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 22일 국립대전현충원에서 열린 추모 사진전시회에서 윤청자 여사가 아들의 사진을 보고 울음을 삼키고 있다. ⓒ천지일보(뉴스천지)

“엄마가 지켜주지 못해 미안하다”… 대답 없는 아들

[천지일보=김지현 기자] “평기야, 언제까지 사진으로만 봐야 하니!” 아들 민평기 상사의 사진을 어루만지면서 오열하는 어머니 윤청자(69) 여사의 눈물 맺힌 목소리다. 아직도 어머니는 아들이 이 세상 사람이 아닌 것을 받아들이지 못했다.

“어느새 2년이란 세월이 흘렀지만 아직도 실감이 나지 않아. 하지만 (아들의) 이름을 불러도, 불러도 대답이 없어. 언제나 이 모습이 잊힐지…” 이같이 말끝을 흐리며 “아들을 끝내 지켜주지 못했다”는 어머니는 평생 죄인의 마음으로 살아가고 있다.

“미안하다. 이 죄인을 용서해라. 아버지가 많이 편찮으셔서 병원에 계셔… 자주 와보지도 못하는구나.”
윤청자(69) 여사의 집은 충남 부여군 은산면 금곡리에 있지만, 요즘은 아들이 사고를 당한 후 마음의 병이 방광암으로 더 깊어져 고생하는 남편을 간호하느라 서울에 있는 병원에서 주로 지낸다.

천안함 추모 2주기를 맞아 지난 22일, 서울에서 곧바로 아들의 묘역이 있는 대전현충원에 도착한 어머니는 슬픔을 가슴에 묻고 의연한 표정을 지어 보이며 “이렇게 잊지 않고 찾아와줘서 고마워. 학생들도 공부 열심히 해서 훌륭한 사람 되고 다시는 이런 슬픈 일이 생기지 않게 더 힘 있는 나라를 만들어야 해”라며 현충원을 찾은 학생들에게 먼저 말을 건넸다.

그러나 아들의 사진이 눈에 들어오자 못내 참지 못하고 깊이 삼켰던 울음이 터지고야 마는 어머니는 “내가 죄인이여, 왜 내가 논산 건양대학교 중어중문학과에 잘 다니고 있는데 휴학계를 내게 하고 군대를 보냈는지… 착하고 공부도 잘하고 애교도 많았지. 군대를 다녀와서 복학하면 취직이 더 잘 된다고 해서 그랬는데… 이렇게 될 줄이야.”

3남 1녀 가운데 제일 귀여워하던 막내아들을 잃고 한이 맺힌 어머니 윤 여사는 모든 것을 자신의 탓으로 돌린 채 가슴에 아들을 묻고 하루하루를 힘겹게 살아가고 있다.

이 어머니는 “아무것도 필요 없고 오직 마지막 소원이 있다면 천안함 사건이 교과서에 실리는 것”이라면서 이번 추모 행사에 대해 아쉬운 것은 “이왕이면 서울에서 크게 해서 외국인들도 와서 보고 이 사건이 많이 알려지길 바랐다”고 말했다.

윤 여사에게 눈에 넣어도 아프지 않을 아들의 추억이 남아 있는 부여의 한 중학교 교문에는 “오늘 그대의 할 일은 무엇인가? 맡은 바 사명을 다하는 날, 나라는 발전되고 그대 또한 복 받으리라!”라고 적혀있다.

그곳은 2년 전 철쭉꽃이 화사했던 봄날 “천안함 46용사를 추모합니다.”, “부여의 장한 아들, 당신을 영원히 기억하겠습니다”라는 플래카드가 거리 모퉁이 이곳저곳에 걸려있던 부여의 군민 분향소가 있는 곳이다.

윤청자 여사는 지난해 6월 국민이 보내준 성금 가운데 1억 800여만 원을 “다시는 천안함과 같은 비극이 일어나지 않도록 신형무기를 사는데 써달라”며 방위성금으로 기탁하기도 했다. 지난 21일 113명의 승조원을 태운 해군 제2함대 영주함에 비상벨이 울려 퍼지고 경기 평택항을 출항한 지 1시간 만에 가상 적군의 공격이 있었다.

이날 훈련으로 2함대 서북방 72㎞ 목덕도 연안에 출현한 가상의 적 함정에 대해 함포사격을 하고 적 잠수함에 대한 폭뢰가 투하됐다. “나의 전우를 건드리는 자, 죽음을 각오하라”, “전우는 내 가슴에 묻고 적은 바다에 묻자!”등의 구호들이 붙어 있는 이 영주함은 2년 전 폭침된 천안함과 똑같은 구조와 같은 무장을 한 1200톤급 초계함이다.

이 영주함의 상갑판에 설치된 3.26포(K-6포)가 윤청자 여사가 내놓은 아들의 사망보험금과 성금으로 마련된 것이라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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