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ㆍ재계ㆍ언론ㆍ금융계 등 전방위 사찰…KBS 새노조 문건 입수

(서울=연합뉴스) '민간인 불법사찰'로 도마위에 오른 국무총리실 공직윤리지원관실이 2008년부터 2010년까지 3년간 벌인 2천600여건의 사찰활동이 드러났다.

공직윤리지원관실의 업무대상인 고위직 공무원과 공기업 임원은 물론 정치인, 재벌총수, 언론계, 금융계 주요 인사 및 민간인까지 사찰한 것이 문건에 포함돼 있어 사찰활동이 전방위로 이뤄졌음을 보여주고 있다.

파업 중인 전국언론노동조합 KBS본부(KBS 새노조)가 제작하는 '리셋 KBS뉴스'는 공직윤리지원관실 점검1팀의 사찰내역과 결과보고서 등이 담긴 문건 2천619건을 입수했다고 29일 밝혔다.

문건에 따르면 공직윤리지원관실은 고위 공직자에 대한 감찰보고, 장ㆍ차관의 복무동향 기록과 함께 조현오 경찰청장, 어청수ㆍ강희락 전 경찰청장 등의 업무능력과 비위 의혹을 조사했다.

공직자에 대한 복무 보고서는 국정철학 구현, 직무역량, 도덕성 등의 항목으로 나뉘어져 평가가 이뤄졌다.

경찰 내부망에 비판적인 글을 올린 하위직 경찰들에 대한 동향 파악도 이뤄졌으며 전ㆍ현직 경찰들의 모임인 무궁화클럽에 대한 사찰문건은 150건이나 있었다.

충남 홀대론을 제기하며 정권과 각을 세웠던 이완구 당시 충남도지사, 이상득 의원에게 반기를 든 정태근 의원은 물론 정 의원과 만난 개인사업가 박모씨도 사찰 대상이 됐다. 또 서울의 작은 산부인과 이름도 문건에 올라있다.
공직윤리지원관실은 강정원 전 KB국민은행장, 이건희 삼성 회장이 삼성비자금 수사 이후 설립한 삼성고른기회장학재단, 화물연대, 현대차 전주공장 노조 동향 등도 감시했다.

2008년 촛불집회 당시 대통령 패러디 그림을 병원 벽보에 붙였던 서울대병원 노조도 감시 대상에 올랐다.

노무현 정권 때 임명된 공기업 임원들도 사찰대상에 포함됐다.

이세웅 전 대한적십자사 총재, 김문식 전 국가시험원장, 김광식 전 한국조폐공사 감사 등이 그 대상이다. 이들 대부분은 임기를 채우지 못하고 퇴진했다.

언론계에 대해서도 2009년 8월 작성된 'KBS, YTN, MBC 임원진 교체방향 보고'라는 항목이 있는 등 'BH(청와대) 하명'으로 일을 했음을 보여주는 기록들이 문건에서 확인되고 있다.

2009년 9월 작성된 'YTN 최근 동향 및 경영진 인사 관련 보고' 문건에서는 '노종면 등 불법 파업 주동차의 1심 판결은 검찰에 항소 건의'라고 검찰의 사건처리에 대한 의견을 내기도 했다. YTN 배석규 사장에 대해서는 '취임 1개월만에 좌편향 방송 시정 조치를 단행했다. 친노조 좌편향 경영, 간부진을 해임 또는 보직 변경했다' 등으로 평가했다.

KBS에 대해서도 노조의 성향 분석은 물론 김인규 사장에 대한 인물평가 등을 문건은 담고 있다.

고위 공직자의 사생활을 밀착해 뒤쫓은 기록도 있다.

2009년 5월19일 사정기관의 한 고위 간부 사찰 문건에는 이 간부의 불륜행적이 분(分) 단위로 기록돼 있다. 이 간부가 내연녀와 같이 간 장소와 시간, 표정은 물론 어떤 말을 했는지도 상세하게 묘사돼 있다. 이 간부는 사찰결과가 보고된지 2개월만에 사의를 표명했다.

한편 검찰은 2010년 김종익 전 KB한마음 대표 사찰 문제로 불거진 '민간인 불법사찰' 수사 때 이 같은 사찰대상 목록을 확보하고도 김 전 대표와 남경필 의원에 대한 사찰만 수사하고 수사결과 발표나 재판에서 이를 공개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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