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달라이 라마 14세.
영화 ‘선라이즈 선셋’으로 본 그의 삶

[천지일보=백지원 기자] 세계인의 칭송과 존경을 받는 종교 지도자의 하루는 어떨까.

영화 ‘선라이즈 선셋(감독 비탈리 만스키)’은 달라이 라마 14세의 하루를 담은 다큐멘터리다. ‘살아있는 부처’ ‘영원한 스승’으로 불리는 그는 티베트의 정치․종교지도자이지만 국경과 종교를 초월해 존경받는 인물이다. 매년 수천 명이 그의 설법을 듣고자 히말라야의 다람살라를 찾는다.

◆소탈한 일상, 천진난만한 웃음
사람들은 그의 삶속에서 거창한 무언가를 기대하지만, 카메라를 통해 들여다 본 그의 하루는 매우 평범하고 소탈하다.

텔레비전 속에서 자신이 출연한 장면을 보며 “저 날은 표정이 완전히 굳었어. 내가 저 날 왜 저랬지?”라면서 웃음 짓는 모습이나 버터차를 마시는 모습, 취재진에게 농담을 건네는 모습 등은 보통 사람들과 별반 다르지 않다. 그가 이따금씩 지어보이는 웃음 속에선 천진난만한 소년의 모습이 느껴지기도 한다.

◆지도자로서 걸어온 고통의 시간
티베트 전통에 따르면 달라이 라마 14세는 달라이 라마 13세가 환생한 사람이다. 전대 달라이 라마가 열반하면, 그가 남긴 단서를 중심으로 고승들은 그의 환생자를 찾아 나선다. 그리고는 몇 가지 테스트를 거쳐 후대 달라이 라마를 결정한다.

이 같은 과정을 통해 ‘선택받게 된’ 달라이 라마 14세는 어린 시절부터 지도자가 되기 위한 철저한 교육을 받았다.

하지만 1950년 중국이 군사를 이끌고 티베트를 강제 점령하는 사건이 발생하면서 그의 삶은 완전히 바뀌었다. 분리 독립을 요구하는 티베트인들의 시위와 이에 맞서는 중국 정부의 대립은 장시간 이어져 왔고, 최근 승려 분신 등으로 더욱 격해지고 있다.

이 티베트의 종교지도자이자 국가 지도자인 달라이 라마 14세는 1959년 인도에 망명정부를 세운 뒤, 티베트의 분리독립과 중국이 말살하려는 티베트의 문화를 지키기는 데 평생을 헌신해 왔다.

이 과정에서 엄청난 고통을 감내해야 했고, 중국 정부에 맞서는 그에게는 여전히 협박과 죽음의 위협이 따라다닌다. 여기에 지도자로서의 무게감도 더해져 평생을 싸우고 있는 달라이 라마는 높은 자리에서, 엄청난 명성을 가지고 있음에도 그 누구보다 힘든 삶을 살아가고 있다.

때문에 그가 짓는 천진난만한 웃음은 특별할 수밖에 없다. 그리고 변함없이 강조하는 ‘비폭력’과 ‘평화’ ‘행복’이 불자들에게 더욱 다가오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지혜와 연륜이 묻어나는 가르침
평소에는 소탈하지만 설법을 전하는 그의 모습에선 위엄과 지도자로서의 면모가 느껴진다. 설법은 때론 5시간을 넘기기도 하는데, 여든에 가까운 고령임에도 지친 기색이 없다.

장시간의 설법을 마치고 돌아가는 길에는 자신을 찾아온 이들에게 넉넉한 미소로 인사를 건넨다. 그는 인구문제나 빈부격차 등 인류가 안고 있는 과제들을 고민하고 이에 대한 해답을 제시하고자 한다. 또한 그가 전하는 설법이나 대화에선 깊은 울림이 전해진다.

“태양은 떠올랐다 금세 져버리지. 결코 멈춰있지 않아. 허나 떠 있는 동안에는 우리에게 많은 도움을 줘. 비록 멈춰있지 않더라도 우린 그 짧은 빛을 충분히 즐길 수 있어. 마찬가지로 이 세상과 문명이 발전하는 동안은 그냥 그걸 즐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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