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모의 학력이 낮을수록 자녀들의 학습능력도 떨어진다는 보고서가 발표됐다. 백병부 숭실대 교수팀이 최근 발표한 서울시교육청 정책연구 보고서에 따르면 초등학교 학습부진 학생은 고등학교 졸업 이하의 학력을 가진 부모가 각각 전체의 57.3%(부), 65.8%(모)로 절반 이상을 차지했으며, 중학생 역시 고교 졸업 이하의 학력을 가진 부모가 각각 49.7%(부), 64.3%(모)로 가장 높게 나타났다고 보고했다. 보고서에 따르면 학습부진학생 학부모들은 현재는 물론 취학 전에도 자녀들에게 충분한 독서 환경을 제공해 주지 못한 것으로 드러났다.

단지 부모의 학력이 낮다는 이유만으로 자녀들의 학습능력이 떨어진다는 내용의 보고서가 발표됐다는 사실 자체만으로도 답답한 마음을 금할 수가 없다.

부모 세대가 많이 배우고 못 배우고가 학습부진 학생들을 평가하는 기준이 된다는 것 자체도 씁쓸하거니와 월 평균 총 가구소득까지 학습 능력을 평가하는 기준이 되어버린 보고서의 내용이 참으로 가슴 아팠다. 기실 부모의 경제능력과 배움의 차이가 어느 정도 자녀들의 성장과정에 영향을 미치는 것은 사실이다. 특히나 오늘날 교육계의 현실을 생각하면 틀린 말도 아닐 것이다. 지나친 사교육 열풍에 자녀 하나 학원 보내기도 무서운 실정이니 경제적으로 여유가 있어야 한다는 말도 무시할 수는 없다.

허나 학습부진의 원인은 분명 여러 이유가 있을 것이다. 물론 이번 보고서 또한 그 여러 요인 중 하나일 터이지만 보고서와 이를 보도한 언론의 내용을 보면 학습부진 학생의 부모는 곧 학력이 낮은 자, 경제적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자와 같은 편견을 갖기에 충분하다.

분명 이런 조사를 한 이유가 있을 것이라 본다. 학습부진 학생들의 원인을 찾아 그것을 해결해주고자 하는 것이 이유였다면 그에 대한 적절한 방안과 대책을 세워야 할 것이다. 또한 그 이유를 부모나 가정에서 찾기보다는 교육계의 현실과 교과과정에서 찾아야 하는 것은 아닌지 되묻고 싶다. 가정에서의 교육 환경이 열악하다면 그것 또한 공교육에서 보충해주고 보완해줘야 할 부분은 아닌지 묻고 싶다. 교육은 모두의 책임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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