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립정당성 논란… “홍재철 목사 파행이 출범 주원인”

[천지일보=손선국 기자] 한국기독교총연합회(한기총) 홍재철 현 대표회장 체제를 반대하는 20여 교단이 교계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한국교회 연합회(한교연)’로의 공식출범을 알렸다. 출범목적은 한기총을 다시 정상화한다는 것.

지난달 29일 오후 2시 서울 연지동 한국교회100주년기념관에서 한교연 창립총회가 열렸다. 이날 강경원(예장대신 총회장) 목사는 창립취지 설명에서 “완전히 새로운 조직이라기보다는 한기총을 정상화하기 위한 수단”이라고 강조했다. 한기총에서 분리돼 나갔다는 교계의 비난여론을 의식한 것으로 풀이된다.

이날 대표회장 후보로 출마한 예장대신 김요셉(서울선린교회), 기독교대한성결교회 이정익(신촌성결교회) 목사 중 재선거 끝에 142명의 대의원 중 74표를 얻은 김 목사가 당선됐다. 1차 선거에서 이 목사가 김 목사보다 2표를 더 얻었지만 과반수가 넘지 못해 재투표를 실시한 것이다.

한교연 신임대표회장에 선출된 김요셉 목사는 “연합기관은 한 교단이나 단체가 독식해선 안 된다”며 “모든 교단과 단체가 함께하는 기관을 만들겠다”고 밝혔다. 아울러 “그동안 실추된 한국교회의 명예를 회복하는 일에 최선을 다할 것”이라면서 “특히 한국교회를 공격하는 모든 안티 세력에 대해 단호하게 대처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날 창립식에는 예장통합, 백석, 고신, 대신, 기성, 기하성 등 20개 교단과 4개 단체가 참여했다. 공동회장, 부회장, 사무총장, 명예회장 등의 임원은 대표회장과 선거관리위원회에서 선정한 뒤 임시총회를 열어 인준받기로 했다.

하지만 한교연 설립에 대해 한기총 집행부는 지난달 12일 성명에서 “한국교회에서 공론화되지 않은 불법단체”라고 규정하며 “한기총을 지지하는 소속교단들의 이름을 사용해 단체 창립에 참여하는 것처럼 사칭한다면 민․형사상 책임을 물을 것”이라고 경고한 바 있다.

한교연 창립멤버 중 ‘한기총을 지지하는 소속교단’이라고 한기총이 밝힌 곳은 예장고신, 대신, 기하성(여의도), 기성, 예성 등이다. 이에 따라 양측 간 법적 공방이 예상된다. 앞서 한교연 설립을 둘러싸고 교계에서는 한국교회의 분열을 우려하는 목소리를 내기도 했다.

일부 목회자들은 각 교단의 9월 총회까지 지켜봤다가 총대들의 동의를 얻어 진행하는 것이 바람직할 것이라는 견해를 내놨었다.

미래목회포럼은 “한기총 비대위가 추진하는 연합회 설립을 많은 목회자가 우려하며 지켜보고 있다”며 “서두르지 말고 모든 교회와 목회자들의 뜻을 모아서 해결해 나가야 할 것”이라고 조언한 바 있다.

그러나 이 같은 교계의 바람과는 달리 한교연은 한국교회 연합운동 회복과 한기총 정상화를 위해 제3의 기구 출범이 불가피했다는 입장이다. 한교연 설립의 정당성에 대해선 오는 9월 각 교단의 총회 때까지 논란이 끊이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일각에서는 한교연 출범의 가장 큰 원인은 홍재철 목사에게 있다는 주장도 제기됐다. 홍 목사가 지난해 한기총 공동회장 자격에 많은 논란이 있었음에도 각종 회의나 한기총 행정에 영향력을 행사하면서 파행을 불러왔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길자연 직전대표회장의 금권선거 논란 이후 줄곧 한기총 정상화를 부르짖었던 김화경 목사는 “문제의 근원은 홍재철 목사가 자신의 잘못을 시인하지 않은 데 있다”면서 “개인적으로 분열은 반대하지만 기왕지사 한기총 정상화를 명분으로 출범했다면 서로 간 견제세력으로 작용해 한국교회 정상화에 힘써줬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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