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천도교 임운길 교령.ⓒ천지일보(뉴스천지)

[대담] 천도교 임운길 교령-유엔종교간평화추진한국협회(KSUNIPAR) 김윤열 대표

[천지일보=이길상·박준성 기자] 1919년 3.1절 독립만세 운동은 33인의 종교지도자들이 선두에 서서 이끌었다. 3.1운동에 깃든 종교화합의 정신과 오늘날 종교 간 상생을 위한 종교계의 역할을 조명하고자 민족종교 천도교 임운길 교령과 유엔종교간평화추진한국협회(KSUNIPAR) 김윤열 대표가 대담을 통해 진솔한 이야기를 나눴다.

― 3.1운동의 근본정신은 무엇인가.
임운길 교령(이하 임)=한마디로 민족자주독립과 동귀일체라고 할 수 있다. 동귀일체(화합) 곧 2000만 동포가 한마음, 한뜻으로 우리민족의 독립을 위해 더 나아가 동양평화, 세계평화를 이루어갈 수 있는 정신이 담겨 있다. 이를 위해선 빈부, 남녀, 유·무식, 종교 간 등 모든 갈등을 해소하는 것이 전제가 돼야 한다. 3.1운동을 주도한 선열들은 어렵고, 생명과 재산을 바치는 것은 자신이 하고, 모든 공덕은 남에게 나눠주려는 희생정신이 밑바탕을 이루었기에 2000만 동포의 심금을 울렸다.

천도교를 이끌었던 의암성사 손병희 선생은 경술국치(1910년)를 당하자마자 ‘10년 안에 나라를 찾겠다’는 결연한 의지를 품고 우이동에 봉황각을 건축하고 7차의 이신환성(以身換性) 49일 특별기도로 483명을 육성, 모든 일을 추진했다. 이 정신이야말로 종교의 벽을 허물고, 한민족이 하나로 똘똘 뭉칠 수 있었던 배경이 된 것이다.

김윤열 대표(이하 김)=3.1운동 당시에는 제국주의 약육강식의 시대였다. 힘 있는 나라가 약한 민족의 주권을 빼앗아 모든 재산을 가지고, 인권을 유린하던 시기다. 3.1독립운동은 전 세계적으로 바라볼 때 ‘이런 일이 또다시 있을 수 있느냐’라는 생각을 해보게 된다. 한 국가의 단위로 봐서 조직적이고, 평화적으로 우리 스스로 돈을 모으고, 국권을 지켰다는 것은  전 세계 역사적으로 빛나는 사건이 아닐 수 없다. 3.1독립운동은 전 세계 평화적인 시민운동에 많은 영향을 미쳤다. 특히 간디의 비폭력 시위 등 세계 여러 나라의 민중 독립운동에 좋은 모델이 됐다.

― 3.1정신 이어받아 오늘날 우리가 해야 할 일은.
임=나라의 헌법 전문에도 3.1운동정신이 명시돼 있다. 한반도 정세는 일제강점기와 같다. 강국들이 남북한을 둘러싸고 있다. 3.1정신으로 모든 계층 간, 종교 간 갈등과 분열의 종지
부를 찍고 사회적 다양성을 존중하면서 진정으로 국리민복(나라의 이익과 국민의 행복)과 보국안민(나랏일을 돕고 백성을 편안하게 함)을 위해 힘써야 할 것이다. 이를 바탕으로 민족자주평화통일을 성취해 나아가야 한다.

3.1정신으로 한민족이 화합하고 반만년을 이어온 민족혼과 인간성을 회복해야 한다. 현시대는 서양의 물질문명 시대에서 동양의 정신문명시대로 변화하고 있는 시점이다. 우리민족은 진정한 도덕문명 선진국을 이뤄 세계평화 실현에 이바지해야 한다.

김=학교나 서당에서 공부하는 것이 아니다. 3.1정신은 한민족의 마음 깊은 곳에서 우러나온 에너지(민족혼)다. 다른 민족은 이 정신을 대부분 가지고 있지 않다. 3.1정신은 한 치 앞도 내다볼 수 없는 국외내적인 정세 속에서 국민을 하나로 뭉치게 하는 지혜가 깃들어 있다. 이 정신이야말로 나라의 희망이다.

― 인내천 사상을 담은 천도교의 시대적인 역할은.
임=인내천(人乃天)은 ‘사람이 곧 한울이라’는 말로써, 한울 정신이 인간 마음속에 함께 하고 있다는 의미요 만인평등·인간존중 그리고 인류는 한 동포라는 사상이다. 이 정신으로 천도교는 종교 갈등을 극복하고 화합을 이루는 데 힘쓸 것이다. 천도교는 우리나라 모든 종교연합단체에 참여하고 종교 간 교류와 화합을 위한 다양한 활동을 펼치고 있다. 또한 사람의 정신을 새롭게 해 새사람이 되기 위한 정신개벽운동을 선도할 것이며, 민족자주 정신으로 한반도 평화통일을 이루는데도 적극 앞장서 나갈 것이다.

