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석한 연세신경정신과의원 원장

 
모성은 말 그대로 엄마가 갖고 있는 성질이라고 할 수 있다. 세계 어느 나라의 엄마들이나 다 모성을 갖고 있다. 본능적인 특성이 많이 있기 때문이다.

우리나라 엄마들의 모성은 매우 독특하면서도 강하다. 만국 공통의 본능적인 모성은 자녀를 다치지 않게 하고, 잘 먹이며, 건강하고 행복하게 키워나가려는 마음과 행동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러나 우리나라의 엄마들은 이러한 모성 외에도 자녀를 사회적으로 성공하게 만들고, 지식과 지혜를 잘 갖추게 하며, 최대한 자녀의 능력을 발휘하게끔 하려는 마음과 행동을 보이고 있다.

그러다 보니 지나친 간섭과 관여, 그리고 감독과 제한을 하게 되며 마음속으로는 마치 자신의 분신인 양 생각을 할 뿐더러 삶의 목표를 자식에게 두는 현상이 일어나는 것이다.

그것은 우리나라 사회의 지나친 경쟁주의, 학벌과 각종 연줄 위주의 분위기, 사회적 약자 또는 낙오자에 대한 배려의 부족 등으로 인한 엄마들의 불안 심리에서 나온다고 할 수 있다. 따라서 대한민국의 엄마들은 선척적인 모성보다는 후천적인 모성이 더 강하다. 대한민국의 역사와 사회의 영향 때문이다. 생존경쟁이 치열한 가운데서 공부를 통해 성공을 담보했던 그동안의 과정이 세계 최고의 교육열과 모성을 빚어냈다.

그러나 이와 같이 강한 모성이 때로는 아이에게 부작용을 안겨다 준다. 아이는 자신의 독립성이 침해당하여 결국 의존적인 성격으로 자라나게 될 수 있다. 자신의 생각과 판단에 따라서 행동하는 것이 아니라 엄마가 일방적으로 방향을 제시해 주니 결국 스스로 결정하는 능력이 발달하지 못하게 되는 것이다. 엄마의 모성 표현을 지나친 간섭과 부당한 통제라고 인식하게 되어 나중에는 반항적인 말과 태도로 돌변하기도 한다. 특히 사춘기 시절에 이와 같은 현상이 빈번하게 일어나면서 비뚤어진 길로 갈 수도 있다.

엄마의 높은 기대에 대한 심리적 부담감이 크고, 자신 스스로도 이상적인 모습과 차이가 나는 현실적인 자기를 발견할 때 자신감 상실, 위축, 좌절 등의 감정으로 이어져서 우울증에 걸릴 가능성도 커진다.

엄마와의 지나치게 밀착된 관계 때문에 사회성을 제대로 기르지 못할 가능성 역시 크다. 즉 친구들이나 다른 사람들과 활발하게 교류하면서 상호작용을 하며 갈등을 해결하는 경험을 잘 갖지 못하여 결국 사회생활에 적응하지 못할 수도 있다. 성격적으로는 자기중심적이고 이기적인 성향을 갖게 된다. 엄마가 자신을 위해서 모든 것을 해줌을 점차 자연스럽고도 당연하게 간주하여 다른 사람들과의 관계에서도 이와 같은 엄마의 모습을 기대하거나 요구하는 것이다.

그렇지만 적절하고 건강한 모성은 당연히 자녀를 이롭게 만든다. 먼저 아이는 자신이 무척 많은 관심과 지지를 받는다고 느낀다. 엄마가 자신을 위해서 많은 것을 바치고 노력하기에 든든한 마음가짐을 지니게 된다. 엄마 역시 자신의 양육 및 교육 행동에 대한 강한 원동력을 얻는다. 즉 열심히 아이를 키울 수 있는 힘을 얻는 것이다. 그 결과 엄마와 자녀의 관계는 매우 친밀하다. 늘 함께 행동하는 시간이 많기에 서로에 대한 의존도가 높아지면서 가장 가까운 사이로 발전하게 된다. 아이는 일상의 생활 속에서 엄마의 헌신적이고도 봉사적인 자세를 보고 배울 수 있고, 가족의 소중함을 잘 깨닫는다.

올바른 모성의 표현은 한 마디로 자녀를 존중해 줌이라고 할 수 있다. 이 말을 다시 풀어서 말하면, 자녀의 생각, 감정, 결정을 존중해 주자는 뜻이다. 엄마가 일방적으로 강요하는 생각과 행동은 결코 바람직하지 않다. 결국 자녀의 생각을 존중한 다음에 엄마가 이를 수용하거나 타협하거나 다듬어줘서 함께 결과물을 만들어 나간다.

엄마는 아이에게 포기할 것은 과감히 포기하고, 자녀의 행복의 척도를 사회적 성공 또는 학습적 성취가 아닌 정신적인 평온함이나 만족감, 안정감 등에 기준을 두면서 양육함이 모성의 바람직한 표현이라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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