씨도 구제역 때 약 60여 마리의 젖소를 땅에 묻었다. 하지만 살처분의 아픔이 가시지 않았는지 아직 소를 키우지 않고 있다.

강 씨는 “구제역 때 남편에게 당(당뇨병)이 와 힘든 일을 전혀 못 하게 됐다”고 말하며 “그래도 남편이 수입을 위해 초임 만삭 젖소를 키우자고 이야기를 했다. 우선 조금 더 상황을 지켜보고 있다”고 덧붙였다.

현재 파주시에는 237개의 매몰지가 있고 이곳 탄현면에는 10여 개가 있다. 그동안 경기도는 매달 1회 이상의 주기적인 점검을 통해 구제역 매몰지를 점검·관리해 왔다.

이 때문에 축산 농민들은 비교적 안정을 되찾은 듯 보였다. 하지만 곧 다가올 장마철에 대한 불안감은 쉽게 가시지 않은 듯 보였다.

40년 동안 한우를 키운 이진우(65, 남) 씨는 “구제역 사태 때는 재산을 다 잃은 것 같아 가슴이 너무 아팠다”며 “8개월 후 재입식을 해 현재 40마리의 한우를 키우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시청직원들이 매달 1번씩 찾아와 구제역 매몰지를 점검하고 있다”며 “하지만 이제 곧 장마철이 다가오기 때문에 점검을 더욱 철저히 해 축산 농가를 안심시켜줬으면 한다”고 덧붙였다.

비가 많이 오는 우기를 대비해 파주시청도 만반의 준비를 해 놓은 상태다.

파주시청 관계자는 “현재 매몰지 별로 담당자를 선정해 한 달에 한번 이상 점검을 하고 있다”며 “집중호우 때는 구제역 비상대책본부 확대 운영을 통해 피해를 최소화할 방침”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혹시나 구제역이 발생해도 예전처럼 모든 소를 다 매몰하는 게 아니라 구제역이 걸린 소만 소각하거나 매몰할 방침”이라며 “농가소독을 꾸준히 해 농민들을 안심시킬 것”이라고 덧붙였다.

한편 그동안 구제역 2차 피해를 걱정해 온 환경시민연대는 올해도 침출수 점검 등이 제대로 이뤄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정수 환경시민연대연구소 부소장은 “구제역 매몰지로 인한 2차 피해로 가장 우려되는 부분은 지하수 오염”이라며 “우기 때 비가 많이 와 하천이 범람하면 피해지역이 확대되기 때문에 늘 매몰지 점검을 철저히 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올해는 지난해와 다르게 시간이 많이 흘렀다”며 “예상치 않은 상황이 닥칠지도 모르니 여러 가지 가정을 두고 예의주시 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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