김=인내천 사상은 사람이 태어나서부터 가지고 있는 (천부)인권의 중요성을 일깨워줬다. 이는 유엔총회서 인간의 기본권을 명시한 ‘세계인권선언문’보다 앞선 것이며, 세계평화·인류공존을 위한 인권 신장에도 큰 역할을 하고 있다. 그러나 아쉽게도 세계인들이 천도교와 인내천 사상에 대해 잘 알지 못한다. 국내외적으로 이 사상을 알리는 노력(학술대회 등)이 뒤따라야 하겠다.

▲ 유엔종교간평화추진한국협회(KSUNIPAR) 김윤열 대표.ⓒ천지일보(뉴스천지)

― 다종교사회에서 종교지도자가 지녀야 할 덕목은.
임=천도교 교역자가 갖출 덕목을 ‘성경신’이라 말한다. 다시 말해 한울님(하나님)을 모시고 있다는 것을 믿고 ‘정성·공경·믿음’을 기본자세로 수행(修行))의 길을 걸어가야 한다. 또한 무엇보다 ‘화합의 선구자’가 되려는 노력이 필요하다. 그리고 순도순국 정신을 품어야 한다. 종교인은 누구나 목숨을 내걸고, 그 어떤 어려움이 뒤따라온다 해도 참고, 종교의 길을 떠나지 않겠다는 각오로 나가야할 것이다. 그리고 물욕과 감정과 ‘나’라는 관념을 버리고 나가야 한다.

김=제일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은 ‘소통’이다. 국내외적으로 종교 간 갈등 문제가 사회적 이슈나 화두로 떠오르고 있다. 성직자는 소통과 대화로 서로 존중하는 마음을 배우고 종교 간의 벽을 허물어 갈등 해소에 앞장서서 가르쳐야 한다. 유엔이 종교에 관해서 제일 우선으로 한 일은 헌장에 ‘종교는 억압할 수 없다(종교의 자유). 종교는 국가 정부가 보호 한다’는 것을 명시했다.

그렇지만 1980년대 이후 점차 한 나라 안에서 또는 나라와 나라의 종교 간 문제로 갈등이 심화하면서 전쟁으로까지 비화하기도 했다. 이 때문에 유엔이 결의문을 채택하는 등 해법 찾기에 고심하고 있다. 종교 갈등을 해소하기 위해선 상대를 이해하려는 노력이 필요한데 종교지도자들이 대화의 창구 역할을 해야 한다. 각 종단 신학교에서는 성직자에게 이웃종교를 배울 기회를 기본적으로 제공하고 가르쳐야 한다. 종교지도자는 화합의 정신을 품고 종교인뿐 아니라 모든 이들에게 도움의 손길을 건네야 한다.

― 종교 간 상생과 화합을 위한 앞으로 각오는.
임=우리나라는 다종교·다문화 사회를 이루며 대체로 평화롭게 살아가고 있다. 이를 세계인들이 부러워하고 있다. 종교 학자들도 관심을 두고 지켜보고 있다. 하지만 내부적으로 자세히 들여다보면 아직 종교 분쟁은 언제든 일어날 수 있는 상황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우리나라가 진정한 종교화합 선진국으로 나아가는 길을 열어가고 싶다.

우주의 신은 한 분이시다. 수천 년의 세월이 흐르면서 다종교·다민족 사회를 형성하고는 있지만, 지구촌 모든 이는 한 식구요 한 형제다. 종교의 근본은 한울(하나님)의 뜻을 따라 서로 공경하는 것이다. 이웃종교를 비난해서는 안 된다. 천도교는 언제나 열린 마음으로 이웃종교를 대하고, 대화와 교류로 상생의 길을 모색하는 데 온 정성을 다해나갈 것이다.

김=저는 유엔에서 수십 년간 일을 해왔다. 대한민국같이 종교 간 분쟁이 없는 나라도 없다. 각 종단이 서로(이웃종교) 배우고 존중하면서 종교 간 상생문화를 꽃피운 좋은 사례를 발굴해서 세계인들에게 알리고 싶다. 유엔에도 소개해서 한국이 종교 선진국으로 널리 알려지길 바란다. 대한민국은 동서양의 종교가 함께 공존하는 나라다. 현재도 7대 종단을 비롯한 다양한 종단이 다양한 연합활동을 펼치고 있고, 다채로운 행사도 함께하고 있다. 일부에서 우려하는 종교간 갈등 문제도 있지만, 갈등 극복사례도 많이 있다.

유엔종교간평화추진한국협회는 앞으로 국내외 저명한 신학자와 종단 대표자들을 초청해 학술대회를 열어가겠다. 종교 간 상생과 화합의 좋은 사례를 영어 등으로 번역해 세계 여러 나라에 알리는 것이 우리 협회의 설립목적이자 사명이라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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