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5일 오후 목동 방송통신심의위원회(방심위) 앞에서 윤태호, 강풀, 주호민 작가가 방심위의 웹툰 검열에 반대하는 1인 시위를 펴고 있다. ⓒ천지일보(뉴스천지)

[천지일보=김현진 기자] “웹툰만화가 유해매체로 분류된다는 건 말도 안 됩니다. 방심위의 방침이 반드시 철회되도록 투쟁할 것입니다.”

15일 오후 목동 방송통신심의위원회(방심위) 앞의 거리는 비교적 한산하면서도 비장한 기운이 맴돌았다.

지난 12일 인기 웹툰작가 김수용 작가를 시작으로 매일 웹툰작가들이 방심위 앞에서 웹툰 검열에 대한 반대 릴레이 1인 시위를 벌이고 있다.

이날 시위에는 특별히 ‘순정만화’의 강풀, ‘이끼’의 윤태호, ‘신과 함께’의 주호민 작가 등 이름만 들어도 아는 쟁쟁한 웹툰작가 3명이 동시에 출동했다.

이들 작가들이 시위에 나서게 된 것은 최근 방심위가 청소년 폭력의 원인으로 24개의 웹툰을 지목하고, 이들 만화의 폭력성을 두고 유해매체로 지적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라는 내용을 작가들에게 통지했기 때문이다.

윤태호 작가는 “지난해 만화진흥법까지 통과되면서 만화가들에겐 많은 기대가 됐으나, 이러한 일이 터져 안타깝다”며 “자체적으로 ‘19금’을 건 작품까지 왜 규제하는지 모르겠다”고 답답해했다.

윤 작가는 “웹툰이라는 게 작가들이 독자에 반하는 것을 계속할 수 없는 온라인 공간에서 이뤄지는 것이라 댓글을 통해 작가 스스로도 귀를 기울이고 조절해 나가는 등 자정하고 있다”며 “그런데 웹툰이 술․담배처럼 해를 끼치는 것도 아닌데 왜 유해매체라는지 이해가 안 간다”고 분통을 터트렸다.

이어 “방심위가 해야 할 일은 웹툰이 어떤 부분에서 청소년들에게 유해한지에 대한 연구를 먼저 진행한 뒤 근거를 가지고 우리의 창작활동을 규제해야 하지 않겠냐”면서 “이러한 과정이 전혀 없이 규제를 하니 분노할 수밖에 없는 것”이라 토로했다.

강풀 작가 역시 “웹툰이 해롭다는 건 말도 안 된다”며 “이를 철회하도록 만드는 게 목적이다. 다양한 방법을 모색하고 있다”고 말했다.

강 작가는 “학교폭력 문제가 나올 때마다 원인으로 찾는 것이 만만한 게 만화 아니면 게임”이라면서 “이렇게 제재를 하면 작가로선 표현의 자유가 억압돼 재밌는 만화가 나오기 힘들다”고 목청을 높였다.
지난해 콘텐츠어워드에서 ‘신과 함께’로 대통령상을 수상한 주호민 작가는 “우리나라 만화콘텐츠가 세계 속에서 고평가를 받고 있는 것이 사실”이라며 “그렇기 때문에 이번 방심위의 결정은 시대를 역행하는 처사다. 표현의 자유가 억압되면 자연스럽게 세계 속에서 우리만화는 경쟁력을 잃게 될 것”이라고 우려감을 나타냈다.

독자로서 작가들을 응원하러 온 배기철(29, 부산 사하구 장림동) 씨는 “웹툰작가들의 작품이 영화 등으로도 활발하게 제작되는 등 작품성을 인정받고 있는데, 이 같은 방심위의 행동은 마치 마녀사냥과도 같다는 생각이 든다”며 “작가들의 의지를 꺾지 말았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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